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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경제용어] 행동경제학(behavioral economics)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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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지난달 9일(현지시간) 올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로 리처드 세일러(72) 미국 시카고대 교수를 선정했다. 세일러 교수는 행동경제학(behavioral economics) 권위자다. 노벨위원회는 “세일러 교수는 제한된 합리성과 사회적 선호 및 자제력의 결여가 개인의 결정과 시장의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설명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수상 이유를 설명했다.

주류 경제학선 '이단아' 취급 #세일러, 노벨상 수상으로 주목 #비합리적 의사 결정 설명

세일러 교수의 노벨상 수상은 곧 오랫동안 주류 경제학계로부터 ‘이단아’ 취급을 받아온 행동경제학의 쾌거다. 주류 경제학은 인간이 장기적 비용·편익을 합리적으로 분석해 최적의 선택을 한다고 가정했다. 하지만 행동경제학은 인간이 갖고 있는 정보를 제대로 처리하지 않고, 주먹구구식 결정을 내리고, 장차 큰 편익보다 당장의 작은 쾌락을 좇으며, 나약하다고 가정한다. 주류 경제학의 근간을 흔드는 행동경제학자들의 주장은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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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경제학이 주목받은 건 경제 주체의 비합리적·비이성적 의사 결정과 행동을 이해하는 도구로서 역할을 하면서다. 세일러 교수가 2008년 쓴 베스트셀러 『넛지(Nudge)』에선 그 역할이 잘 드러난다. ‘넛지’는 ‘팔꿈치로 가볍게 쿡쿡 찌르다’란 뜻이다. 규제·강압보다 효율적인 힌트나 설계로 자율적 선택의 폭을 넓혀준다는 게 골자다.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소변기의 파리’다. 암스테르담 공항은 소변기에 파리 모양 스티커를 붙여놓는 아이디어만으로 소변기 아래 바닥에 떨어지는 소변량을 80%나 줄일 수 있었다고 이 책은 전한다.

세일러 교수는 노벨상 수상 직후 인터뷰에서 가장 성공적인 ‘넛지’ 사례로 일부 국가에서 도입한 자동 연금 가입 제도를 꼽았다. 그는 “누구나 연금에 가입하도록 한 뒤 원치 않는 사람은 탈퇴할 수 있도록 정책을 설계했다. 그랬더니 연금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장 실행하지 않고 미루는 행동을 극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행동경제학은 경제학의 ‘대체재’에서 ‘보완재’로 입지를 넓히고 있다. 경제학에 인간의 행동을 포함하지 않는 분야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상의 중요한 문제를 모두 ‘넛지’로 풀 수 있는 건 아니다. 행동 경제학은 ‘제한된 합리성’에 주목하지만 행동경제학이 대안으로 제시하는 문제 해결 방법의 효과도 제한적일 수 있다.

김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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