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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 조 추첨에 여자 모델 허벅지? '성차별' 얼룩진 ATP 대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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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모델을 성 상품화해 논란을 빚은 넥스트 제너레이션 ATP 파이널스 대회의 사전 조 추첨 행사.

여성 모델을 성 상품화해 논란을 빚은 넥스트 제너레이션 ATP 파이널스 대회의 사전 조 추첨 행사.

세계 테니스계 차세대 왕중왕을 가리는 행사가 ‘성차별 이벤트’ 논란으로 얼룩졌다. 남자 선수들의 조 추첨 과정에서 여자 모델이 자신의 신체 일부를 내보이는 무리한 기획 때문이다.

21세 이하 선수들 왕중왕 겨루는 연례 대회 #여자 모델과 부적절 댄스 등 행사 진행 눈총 #"끔찍하다" 비난 이어지자 주최 측 공식 사과

문제가 된 행사는 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넥스트 제너레이션 ATP 파이널스 대회 사전 이벤트다. 대회는 한 해 동안 가장 좋은 기량을 보인 21세 이하 선수 여덟 명이 겨루는 무대로 개막 전날인 이날은 조 추첨을 위해 참가 선수단이 모두 모였다.

CNN 등 외신에 따르면 각 선수들은 여자 모델을 골라 모델이 지니고 있는 알파벳 A 혹은 B에 따라 조가 나뉘게 됐다. 패션쇼를 연상시키듯 런웨이를 걸어나온 남자 선수 앞에서 여자 모델은 치마를 걷어 올려 허벅지 안쪽에 적힌 A를 보여주기도 했다. 또 다른 선수는 자신의 조를 확인하기 위해 여자 모델의 장갑을 이빨로 벗기도록 요청받기도 했다.

2007 프랑스 오픈 여성단식 우승자 알리제 코넷은 트위터에 “ATP 월드 투어의 미래가 이런 건가?”라고 비꼬면서 ‘원점으로’(#backtozero)라는 해시태그를 달았다. 남자랭킹 세계 1위에 올랐던 앤디 머레이의 모친이자 테니스 코치인 주디 머레이도 “끔찍하다”고 트위터에 썼다.

행사장에 있었던 한 인터넷 스포츠매체 기자도 “부적절한 댄스 등 오글거리는 일들이 매우 많았지만 차마 다 밝히진 않겠다”고 썼다. 현장 영상에선 이제 막 성인이 된 참가 선수들이 이 같은 행사 진행에 어색해하는 기색이 보인다.

여성 모델을 성 상품화해 논란을 빚은 넥스트 제너레이션 ATP 파이널스 대회의 사전 조 추첨 행사.

여성 모델을 성 상품화해 논란을 빚은 넥스트 제너레이션 ATP 파이널스 대회의 사전 조 추첨 행사.

소셜미디어에서 비난이 확산되자 대회 주최측인 ATP와 행사 후원사인 레드불은 공동 성명을 내고 “용납될 수 없는 저열한 취향이었다”며 “반성하고 있다”고 공식 사과했다.

ATP는 매년 11월 한 해 동안 가장 좋은 기량을 보인 선수 여덟 명을 모아 왕중왕전 성격의 ATP 파이널스 대회를 연다. 넥스트 제너레이션 ATP 파이널스는 올해 신설된 대회로 출전 선수의 연령을 21세 이하로 제한한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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