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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한달 째 미사일 발사 중단…눈치보기?, 숨고르기?

중앙일보

입력

북한이 지난달 15일 평양 순안공항에서 화성-12형 미사일 발사 이후 한 달째 조용하다. 북한이 미사일을 실은 트럭들의 움직임을 보이며 추석연휴 전부터 최근까지 군과 정보 당국이 북한군의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15일 오후 현재 실제 발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이전에도 미사일을 기습 발사한 적이 있다”며 “언제든지 미사일을 쏠 가능성이 있어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합동참모본부 발표 등 참고해 본지 재구성.

합동참모본부 발표 등 참고해 본지 재구성.

특히 정부는 올 들어 한 달 이상 북한이 미사일을 쏘지 않은 적이 없다는 점에서 북한의 동향 파악과 동시에 배경 분석에 들어갔다. 북한은 지난 2월 12일 평북 구성의 방현비행장 인근에서 고체연료 엔진을 장착한 북극성-2형 미사일 발사 이후 짧게는 7일(5월 21일), 길게는 29일(8월 26일)만에 미사일을 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지난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북한이 올들 어 14차례, 19발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탄도미사일만 고려하면 5월 29일 원산에서 스커드 미사일 개량형을 쏜 지 36일 만인 7월 4일 평북 구성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 쐈다. 하지만 6월 8일 지대함미사일을 발사했다는 점에서 최근의 모습은 ‘침묵’으로 여겨질 수 있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의 분석은 엇갈린다.

2월 12일 이후 14번 미사일 쏜 북, 지난 9월 15일 이후 조용 #'D-데이'로 여겼던 10일 당창건 기념일 넘겨 #도발 극대화 위한 숨고르기, 미국 군사적 행동 빌미 안주기 등 다양한 분석 #언제든 추가 도발 가능성있어 당국 예의주시

북한의 추가 도발이 예상되던 지난 7일 북한은 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2차 전원회의를 열어 당 중앙위원회와 당 중앙군사위원회 등에 대한 대대적인 인사를 실시했다.[연합뉴스]

북한의 추가 도발이 예상되던 지난 7일 북한은 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2차 전원회의를 열어 당 중앙위원회와 당 중앙군사위원회 등에 대한 대대적인 인사를 실시했다.[연합뉴스]

①큰 것 한 방 준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지난달 21일 “트럼프가 그 무엇을 생각했든 간에 그 이상의 결과를 보게 될 것”이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북한에서 최고지도자의 언급이나 입장표명은 헌법과 제도에 우선한다는 점에서 추가도발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가 강했다. 그래서 지난 10일 당 창건 기념일을 D-데이로 보는 관측이 많았지만 북한은 도발대신 노동당 전원회의를 통한 김정일 권력 굳히기에 들어가며 일단 위기는 넘어갔다.
하지만 북한의 추가도발 가능성, 오히려 미국을 압박할 수 있는 더 큰 ‘한 방’을 준비할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정부 당국자는 “김정은이 성명을 통해 공개적으로 입장을 냈다는 점에서 추가 도발 우려는 어느 때보다 크다”며 “18일 예정된 중국의 당 대회나, 다음달 11일 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동북아 순방 등 도발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시점을 고심할 수 있어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북한의 침묵이 추가도발을 위한 일종의 숨고르기 일 수 있다는 얘기다.

②미국 눈치보기= 북한의 6차 핵실험(지난달 3일)과 연이은 미사일 발사에 미군이 지난달 23일 B-1B 전략폭격기를 단독으로 북한 원산 앞바다 공해상에 파견했다. 이어 최근에는 핵추진잠수함과 로널드 레이건 항공모함 전단을 보내 한미 연합훈련을 실시할 예정이다. 무엇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폭풍 전의 고요” 또는 “북한에는 단 한 가지만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군사적 옵션 사용을 추정케 하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밝히고 있다. 김영수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북한의 움직임을 보면 무조건 도발 강도를 높여 위기를 고조시키기 보다는 위기를 조절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의 군사적 행동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공격 명분을 주지 않으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최근 미군 전략무기의 한반도 집결이 북한의 추가 도발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그러나 “한·미 연합훈련이 진행되면 이를 자신들의 도발 이유로 내세워 단거리 미사일 등을 쏘며 반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1만9000t급 핵추진 잠수함인 미군의 미시건함이 지난 13일 부산기지에 입항하고 있다. 한미는 이번주 동해상에서 한미연합훈련을 실시한다. 이번 훈련에는 한국의 함정들을 비롯 미군의 로널드 레이건 항공모함도 참여한다. [연합뉴스]

1만9000t급 핵추진 잠수함인 미군의 미시건함이 지난 13일 부산기지에 입항하고 있다. 한미는 이번주 동해상에서 한미연합훈련을 실시한다. 이번 훈련에는 한국의 함정들을 비롯 미군의 로널드 레이건 항공모함도 참여한다. [연합뉴스]

③대화 분위기 조성? = 미국을 방문 중인 김덕룡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은 14일(현지시간) “미국이 러시아를 통해 북한을 설득하는 작업이 지금 시도되고 있지 않은가 싶다”며 “그런 접촉이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을 통한 대북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도 미국이 북한과의 대화를 모색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한 실제 상황은 파악되지 않고 있다. 다만,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북한과 2~3개의 (대화)채널을 유지하고 있다는 밝힌 점을 감안하면 북미 간에 모종의 메시지가 오갈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은 올해 핵탄두나 미사일의 기술적 진전이 있으면 곧바로 실험에 나섰다”며 “올해 목표는 어느 정도 완수했을 수 있고, 레드라인(미국 본토 공격 능력 확보)을 넘는 건 마지막 수단인 만큼 추가 도발은 북미 간 눈치싸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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