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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자민당 개헌본부장에 파벌 영수 앉혀…“개헌 주도 노려”

중앙일보

입력

호소다 히로유키 신임 자민당 헌법개정추진본부장. [중앙포토]

호소다 히로유키 신임 자민당 헌법개정추진본부장. [중앙포토]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개헌을 이끌 새 사령탑을 결정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지난달 31일 호소다 히로유키(細田博之) 전 자민당 총무회장을 자민당 헌법개정추진본부장에 앉혔다.

호소다 전 총무회장 결정, 개헌안 내는 중추 역할 #연립 파트너 공명당 우려…"총리 주도 헌법 움직여" #도로 '도모다찌 내각' 비판도…강경파는 내용에 불만

호소다 신임 본부장은 아베가 속한 당내 최대 파벌인 호소다파의 영수다. 아베 총리와 막역한 그는 간사장까지 지낸 베테랑으로 그동안 방송 등에 출연해 ‘아베식 개헌’을 꾸준히 측면 지원해왔다. 아사히신문은 이번 인선 배경과 관련해 “아베 총리가 당내 개헌논의를 주도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1일 전했다.
 내각 재신임을 묻는 중의원선거 전부터 개헌 로드맵을 강조해온 아베 총리가 선거 압승을 추동력으로 개헌에 속도를 내기 위한 포석중 하나라는 것이다.

아베 총리는 지난 5월 ‘자위대 명기’를 핵심으로 한 개헌안을 제시하고 2020년까지 개헌을 이뤄내겠다고 밝혔다. 호소다 신임 본부장은 이런 개헌 내용을 구체화해 당론을 확정하는 작업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상황을 가장 우려하는 정치 세력은 다름 아닌 연립정권 파트너인 공명당이다. 평화를 주창하는 종교단체인 창가학회(SGI)를 기반으로 한 공명당은 군사 노선이 담긴 개헌에는 반대해왔다. 공명당의 한 간부는 “아베 총리 주도로 헌법이 움직이고 있어 매우 우려스럽다”며 “(공명당은) 신중한 자세를 확실히 밝히지 않으면 안 된다”고 아사히에 말했다.
호소다 기용을 놓고 당내에서도 불만이 나온다.
전직 각료 출신인 자민당 의원은 아사회와의 인터뷰에서 “아베 총리는 자신이 말한 것을 듣는 사람이 좋았던 것 같다”고 밝혔다. 선거 전 아베 정권의 내각 지지율을 끌어내린 한 원인인 ‘도모다치(友達·친구) 내각’이란 비판과 같은 맥락의 발언이다. 아베 총리가 선거 직전 이뤄진 3차 개각 때 이 같은 비판 의식을 가진 노다 세이코(野田聖子)를 총무상에 앉혔지만, 실제 속내는 달랐다는 것이다.

지난 8월 3일 단행한 3차 개각 당시 아베 신조(왼쪽 둘째) 총리가 신임 각료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맨 오른쪽이 노다 세이코 총무상이다. [도쿄 EPA=연합뉴스]

지난 8월 3일 단행한 3차 개각 당시 아베 신조(왼쪽 둘째) 총리가 신임 각료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맨 오른쪽이 노다 세이코 총무상이다. [도쿄 EPA=연합뉴스]

개헌안 내용을 두고도 당내 논쟁이 예상된다. 내년 가을 차기 총재 선거에 출마의사를 밝히며 ‘아베 1강’을 견제하고 있는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간사장 등 당내 강경파들은 자위대가 아닌 군대 보유를 명시한 자민당의 기존안을 지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호소다파와 아베를 지지하는 주요 파벌들이 의석수를 유지하며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어 개헌 로드맵과 개헌안에 큰 변화가 없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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