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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행보" 김정은, 알고보니 미사일 고체연료 박차

중앙일보

입력

미국을 자극하는 언행을 한 달 가까이 멈춘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안으로는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새 미사일 엔진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엔진은 발사 준비를 하면서 연료 주입을 따로 할 필요가 없어 발사 징후를 포착하기도 힘들 뿐 아니라 미사일의 이동을 쉽게 할 수 있어 한·미 당국도 이 기술 발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주 초 함흥에서 새로운 고체연료 엔진 실험 #지난 8월 사진 공개된 SLBM용 북극성-3형 엔진 가능성 #고체연료 사용시 발사징후 포착 힘들어 위협적 #일각에선 “ICBM에 탑재하려면 10년은 더 걸려” 분석도 #

 미 외교전문지 디플로맷은 북한 탄도미사일 개발 과학자들이 “지난주 초 함흥 인근에서 새로운 타입의 미사일 고체연료엔진 실험을 실시했다”고 북한 미사일개발 정보를 다루는 관료의 말을 인용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북한 매체들은 김 위원장이 지난달 15일 중거리탄도미사일 ‘화성-12형’발사를 참관한 내용을 보도한 후 그의 미사일 관련 움직임에 대해서는 전혀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지난달 21일, 30일에 김 위원장의 황해남도 과수원 시찰, 군부대 산하 농장 시찰 소식을 각각 보도했고 최근에는 부인 이설주, 여동생 김여정 등과 함께 평양에 있는 류원신발공장을 방문한 걸 알렸다.

북한 김정은이 참관한 지난해 3월 고출력 고체연료 로켓 엔진 지상 분출 및 계단분리시험. [노동신문=연합뉴스]

북한 김정은이 참관한 지난해 3월 고출력 고체연료 로켓 엔진 지상 분출 및 계단분리시험. [노동신문=연합뉴스]

북한의 미사일 고체연료엔진실험 사실이 외부로 최초로 알려진 건 지난해 3월이다. 당시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고체로켓엔진의 지상 분출 및 단 분리 실험을 지도했다고 밝히며 사진을 공개했다. 김 위원장은 “로켓공업발전에서 새로운 도약대를 마련하였다. 영원히 잊지 못할 날, 역사적인 날”이라며 “원수들에게 무서운 공포와 전율을 안기는 국방과학기술성과들을 다계단으로 연이어 이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북한은 그해 4월 고체연료를 사용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1형'을 시험발사했으며, 올해 2월에는 지상발사형 중거리탄도미사일인 '북극성-2형'의 발사실험을 했다. 이 미사일은 지난 5월 또 다시 시험발사에 성공하며 김 위원장이 실전배치를 승인했다고 당시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현재 북한은 고체연료를 주입한 SLBM의 실전배치를 위한 실험은 물론 북극성-1형을 발전시킨 SLBM 북극성-3형, 그리고 최종적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고체연료를 탑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달 일본 아사히신문은 신포에서 실시된 고체연료 탑재 SLBM의 시험발사가 실패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디플로맷은 이번에 북한이 시험한 고체연료 엔진은 북극성-3형 용도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8월 공개한 김 위원장의 국방과학원 화학재료연구소 시찰 사진에서 벽면에 '북극성-3형'과 ICBM인 '화성-13형'의 구조도가 붙어있었다. 김 위원장은 “생산 능력을 확장해 과학연구개발과 생산이 일체화된 최첨단연구기지로 현대화해야 한다”며 “고체로켓발동기(고체엔진)와 로켓 전투부첨두(탄두 앞부분)를 꽝꽝 생산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미사일 전문가들은 북한의 고체연료 개발 기술이 수십년 간 미사일 기술을 주고받았던 이란을 통해 확보된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의 북극성-1형의 엔진 등이 이란이 실전배치한 세질 탄도미사일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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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영국 국제전략연구소의 미사일방어 분야 선임연구원인 마이클 엘레먼은 지난 8월 공개된 국방과학원 화학재료 연구소 시찰 사진을 분석한 결과 화성-13형 ICBM에 고체연료를 사용할 기술을 북한이 확보하려면 10년은 더 걸릴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문병주 기자 moon.byung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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