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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은 역대급 물수능?” 새 평가원장 취임에 수험생들 술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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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7일 전국 고등학교에서 수능을 앞두고서 마지막 전국연합 학력평가가 치러졌다. [중앙포토]

지난달 17일 전국 고등학교에서 수능을 앞두고서 마지막 전국연합 학력평가가 치러졌다. [중앙포토]

'내년 수능은 역대급 물수능 되는 건가요?'

대입 수험생들이 자주 찾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이런 글들이 잇따르고 있다. "내년부터 수능이 '워터파크' 되는 거냐", "올해 수능은 출제가 끝났을 텐데 '물바다'가 되는 건 아니겠죠" 같은 반응도 보인다. 내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예년보다 쉬워져 이른바 '물수능'이 될지 모른다는 예측을 담은 글들이다. '워터파크' '물바다'는 수험생들 사이에서 '쉬운 수능'을 일컫는 말이다. 반면 '어려운 수능'은 '불수능'으로 불린다.

성기선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

성기선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

이런 글이 잇따르는 것은 지난달 30일 취임한 신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평가원)과 관련이 깊다. 평가원은 수능을 출제하고 관리하는 기관이다. 넉달간 공석(空席)이던 원장 자리에 성기선 가톨릭대 교직과 교수가 지난달 30일 선임됐다.

성기선 교육과정평가원장 지난달 30일 취임 #가톨릭대 교수 출신…'수능 자격고사화' 지론 #예비 수험생들 "내년 수능 예년보다 쉬울 것" #평가원 "올 수능은 새 원장 취임 전 출제 완료"

 성 교수는 그간 수능을 절대평가로 전환하고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자격고사 성격으로 바꿔야 한다는 입장을 지지해왔다.

수험생들은 성 원장이 지난 2012년 한 언론 인터뷰에서 교수 신분으로서 "수능을 고졸 자격고사로 해야 한다"고 말한 내용을 공유하고 있다.

성기선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 2015년 쓴 논평의 일부. 수능의 자격고사로 변화시켜 대학 입학을 위한 최소 자격으로 둬야 한다는 주장이 담겼다.

성기선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 2015년 쓴 논평의 일부. 수능의 자격고사로 변화시켜 대학 입학을 위한 최소 자격으로 둬야 한다는 주장이 담겼다.

성 원장은 연구자로서 낸 논문과 논평 등에서 이런 입장을 발표해왔다. 2015년 '창작과 비평'에 발표한 논평에선 "매년 반복되는 수능 난이도 조절 실패로 많은 수험생이 허탈감을 느낀다"며 "수능을 자격고사로 변화시킬 것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수능을 대학 입학을 위한 최소 자격으로 두고 대학에서는 수능 최저 기준을 다소 느슨하게 잡아 학생부와 면접 및 논술로 선발하는 방식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성 원장이 평가원장이 된 데는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그리고 이재정 경기도교육감과의 인연이 작용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성 원장은 김상곤 부총리와는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민교협)에서 함께 활동했다. 최근까지 경기도교육청 산하 경기도율곡교육연수원 원장을 최근까지 맡았다. 이런 인연 때문인지 그가 원장 후보 3명 중에 포함되자마자 "신임 원장은 성기선 교수가 유력하다"는 이야기가 교육계에 돌았다.

성 원장은 지난 1일 취임사에선 수능에 대한 직접적 언급은 하지 않았다. 대신에 "국가 중심의 평가 시스템을 극복해야 한다" "고등학교에서 절대평가제 안착을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오는 16일 치러지는 수능은 성 원장의 취임 이전에 출제가 끝났다. 평가원 관계자는 "올해 수능은 이미 출제가 끝나 신임 원장의 영향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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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절대평가 반대 운동을 벌이는 시민단체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은 벌써 행동에 나섰다. 6일 "수능 절대평가를 밀어붙이려는 성 원장은 사퇴하라"는 성명을 냈다.

수능은 최근 2년간 '어려운 수능' 기조를 유지해왔다. 2015학년도 수능이 '물수능' 비판을 받은 뒤 2016·2017학년도 연속으로 다소 어려운 수준으로 출제됐다. 특히 상위권 수험생을 변별할 수 있는 고난도 문제가 한두 문제씩 출제된 것이 특징이었다.

하지만 신임 성 원장이 수능 자격고사화를 주장해온 만큼 출제 기조가 변화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한 입시 전문가는 "전임 김영수 원장은 대학 입학처장 출신이어서 학생 선발을 위한 변별력 확보에 관심이 있었다. 하지만 성 원장은 확실히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윤서 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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