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년 vs 55년...올해 월드시리즈도 '한풀이' 시리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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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시리즈 진출이 확정된 뒤 기뻐하는 다저스 선수들. [시카고 AP=연합뉴스]

월드시리즈 진출이 확정된 뒤 기뻐하는 다저스 선수들. [시카고 AP=연합뉴스]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는, 올해도 '한풀이' 시리즈다.

1988년 이후 29년 만에 정상 탈환을 노리는 LA 다저스와 1962년 창단 이후 첫 우승에 도전하는 휴스턴 애스트로스.

지난해 '염소의 저주' 시카고 컵스(108년)와 '와후추장의 저주' 클리블랜드 인디언스(65년)의 저주 시리즈에 이어 올해도 우승에 목마른 두 팀이 만났다.

다저스와 휴스턴의 7전 4승제 월드시리즈 1차전은 오는 25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LA의 다저스타디움에 열린다. 다저스 1차전 선발로 클레이턴 커쇼, 휴스턴은 댈러스 카이클을 예고했다.

두 팀은 올해 나란히 100승 이상씩을 거뒀다. 다저스는 104승 58패, 휴스턴은 101승 61패다. 양대 리그에서 100승 이상을 거둔 팀이 맞대결하는 건 1970년(볼티모어 108승, 신시내티 102승) 이후 47년 만이다.

다저스는 1988년 월드시리즈를 제패한 이후 한 번도 다시 월드시리즈에 나서지 못했다. 28년 동안 10번 포스트시즌에 나섰지만, 4차례나 챔피언십시리즈에서 좌절했다.

'작은 거인' 호세 알투베를 들고 기뻐하는 휴스턴 선수들. [휴스턴 AP=연합뉴스]

'작은 거인' 호세 알투베를 들고 기뻐하는 휴스턴 선수들. [휴스턴 AP=연합뉴스]

55년의 한(恨)을 지닌 휴스턴은 2005년 월드시리즈에 나선 경험이 있다. 당시 휴스턴은 시카고 화이트삭스에 내리 4패를 당하며 준우승에 머물렀다.

분위기는 다저스가 더 좋다. 다저스는 지난달 충격의 11연패를 경험했다. 당시 치른 17경기에서 16패를 기록하는 등 극심한 부진에 시달렸다. 다저스의 우승 가능성도 크게 떨어졌다.

하지만 다저스는 포스트시즌에 돌입하자 전혀 다른 팀이 됐다. 다저스는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애리조나)와 챔피언십시리즈(컵스)에서 7승 1패를 거뒀다. 난적 애리조나에 내리 3승을 따냈고, 컵스에는 4차전 한 경기만 내줬다.

커쇼-리치 힐-다루빗슈 유-알렉스 우드로 이어지는 선발진이 안정적이고, 시즌 막판 흔들리던 불펜진도 포스트시즌들어 더 탄탄해졌다. '5선발' 마에다 겐타(5이닝 무실점)가 합류한 다저스 불펜진은 포스트시즌 8경기에서 28과 3분의 2이닝 동안 평균자책점 0.94를 기록했다.

마무리투수 캔리 젠슨은 7경기에 나와 3세이브를 올렸다.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기 위해 다저스는 앞선 시리즈 때와 같은 선발 로테이션을 운영할 계획이다.

월드시리즈 진출을 확정한 뒤 주먹을 쥐고 기뻐하는 다저스 캔리 젠슨. [시카고 AP=연합뉴스]

월드시리즈 진출을 확정한 뒤 주먹을 쥐고 기뻐하는 다저스 캔리 젠슨. [시카고 AP=연합뉴스]

저스틴 터너와 야시엘 푸이그가 버틴 타선은 집중력이 돋보인다. 터너는 포스트시즌 8경기에서 타율 0.387, 3홈런·12타점을 기록 중이다. 푸이그도 타율 0.414로 절정의 타격감을 과시하고 있다. 찰리 컬버슨(타율 0.455)-키키 에르난데스(3홈런·7타점) 등 깜짝 스타도 등장했다.

휴스턴은 벼랑 끝에서 기사회생했다. 아메리칸리그 디비전시리즈에서 보스턴 레드삭스를 시리즈 전적 3승 1패로 물리친 휴스턴은 뉴욕 양키스와 챔피언십시리즈를 치렀다. 홈에서 먼저 2연승을 거뒀지만 내리 3연패하며 탈락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6차전 저스틴 벌랜더(7이닝 무실점), 7차전 찰리 모턴(5이닝 무실점) 호투 속에 열세를 뒤집고 12년 만에 월드시리즈 진출에 성공했다.

휴스턴은 카이클-벌랜더-모턴-랜스 매컬러스로 이어지는 탄탄한 선발진을 보유했다. 특히 벌랜더는 이번 포스트시즌 4경기에서 4승 무패, 평균자책점 1.46로 에이스 역할을 확실히 해주고 있다.

선발에 비해 불펜진이 불안한 건 걱정거리다. 휴스턴 불펜은 10경기에서 34이닝을 소화해 평균자책점 5.03에 그쳤다.

다저스가 탄탄한 마운드가 강점이라면, 휴스턴이 믿는 구석은 타선이다. '창(휴스턴)'과 '방배(다저스)'의 대결로도 요약할 수 있다. 휴스턴은 올해 정규시즌에서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가운데 팀 타율(0.282)·OPS(0.823) 1위, 홈런(232개) 2위에 올랐다.

특히 휴스턴에는 정규시즌 타율 1위(0.346) 호세 알투베가 있다.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작은 선수(1m65㎝)로 알려진 알투베는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타율 0.400, 5홈런·8타점을 기록하며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했다. 1루수 율리에스키 구리엘(타율 0.366), 유격수 알렉스 코레이라(3홈런·9타점) 등의 타격도 매섭다.

메이저리그 휴스턴 홈 구장인 미닛메이드파크에서 '휴스턴 스트롱'이라는 푯말을 든 한 관중. 휴스턴은 지난 9월 허리케인 하비로 큰 피해를 입었다. [휴스턴 AP=연합뉴스]

메이저리그 휴스턴 홈 구장인 미닛메이드파크에서 '휴스턴 스트롱'이라는 푯말을 든 한 관중. 휴스턴은 지난 9월 허리케인 하비로 큰 피해를 입었다. [휴스턴 AP=연합뉴스]

휴스턴 선수들은 지역 팬들을 위해서라도 우승을 반드시 차지하겠다는 각오다. 휴스턴 지역은 지난 8월 말 허리케인 '하비'로 큰 피해를 입었다. 이에 휴스턴 선수들은 유니폼에 '휴스턴 스트롱(Houston Strong)'이라는 패치를 붙이고 경기에 나서고 있다.

지난 2013년 10월 보스턴 홈구장 펜웨이크 파크에 적힌 'B 스트롱'. [보스턴AP=연합뉴스]

지난 2013년 10월 보스턴 홈구장 펜웨이크 파크에 적힌 'B 스트롱'. [보스턴AP=연합뉴스]

지난 2013년 보스턴 마라톤 테러가 일어난 이후 선수와 팬을 한데 묶은 슬로건 '보스턴 스트롱(B Strong)'과도 비슷하다. 그해 보스턴은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며 보스턴 사람들의 슬픔을 달랬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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