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마 족집게’ 정의당, 데스노트에 홍종학 후보자도 올릴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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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이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를 ‘찍히면 낙마한다’는 이른바 정의당 데스노트에 올릴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25일 정의당 이정미 대표가 국회에서 당 상무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정의당이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를 ‘찍히면 낙마한다’는 이른바 정의당 데스노트에 올릴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25일 정의당 이정미 대표가 국회에서 당 상무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정의당이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를 ‘데스노트’에 올릴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정의당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반대하는 공직 후보자를 모두 낙마시켜 ‘찍히면 낙마한다’는 이른바 정의당 데스노트란 말이 회자돼왔다.

1일 당 상무위원회에서 홍 후보자 적격 여부 논의 계획 #“‘낙마 바로미터’ 된 상황서 신중하게 접근하자는 기류” #박원석 전 의원, 홍 후보자 옹호…“결격 사유는 아니다” #한 의원 “국민 눈높이에서 점점 벗어나”…불가론으로 기우나

홍 후보자를 놓고는 ▷절세를 위한 쪼개기 증여 의혹 ▷학벌 지상주의 ▷특목고 폐지론과 배치되는 딸의 국제중 진학 등 논란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자유한국당ㆍ국민의당ㆍ바른정당 등 야 3당은 이미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의 결정판”(한국당), “위선의 극치”(국민의당), “국민 인내심을 더 시험하지 말라”(바른정당)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반면 여권은 “결격 사유가 안 된다”며 홍 후보자를 감싸고 있다. 이에 따라 ‘낙마 족집게’로 불리는 정의당의 선택에 더욱 관심이 모아지는 상황이다. 지난 31일 정의당 의원총회에서 이 문제의 논의 여부가 주목됐지만 심도 있는 의견 교환은 이뤄지지 않았다.
추혜선 대변인은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일단 국정감사에 집중하고 국감이 끝나면 이 문제를 면밀하고 철저하게 살펴봐야 하지 않겠는가 싶다”고 말했다. 정의당은 1일 예정된 당 상무위원회에서 홍 후보자 적격 여부를 논의할 계획이다.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한 빌딩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향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한 빌딩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향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정의당은 자당의 데스노트가 ‘낙마 바로미터’가 돼버린 상황에서 어떤 판단을 내리든 신중해야 한다는 기류가 강하다고 한다. 추 대변인은 “문재인 정부의 안정된 국정 운영을 위해 조각을 서둘러 마치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고 여러 후보자들이 고사한 상황에서 정부가 장고 끝에 올린 후보자라는 점에서 더욱 신중하게 접근할 문제라는 당 내 분위기가 있다”고 전했다. 실제 정의당은 문 대통령이 홍 후보자를 지명한 지난 23일 대변인 명의 브리핑을 통해 “이번에야말로 철저한 인사시스템을 가동했을 것이라 믿는다. 오늘 인선으로 문재인 정부 조각이 완료되길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당 내에선 일단 오는 10일 홍 후보자 인사청문회까지 좀더 검증을 해보고 여론도 지켜보자는 견해가 많다고 한다.

경실련 정책위원장 출신 홍 후보자처럼 시민단체 출신인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역임)의 경우 “결격 사유까지는 아니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박 전 의원은 통화에서 “홍 후보자의 분할 증여나 한 세대를 건너뛴 증여는 법 테두리를 벗어난 게 아니라 합법적인 절세”라며 “부의 대물림을 반대한 전력에 비춰 이율배반적 행태라고 비판받을 수는 있겠지만 과거 세금제도를 교묘하게 악용해 불법 탈세한 공직 후보자들과는 경우가 다르다”고 옹호했다.

하지만 정의당 한 의원은 사견을 전제로 “지금까지 불거진 홍 후보자 문제들을 보면 국민 눈높이에서 점점 벗어나고 있다”며 “학벌 지상주의 등 그 분의 생각이 아직 변하지 않았다면 개혁 정부와도 안 어울리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홍종학 불가론’으로 기울 수 있는 분위기가 감지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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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정의당은 앞서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사퇴 이후 지명된 홍 후보자를 다시 낙마 대상으로 분류하는 데 대한 부담을 느끼는 모습이다.
정의당은 지난 8월 24일 문 대통령의 박 후보자 지명 이후 6일 만인 8월 30일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다운계약서 의혹 ▷자녀 이중국적 의혹 ▷이승만 독재 정당화 역사관 등을 문제삼으며 ‘지명 철회’를 요구했다. 박 후보자는 논란 끝에 9월 15일 자진 사퇴했다.

김형구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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