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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농사 짓겠다" 허가 얻어 골프장 지은 태광 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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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진 전 태광 회장은 어떻게 고추밭에 골프장을

이호진(오른쪽 아래) 전 태광산업 회장에 대한 골프장 부지 취득 관련 비리 의혹이 제기됐다. [사진 휘슬락CC 홈페이지]

이호진(오른쪽 아래) 전 태광산업 회장에 대한 골프장 부지 취득 관련 비리 의혹이 제기됐다. [사진 휘슬락CC 홈페이지]

2011년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태광그룹 계열사 부당 지원의 축으로 지목됐던 휘슬링락CC(당시 동림CC)가 이번엔 부지 매입 과정에 대한 비리 의혹에 휩싸였다.

29일 한겨레신문이 보도한 황주홍 국민의당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이 골프장의 부지는 이호진 전 태광산업 회장이 2005~2007년 춘천시 남산면 일대 27만㎡의 논과 밭을 순차적으로 구입한 것이다.

농지법에 따르면 직접 농사를 짓지 않는 사람이나 법인은 농지를 구입할 수 없다. 주중엔 본업을 하고 주말농장을 운영하려는 사람이 취득할 수 있는 농지의 넓이는 최대 1000㎡로 제한된다.

그런데 당시 태광산업 대표이사로 재직했던 이 전 회장은 “‘자기노동력’과 ‘일부 고용’ 형식으로 벼와 고추농사를 짓겠다”며 농지에 대한 취득 허가를 얻었다.

이후 이 땅을 사겠다는 회사가 나타났다. 이 전 회장이 지분 51.02%를 소유한 동림관광개발이 이 땅에 골프장을 짓겠다고 나선 것이다. 동림관광개발의 나머지 지분은 이 전 회장 가족 소유다.

이 전 회장은 땅 주인으로서 부지 변경 제안에 동의했고, 2009년 6월 춘천시로부터 토지 전용 허가나 나왔다. 이 땅을 108억9000만원에 매입했던 이 전 회장은 동림관광개발에 110억2000만원을 받고 팔았다. 골프장은 2012년 6월 완공됐다.

황주홍 의원 측은 “태광 측이 이 같은 방식을 쓰지 않고 골프장을 지으려 했다면 부지 매입 비용이 천정부지로 올라갔을 것”이라며 “땅 주인들을 일일이 설득해야 하는 절차적 어려움도 거치지 않고 손쉽게 자신의 개인 회사 골프장을 지을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농업경영을 하지 않을 목적으로 농지를 취득한 사람은 농지법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 이에 대해 이 전 회장 측은 황 의원 측에 “실제 농업 경영을 하기 위해 농지를 취득한 것 맞다”면서도 “하지만 농업전문가가 아니어서 농사를 짓기가 쉽지 않았고 잘 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고 한겨레가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회장 측은 또 “토지 일부는 농지은행에 임대했고, 지역주민에게 무상으로 사용하게 했다”고 덧붙였다.

최선욱 기자 isot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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