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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 통상임금 1조 직격탄 … 분기 실적 10년 만에 적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통상임금 소송 패소의 직격탄을 맞은 기아자동차의 분기 실적이 10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3분기 매출은 11% 늘어났지만 #충당금 쌓고나니 4270억 영업손실 #미·중 판매 부진, 올 순익 65% 감소 #사드 해결 기대로 4분기 개선 여지

기아차는 27일 오전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3분기 경영실적을 발표했다. 매출액은 14조107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1.1% 증가했지만, 4270억원의 분기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 8월 통상임금 소송 1심 패소에 따른 여파다. 기아차는 상급심에서 패소가 확정될 경우를 대비해 약 1조원을 손실예상비용(충당금)으로 3분기 실적에 반영했다.

기아차 3분기 실적

기아차 3분기 실적

기아차가 분기 실적에서 적자를 낸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7년 3분기(영업손실 1165억원) 이후 10년 만에 처음이다. 올해 누적 실적 역시 총매출은 40조53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 성장했지만, 영업이익(3598억원)·경상이익(8370억원)·당기순이익(8632억원)은 역시 통상임금 소송의 영향으로 각각 81.4%, 72%, 64.5% 줄어들었다.

미국·중국 시장의 부진도 계속됐다. 통상임금 소송에 따른 손실을 제외하더라도 3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대비 16.7% 감소했다. 판매 부진이 원인이다. 특히 중국 시장의 1~9월 누적 판매량이 40.9%나 줄었고, 미국 시장에서도 주력 모델의 노후화에 따른 판매 감소와 시장수요 둔화로 같은 기간 판매량이 6.9% 줄었다. 이에 따라 기아차의 올해 전체 판매량도 205만1985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6% 감소했다.

다만 유럽·중남미·러시아 등 다른 글로벌 시장에선 실적이 나아졌다. 유럽에서는 K5 왜건·니로 등의 신차 효과로 지난해 1~9월보다 판매가 8.1% 늘었고, 중남미와 러시아에선 각각 14.1%와 25.4%의 판매 증가율을 기록했다.

국내 시장의 경우 올해 누적 판매량은 2.3% 줄었지만, 스토닉·니로·쏘렌토 등의 선전으로 3분기 판매는 지난해 동기 대비 10.5% 증가했다. 특히 쏘렌토는 지난달 1만16대가 팔려 출시 이후 15년 만에 처음으로 월간 판매 1만 대 고지를 넘어섰다.

4분기에는 판매 실적이 더 개선될 여지가 있다. ‘사드 보복’의 여파가 조금씩 잦아들고 있다는 전망 때문이다. 실제 기아차는 지난달 중국에서 4만3대를 판매하며 월별 판매량 기준으로 올해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선 27%나 줄어든 수준이지만, 반전의 신호로 볼 수 있다.

한천수 기아차 재경본부장(부사장)은 “아직 외교적으로 관계가 개선된 부분은 없지만, 판매 분위기에 있어 반한 감정은 소폭 줄었다”며 “9월부터 판매 회복세에 진입했고, 딜러들 불만도 많이 감소했다”고 말했다.

기아차는 여기에 더해 신차 출시를 이어가고, 친환경차 라인업도 확대해 분위기를 반전시킨다는 계획이다. 내년에 중국에서 2개 차종을 새로 출시할 예정이고, 2019년에도 2개 차종 추가 출시를 검토 중이다. 또한 현재 6개인 친환경차 모델을 2020년까지 14개 차종으로 확대하고, 각국의 환경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개발 중인 차세대 파워트레인(동력전달장치) ‘스마트스트림’도 유럽 전략차종 ‘씨드’부터 차례로 적용할 계획이다.

통상임금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줄었다는 점 역시 긍정적인 요소다. 기아차는 또한 상급심에서 상황이 바뀔 수 있다는 기대도 내비쳤다.

한 본부장은 “항소심에서는 신의성실 원칙이 인정돼 판결이 원심과 달라질 수 있고, 여러 쟁점 사항들로 인해 비용이 축소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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