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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학 부실수사’ 중랑서장 대기발령…경찰 대처 상황 보니

중앙일보

입력

서울경찰청은 25일 ‘어금니 아빠’ 이영학(35)의 중학생 살해 사건과 관련해 경찰의 초동수사 부실을 인정하고, 조희련 중랑서장에 대해 대기발령 조치했다.

서울청은 이날 오전 ‘중랑경찰서 여중생 실종신고 사건’ 감찰 조사 결과 브리핑에서 “현장 경찰관들이 실종사건 대응지침을 위반하고 조희련 중랑서장 등 관리 책임자가 지휘·감독에 소홀했던 점이 인정됐다”고 밝혔다.

최영기 서울지방경찰청 특별조사계 경정이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어금니 아빠’ 이영학 사건 피해 여중생 실종 사건 초동대처 부실 의혹과 관련한 감찰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최영기 서울지방경찰청 특별조사계 경정이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어금니 아빠’ 이영학 사건 피해 여중생 실종 사건 초동대처 부실 의혹과 관련한 감찰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이에 따라 조 서장에 대해서는 대기발령 조치를 했고, 경정급 이상 2명(여성청소년과장, 상황관리관)은 징계위에 회부키로 했다. 경감 이하 6명(여청수사팀장, 여청수사팀 2명, 순찰팀장, 순찰팀원 2명)에 대해서도 징계위 회부 및 인사 조치를 할 방침이다.

청문담당관실은 사건 현장 폐쇄회로(CC)TV와 최초 신고자인 피해자 A양 부모 등을 통해 조 서장과 112종합상황실상황관리관, 중랑서 여성청소년과장 등 9명이 실종ㆍ아동 안전 매뉴얼과 112신고접수·지령 매뉴얼 등을 위반했는지 조사했다.

조사 결과 중랑서여청과가 ‘생명과 신체에 대한 위험 임박’을 의미하는 ‘코드1’ 상황에서 지침대로 긴급 출동하지 않았고, 서장에게 뒤늦게 보고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중랑서 여청과, 112 ‘코드1’ 지령에 “알겠다” 해놓고 출동 안 해

112종합상황실은 지난달 30일 오후 11시 20분께 A양의 부모에게 실종신고를 접수하고  ‘코드1’ 지령을 내렸다. 하지만 여청과는 어떤 사건인지 파악조차 하지 않고 긴급 출동 지시에 “알겠다”고 무전으로 허위보고하고 출동하지 않았다.

당시 여청과는 감찰 조사에서 출동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대수롭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실종사건이 강력 범죄와의 연관성이 의심될 경우 경찰서장에게 보고해야 하지만 여청과장은 지난 4일에야 서장에게 보고했다. 수사 총책임자인 서장이 A양이 실종된 지 나흘만에야 강력사건을 인지한 것이다.

청문담당관실은 신고 당일 근무 상황관리관이었던 중랑서 청문담당감사관이 실종아동 신고를 받고도 현장 경찰관에게 수색장소 배정 등 구체적 업무 지시에 소홀했다는 점도 인정했다.

망우지구대, A양 행적도 안 묻고 “소란스러워서” 거짓 해명까지 

A양의 어머니는 사건 당일인 지난달 30일 112에 신고하고 같은 날 오후 11시 45분께 중랑서 망우지구대를 찾아 이영학의 딸(14)과 통화하며 경찰에 실종자의 인상착의와 이름을 얘기했다.

하지만 망우지구대 경찰관은 이를 귀담아 듣지 않고 A양의 행적에 대해 묻지도 않았다. 지구대 측은 “통화를 했더라도 (지구대 안이) 소란스러워 잘 들리지 않았을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CCTV 영상 확인 결과 거짓 해명으로 드러났다.

망우지구대는 중랑서 여청과에 A양 행적을 보고하지 않았고, 여청과는 하루가 넘게 지난 1일 오후 9시30분께 A양 어머니를 통해 해당 사실을 확인했다. 같은 날 낮 12시30분께 A양은 이영학에게 목 졸려 살해당했다.

경찰은 A양이 숨진 후인 2일에서야 망우동 일대 탐문수사를 실시했고, 이날 오전 11시께 이영학의 집을 찾았지만 인기척은 없었다. 이 시간 이영학은 딸과 함께 A양 시신을 전날 강원도 영월 야산에 유기한 뒤 서울 도봉구 은신처로 이동하고 있었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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