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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시진핑, 미국에 맞불작전 “첨단제품 중국행 허용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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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중국 상무부는 2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내년부터 상하이에서 ‘국제 수입 박람회’란 이름의 대규모 박람회를 개최한다고 발표했다. 푸쯔잉(傅自應) 무역협상대표는 “자유무역을 강조하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직접 제안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연합뉴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연합뉴스]

같은 시각 루캉(陸慷) 외교부 대변인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8∼10일 중국을 국빈방문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얼핏 두 사안은 무관한 듯 보이지만 실은 연관된 것이다.
앞서 추이텐카이(崔天凱) 주미 중국 대사는 지난달 31일 미ㆍ중 정상회담 브리핑에서 북핵 문제와 함께 최대 의제로 꼽히는 무역수지 불균형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중국이 개최하는 박람회는 모두 수출상품에 집중됐지만 이번에 처음으로 수입상품만 다루는 박람회를 창설한다”며 “중국 시장의 문호가 더 넓어질 것이란 의미”라고 설명했다.
동시에 중국은 무역불균형의 원인은 자국에만 있는 게 아니란 점도 강조했다. 푸 대표와 추이 대사는 입을 맞춘 듯 “미국이 첨단기술 상품의 대중 수출을 제한하고 있는데 이를 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베이징 특파원이 본 중국 전략 #대북제재 엄격한 이행 재확인 하며 #‘한반도 전쟁 절대 불가’ 못 박을 것

이런 발언들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을 맞는 중국의 전략을 엿볼 수 있다.
중국의 기본 입장은 미ㆍ중 간 극한 대립을 피하고 최대한 협력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19차 당대회를 마친 직후에 이뤄지는 정상회담인데다 안방에서 이뤄지는 회담을 미ㆍ중 대결의 장으로 만들 수는 없기 때문이다. 시 주석과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 현안에 협력하고 최대한 많은 성과물을 냄으로써 시 주석과 중국이 미국과 함께 국제사회를 이끌어가는 지도자의 자리에 올랐음을 자국민은 물론 전 세계를 향해서도 펼쳐 보이려는 게 중국의 의도다.

지난 7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이 독일 함부르크에서 정상회담을 갖기 전 악수하고 있다. [사진=중국 외교부]

지난 7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이 독일 함부르크에서 정상회담을 갖기 전 악수하고 있다. [사진=중국 외교부]

때문에 의전에도 최대한의 배려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추이 대사는 “국빈 방문의 관례에 따르는 의전 이외에도 특별한 의전이 마련돼 있다”며 이번 방문을 ‘국빈 방문+알파’라고 표현했다.
두 정상의 가족 간 친분을 과시하는 이벤트도 예고돼 있다. 때문에 트럼프의 딸 이방카가 중국 방문을 취소한 것이 중국으로선 당황스럽다. 하지만 중국에서 인기와 지명도가 높은 손녀가 방문해 중국어 고시 낭송 등 중국 문화에 대한 친숙함을 보이는 장면이 연출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중국이 최대한의 성의와 격식을 갖춘 손님 접대 준비를 하고 있지만 분명한 원칙도 한 가지 있다. ‘할 말은 한다’는 이른바 분발유위(奮發有爲)의 자세다. 예컨대 미국의 무역 불균형 개선 공세에 맞서 첨단기술제품 수출 제한 철폐를 요구한다는 것이다. 그 바탕엔 중국의 자신감이 깔려 있다. 추이 대사는 “지금의 세계는 2차대전 직후와도 다르고 (1972년) 핑퐁외교 때와도 다르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맞공세를 펼치는 것이 트럼프의 예봉을 꺾고 자신의 이익을 관철하는 길이란 것을 잘 알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18일 열린 제19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에서 개막 연설을 마치고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이날 시 주석은 3만1900여 자에 이르는 보고서를 3시간30분간 읽었다.  [베이징 EPA]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18일 열린 제19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에서 개막 연설을 마치고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이날 시 주석은 3만1900여 자에 이르는 보고서를 3시간30분간 읽었다. [베이징 EPA]

이런 점은 트럼프 순방의 최대 현안인 북핵 문제에서도 마찬가지다. 중국은 트펌프 대통령의 요구에 부응해 북한에 대한 압박을 강화한다는 방침을 다시 한 번 천명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북 제재의 엄격한 이행도 재확인할 예정이다. 베이징을 다녀간 고위 외교소식통은 “최근 중국의 제재 이행 태도에 대해서는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중국은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에 의해 북핵 문제의 불똥이 중국 기업으로 옮겨 붙는 것을 엄격한 제재 이행을 통해 막을 수 있다고 본다.

중국 공산당 19기 1중전회서 시진핑을 중앙위원회 총서기로 선출했다고 1면에 실은 인민일보. [사진 인민일보 캡처]

중국 공산당 19기 1중전회서 시진핑을 중앙위원회 총서기로 선출했다고 1면에 실은 인민일보. [사진 인민일보 캡처]

하지만 북핵 문제에서도 중국이 물러설 수 없는 마지노선이 있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왕이(王毅) 외교부장을 비롯한 중국 고위관리들이 기회있을 때마다 “자기 집 대문 앞에서 불이 나는 것을 누가 좋아하나”고 말하는 데서도 이런 입장이 읽힌다. 시 주석은 최대한 군사 옵션보다는 협상ㆍ담판에 의한 해결을 지향하는 중국의 입장을 다시 한번 트럼프 대통령에게 설명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옵션이 다 테이블 위에 있다”며 중국의 이해를 구하려고 할 가능성이 크다. 최근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에게 자문을 구한 트럼프 대통령이 키신저의 지론인 ‘미ㆍ중 빅딜’을 시 주석에게 제안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반도 문제를 놓고 두 스트롱맨 사이에 어떤 대화가 오갈지 숨죽여 지켜보는 이유다.

베이징=예영준 총국장 y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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