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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어밥 들이부은 트럼프 보고 아베 웃어…일왕·납북자 가족 면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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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 두 번째)이 6일 도쿄에서 일본인 납북자 가족들을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도쿄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 두 번째)이 6일 도쿄에서 일본인 납북자 가족들을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도쿄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6일 도쿄 미나토구 영빈관에서 일본인 납치 피해자의 가족들을 만났다. 부부동반으로 참석한 두 정상은 모두 검은색 의상을 입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손을 앞으로 가지런히 모은 채 무거운 표정으로 가족들과 마주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면담 뒤 “(납치피해자) 가족들의 슬픈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아베 총리와 힘을 합쳐 납치된 피해자 여러분들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돌려보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유엔 연설에 이어 면담까지 한 트럼프 대통령에 감사드린다. 사랑하는 사람을 빼앗긴 뒤 40년간 고통받아온 사람들이 지금도 고통을 받고 있다는 것을 전세계가 알아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면담에는 요코타 메구미(横田めぐみ)의 어머니 사키에(81)와 북한에 납치됐다가 2002년 고이즈미 방북 때 귀국한 소가 히토미(58) 등 17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면담 뒤 납치된 가족의 사진을 들고 트럼프 대통령과 사진 촬영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월 유엔총회 연설에서 납북피해자인 요코타 메구미를 언급하며 “북한은 귀여운 13세의 일본 소녀를 해안에서 납치했다”고 말한 바 있다. 북한에 억류됐던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가 올 6월 사망한 사건 이후 납북피해자 문제에 대해 동질감을 느끼게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잉어밥을 통째로 뿌린 장면이 화제가 됐다.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이날 오후 영빈관 정원을 산책한 뒤 비단잉어 일종인 일본 ‘코이 잉어’가 많이 사는 연못에 들렀다. 둘은 잉어사료가 든 상자를 건내 받고 먹이를 주기 시작했다. 아베 총리가 숟가락으로 조심스럽게 사료를 떠서 잉어들에게 뿌려주다가 남은 사료를 털어내자, 처음엔 조금씩 숟가락으로 사료를 주던 트럼프 대통령이 갑자기 상자를 거꾸로 들고 남은 사료를 한꺼번에 부어버렸다.
뒤에서 이를 지켜보던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도 트럼프의 잉어밥 주기에 웃음을 터뜨렸다. NHK는 “트럼프 대통령이 호쾌하게 먹이를 주는 모습에 잉어들이 먹이 주변으로 무리를 지었다”고 보도했다.

처음에는 스푼으로 잉어밥을 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곧이어 잉어밥을 통째로 연못에 털어넣었다. [도쿄 AP·AFP = 연합뉴스]

처음에는 스푼으로 잉어밥을 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곧이어 잉어밥을 통째로 연못에 털어넣었다. [도쿄 AP·AFP = 연합뉴스]

뒤에서 그 광경을 바라보던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도 트럼프 대통령의 잉어밥 주기에 웃음을 터뜨리는 모습을 보였다. [도쿄 AP=연합뉴스]

뒤에서 그 광경을 바라보던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도 트럼프 대통령의 잉어밥 주기에 웃음을 터뜨리는 모습을 보였다. [도쿄 AP=연합뉴스]

이 장면이 공개되자 트위터 등 온라인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한 트위터 사용자는 “트럼프는 물고기 먹이조차 제대로 먹이지 못한다”고 비난했다.
이에 앞서 오전 트럼프 대통령은 아키히토 일왕 부부를 만났다. 트럼프는 “아베 총리와는 북한문제, 미일 방위협력, 통상문제 등 다양한 문제에 대해 충실한 의견교환을 하고 있다. 현재 미일관계는 전례없이 양호하다”고 말했다.
그러자 아키히토 일왕은 “두 나라는 일찍이 전쟁을 한 역사가 있으나, 그 뒤 미일의 우호관계, 미국으로의 지원에 의해, 오늘날 일본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 세 번째)이 6일 오전 일왕 거처에서 일왕 부부를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도쿄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 세 번째)이 6일 오전 일왕 거처에서 일왕 부부를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도쿄 AP=연합뉴스]

한편 아베 총리의 후한 손님 접대에 일본내에서도 다소 지나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왔다. 포스트 아베 주자로 꼽히는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자민당 전 간사장은 5일 “반드시 미국 국민의 전폭적인 신임을 받고 있는 정권은 아니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희망의당 와타베 슈(渡邊周) 전 부(副)방위상도 “전 세계가 트럼프 정권과 거리를 두는 것을 모색하고 있다. 이렇게까지 (트럼프 정권에) 깊이 들어가 있는 일본이 어떤 눈으로 보여지게 될지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도쿄=윤설영 특파원 snow0@joongang.co.kr

日 납북자 가족 17명 만나…아베 "40년간 고통받은 사람들" #영빈관 연못 잉어밥 주다가 장난…온라인선 비판 쏟아져 #아키히토 일왕 "미국의 지원으로 오늘날 일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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