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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권력 시진핑의 신시대①]미군식 군제, 벽돌 찍듯 군함 제조 … “2050년 미군 이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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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중국 인민해방군의 위안위바이(袁譽柏) 남부 전구(戰區)사령원은 ‘시진핑(習近平) 군 개혁’의 상징이다. 해군잠수함학원을 졸업한 이래 줄곧 잠수함을 탔고 함장, 기지 사령관과 북해함대 사령관을 거치는 동안 단 한 번도 해군을 떠난 적이 없는 그가 올 초 중국 남부의 육해공군과 미사일부대까지 총괄 지휘하는 전구사령관이 됐다.

집권 2년간 반개혁 세력 치밀 제거 #해군 장성, 육군도 지휘하게 개편 #자국산 항모 진수 등 장비 현대화 #초음속 미사일 사거리, 미 함정 압도

미군에 비유하면 해군 장성이 태평양군 사령관을 맡아 휘하의 육해공 병력을 지휘하는 격이다. 시 주석의 군 개혁이 아니었다면 상상도 하지 못할 인사였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시 주석은 ‘싸워서 이기는(能打仗 打勝仗) 군대’를 군 개혁의 최상위 목표로 내걸었다. 뒤집어 말하면 시 주석이 보기에 여태까지의 중국인민해방군은 전쟁을 수행할 준비태세도, 싸워 이길 능력도 없었다는 의미다. 가장 큰 이유는 인민해방군의 오랜 체질과 낡은 제도 때문이었다. 2015년 12월의 편제개혁 단행 때까지 인민해방군에는 육군사령관이란 직책이 따로 없었다. ‘인민해방군=육군’이었고 해·공군은 육군과 평등한 군종이 아니라 부속 개념의 특수 병종에 지나지 않았다. 중국 대륙을 지역별로 나눈 7대 군구에 해·공군도 형식적으로 편입돼 있었지만 군구사령관은 평시엔 해·공군 부대에 대한 지휘권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현대전에 필수적인 합동작전을 위한 훈련이나 작전 개발은 뒷전이었다.

이를 깨고 시 주석은 연합참모부를 창설했다. 지난해 4월에는 직접 각반까지 찬 위장복 차림으로 연합참모지휘센터에 나타나기도 했다. 7대 군구는 5대 전구로 재편됐고 전구 사령관에는 그 전에 없던 합동작전지휘권이 주어졌다. 그리하여 해군 출신이 육군을 지휘하는 게 제도적으로 가능해진 것이다. 이는 수십 년간 계속돼 온 소련군식 편제 대신 미군식 제도를 도입한 것이다. 시 주석과 친분이 두터운 류야저우(劉亞洲) 상장은 “경쟁 상대인 미국의 장점을 흡수하기 위해서”라고 제도 개편 목적을 밝혔다.

기득권 세력의 반발을 사기 마련인 군 개혁은 치밀한 시나리오에 따라 진행됐다. 집권 후 2년 동안은 군내 부패 척결에 치중해 반(反)개혁 세력의 싹을 제거했다. 집권 3년차인 2015년부터는 ‘목 윗부분(脖子以上)’이라 불리는 상층 지휘부 개혁을 단행했고 올해부터는 ‘목 아래’ 부분인 실전 부대 개혁과 인원 재배치를 진행 중이다. 13개 집단군을 과감하게 8개로 감축하며 육군의 몸집을 줄이고 1만2000명이던 해병대를 4만 명으로 늘리기로 한 게 대표적이다.

제도 개혁, 체질 개선과 함께 힘을 쏟는 부분은 장비 현대화다. 올 4월 자국산 최초의 항공모함 진수를 포함해 올 상반기에만 중·대형 함정 10척을 건조했다. 서방국가의 베이징 주재 무관은 “마치 공장에서 벽돌 찍어내듯 군함을 건조하고 있다”며 “이런 추세가 5∼10년 계속된다고 생각하면 섬뜩해지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양뿐 아니라 성능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6월 말 진수한 055형 자국산 미사일 구축함은 스텔스 기능과 레이더 성능, 정보처리 능력, 순간 최고속도 등이 미군 주력인 줌월트보다 앞선다고 중국은 자부한다. 여기에 장착된 초음속 순항미사일 발사장치 YJ18의 사정은 540㎞여서 미군 함정을 압도한다. 해상전투가 벌어지면 미국 군함의 사정권 밖에서 공격을 가할 수 있다는 얘기다. YJ18 장착 구축함을 2020년까지 20척가량 취역시킬 전망이다.

시 주석은 18일 당대회 개막식에서 “2035년에 장비현대화의 기본 골격을 완성하고 2050년에 세계일류의 군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중국군이 종전 방어전략 위주에서 탈피해 해외에서의 전력투사(戰力投射)를 목적으로 하는 게 분명하다고 분석한다. ‘싸워 이기는 군대’로 거듭난 뒤 활동범위를 해외로 넓힌 중국군과 세계가 맞닥뜨릴 날이 다가오고 있다는 얘기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y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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