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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송이 父 살해 용의자 '자물쇠 입' 둘러싼 6대 미스터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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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소프트 윤송이 사장 부친 피살사건 피의자 허모(41)씨.[연합뉴스]

엔씨소프트 윤송이 사장 부친 피살사건 피의자 허모(41)씨.[연합뉴스]

엔씨소프트 윤송이(42·여) 사장의 부친이자 김택진(50)엔씨소프트 대표의 장인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허모(41)씨가 좀처럼 ‘입’을 열지 않고 있다. 경찰에 붙잡힌 지 나흘이 지났지만 윤 사장 부친(68)을 범행대상으로 삼은 이유는 물론 범행동기·경위·수법 등을 함구하고 있다.

범행동기, 경위, 수법 등 구체적 진술 안해 #수사 소극적 허씨 둘러싼 다양한 의혹 일어 #리니지 게임중독으로 인한 살인사건부터 #수사핵심 파악할 진술 거부 심리도 의문 #경찰, "대부업체 독촉, 고급빌라 검색 등" 확인 #금품 노린 계획범죄 무게...청부살인 가능 낮아

허씨는 현재까지의 경찰 수사과정에서 8000만원의 사채로 대부업체로부터 독촉을 받은 사실과 범행 당일 포털에서 수갑·가스총·핸드폰 위치추적·고급빌라 등을 검색한 점 등이 추가로 드러났다. 이에 금품을 노린 계획범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물론 허씨는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

여기에 허씨와 엔씨소프트의 온라인 게임인 ‘리니지’와의 관련성까지 터져 나오자 네티즌들은 게임중독과 연관된 살인사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심지어 청부살인까지 언급되는 분위기다. 윤씨 피살사건을 둘러싼 여섯 가지 미스터리를 짚어본다.

피의자 허씨가 범행당일(지난 25일) 양평시내 설치된 폐쇄회로TV에 찍힌 모습. [사진 경기 양평경찰서]

피의자 허씨가 범행당일(지난 25일) 양평시내 설치된 폐쇄회로TV에 찍힌 모습. [사진 경기 양평경찰서]

① ‘리니지’ 게임 중독으로 시작된 비극?
“허씨가 리니지 게임 아이템을 200만~300만원에 거래하려 한 정황이 나와 통신 영장을 발부받아 게임 관련 접속기록을 수사 중이다. 부동산 투자 외에 고가의 게임 아이템을 사들이려 허씨가 대부업체 등으로부터 빚을 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리니지 게임에 대한 불만으로 (리니지 제작사인 엔씨소프트의 사장 부친인) 윤씨를 범행대상으로 삼았다는 추측은 현 상황에서는 지나치다.” (경찰 수사 관계자)

②윤씨를 범행대상으로 삼았다면?
“고가의 게임 아이템을 사들이면서 입은 금전적 손실이라든지 게임 중독 피해를 자기 스스로 탓하기보다는 게임을 만든 제작사 측으로 돌릴 수 있다. 윤씨는 직접적인 개발자는 아니지만 (허씨는) 자기의 손이 미칠 수 있는 대상, 즉 통제할 수 있는 대상을 선택했을 가능성이 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 교수)

숨진 채 발견된 윤씨의 차량. [중앙포토]

숨진 채 발견된 윤씨의 차량. [중앙포토]

③진술을 거부하는 허씨의 심리상태는?
“일반적인 사건 피의자의 경우 자백을 한 이후 범행경위 등을 설명한다. 이때 결정적 증거물이 될 범행도구를 숨긴 장소도 밝힌다. 하지만 허씨는 완강하게 버틴다는 느낌이다. 무언가를 숨겨야 할 필요성이 있는 것 같다. 드러나지 않은 행적을 밝혀야 하는 이유다. 범행에 날카로운 흉기 외에 둔기로 인한 상처도 있다고 하는데 필요이상의 폭력을 사용한 점도 의문이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 교수)

④허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 했다고 하는데 왜?
“처음 붙잡혔을 때 전북 순창으로 도주한 이유를 묻는 경찰의 질문에 그렇게 진술했다. 하지만 신빙성이 떨어진다. 순창에 조상을 모신 선산이 있는 것도 아니다. 허씨의 차량 안에서는 자살도구로 흔하게 쓰이는 끈 등 특별한 물건도 나오지 않았다.” (경찰 수사 관계자)

피의자 허씨가 도주에 사용한 차량. 김민욱 기자

피의자 허씨가 도주에 사용한 차량. 김민욱 기자

⑤게임에 빠지면 현실세계와 게임세계를 혼동하나?
“일반적으로 일상생활을 하면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일을 하면서 두뇌 활동이 확장하는데 게임에 중독되면 단순한 (게임의) 규칙을 반복적으로 수행하게 돼 뇌가 퇴행한다. 도박에 빠진 사람이 가정을 돌보지 않은 이유와 같다. 게임 속 캐릭터의 레벨을 높여 명예욕구를 충족하는 등 점점 게임 중심적인 사고를 한다. 중독증상이 심하면 정신분열증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심한 경우 실제 현실에서 ‘게임 속 캐릭터가 보인다’며 사냥하겠다고 배회하는 경우도 있다. 게임을 금지시키려 하면 폭력 충동을 느낀다. 방해자로 인식해 언어폭력으로 위협하거나 가족에게 물리적 해를 입힌 사례도 있다.” (어기준 한국컴퓨터생활연구소 소장)

⑥우발범행인가? 계획범죄인가?
“허씨의 휴대전화를 분석한 결과 범행 전부터 수갑·가스총·핸드폰 위치추적·고급빌라 등을 검색한 사실이 확인됐다. 범행 직후에는 살인·사건사고 등을 찾아봤다. 수천만원의 개인채무(현재 8000만원)에 부유층을 상대로 금품을 노린 강도 범행을 준비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는 부동산 투자회사 퇴직 후 일종의 프리랜서로 일했는데 범행당일(25일) 휴대전화 사용 내역이 한 건도 없다. 범행현장 주변을 모두 3차례 답사까지 했다. 청부살인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윤씨와 연관된 인물과 허씨간 연락은 나오지 않았다.” (경찰 수사 관계자)

한편 허씨는 지난 29일 오후 2시 수원지법 여주지원에서 진행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는 검거 초기 인정한 살해 혐의를 부인했다고 한다. 당초 경찰 조사때 “주차문제로 시비가 돼 우발적으로 살해했다”는 진술을 영장실질심사때에는 “(윤씨의 고급 외제) 차량만 훔쳤다”는 취지로 번복했다. 혐의를 부인한 것이다.

양평=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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