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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석 달간 7만4751가구 입주 봇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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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11월 입주 예정인 인천 송도더샵퍼스트파크. 내년 1월까지 전국 14만 가구가 집들이를 한다. [중앙포토]

11월 입주 예정인 인천 송도더샵퍼스트파크. 내년 1월까지 전국 14만 가구가 집들이를 한다. [중앙포토]

다음달부터 3개월간 전국에서 아파트 14만 가구가 새로 입주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60% 늘었다. 수도권에선 ‘입주 폭탄’으로 집주인이 세입자를 제대로 구하지 못하는 역(逆) 전세난이 나타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지난해 동기보다 물량 75% 늘어 #지방은 6만4203가구 새로 입주 #집주인 세 못 놓는 역전세난 우려 #집값 내리고 전세대란 안정 기대 속 #서울 물량 적어 지역별 양극화 예상

23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오는 11월부터 내년 1월까지 3개월 동안 전국 신규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13만8954가구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대비 57% 늘었다. 김영국 국토부 주택정책과장은 “수도권 신도시 등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2~3년 전부터 꾸준히 공급한 아파트가 올 하반기 입주를 본격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역별로는 수도권이 7만4751가구로 전년 동기대비 75% 늘었다. 구체적으로 11월 인천송도 3750가구(11월), 용인역북(2519가구), 12월 인천서창2(1908가구), 파주운정(3062가구), 화성봉담2(2416가구), 화성동탄2(1758가구), 내년 1월 인천청라(1581가구), 시흥배곧(1647가구), 평택동삭2(1849가구) 등이다. 지방은 6만4203가구로 전년 동기대비 41% 증가했다. 규모별로는 전용면적 85㎡ 이하 중소형 주택이 전체의 93%로 분석됐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아파트 입주 홍수는 당장 올 연말뿐 아니라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부터 2019년까지 3년간 수도권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이 55만여 가구다. 이중 내년이 21만여 가구로 연간 기준 역대 최대다. 2011~2016년 연평균 입주 물량(10만여 가구)보다 80% 많다.

대규모 입주 파장은 서울까지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도에 집을 두고 생활권은 서울인 경우가 많아서다. 최근 수년간 서울 전셋값이 크게 오르면서 서울 전세 보증금으로 경기도에 내집 마련을 한 경우가 많다. 좀 더 저렴한 전셋집을 찾아 경기도로 옮기기도 한다. 교통망 개선 등으로 서울 접근성은 점점 더 개선되는 추세다. 지난해 서울 인구 순유출은 13만여명으로 2002년 이후 가장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입주 물량이 단기간에 급격히 늘면 주택 시장에 충격이 불가피하다. 매매가격 상승세 불길을 잡는 ‘소방수’ 역할을 할 수 있다. 과거에도 그랬다. 1990년대 초반 경기도 분당·일산 신도시를 주축으로 한 정부의 200만 가구 건설 추진으로 아파트 공급이 크게 늘면서 전국적으로 평균 32% 넘게 치솟았던 아파트값 상승세가 91~93년 약세로 돌아섰다.

특히 전셋값에 미치는 영향이 직접적이다. 김포 한강신도시, 화성 동탄2신도시 같이 최근 입주가 몰린 수도권 지역에선 이미 전셋값 하락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국지적으로 집주인이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는 ‘역전세난’이 일어날 수 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많지 않지만 인근 수도권에선 2019년 1분기까지 분기당 8만여 가구씩 새 아파트가 공급된다. 전세 대란 불길을 잡기에 충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가격이 급락할 우려는 적다고 보는 분석도 있다. 서울 수요가 수도권 입주 물량으로 일부 분산될 수 있지만 공급은 여전히 부족해서다. 올 4분기 기준 서울 입주 예정 아파트는 5321가구다. 오히려 전년 동기(8531가구)보다 38% 줄었다. 최근 5년간 4분기 기준 2014년(3566가구) 다음으로 적다. 여기다 헌 집에서 새 아파트로 옮겨가려는 수요도 많다. 경기도 주택보급률(일반가구수 대비 주택수 비율)도 아직 100%에 못 미친다. 2015년 기준 주택수(426만여 가구)가 일반 가구수(435만여 가구)보다 10만 가구 가량 부족한 실정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수석전문위원은 “수도권 입주 물량이 크게 늘어나는 건 맞지만 서울 수요가 그대로 수도권으로 옮겨가는 것은 아니다. 지역별 양극화가 심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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