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짤] 8·2부동산 대책 비판에 주사기 뭉치 등장한 사연

중앙일보

입력

12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자유한국당 정용기 의원이 주사기를 들고 부동산 대책 관련 질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12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자유한국당 정용기 의원이 주사기를 들고 부동산 대책 관련 질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정감사 현장에 주사기 뭉치가 등장했다. 자유한국당 정용기 의원이 12일 '8·2 부동산대책'을 비판하기 위해 들고나온 것이다.

언뜻 생각해 보면 쉽게 연관 지어지지 않는 '부동산대책'과 '주사기'의 사연은 이렇다.

강동구의 새 아파트 분양에 당첨된 심모(44)씨는 최근 정용기 의원실로 장문의 자필 편지를 보냈다.

심모(44)씨는 늦은 나이에 임신한 아이를 위해 아파트를 계약했지만 8·2 부동산 대책으로 인해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없게 됐다고 호소했다. [자유한국당 정용기 의원실 제공]

심모(44)씨는 늦은 나이에 임신한 아이를 위해 아파트를 계약했지만 8·2 부동산 대책으로 인해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없게 됐다고 호소했다. [자유한국당 정용기 의원실 제공]

심씨는 편지에서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인해 늦은 나이에 결혼했고, 아기가 잘 생기지 않아 시험관 시술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심씨는 지난해 대출을 받아 서울에 올라온 지 17년 만에 내 집 마련에 성공했다.

그러던 중 어렵게 임신에 성공했고, 태어날 아이를 위해 더 좋은 환경의 아파트 분양소식을 듣고 집을 계약했다. 심씨는 "8·2 부동산 대책이 나오자 저는 중도금 대출이 나오지 않는, 집이 2채나 있는 다주택자인 적폐세력이 됐다"고 적었다.

정 의원 관계자는 "심씨가 대출이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계약 파기를 막기 위해 여기저기 알아보고 다니다가 유산했다고 한다. 한 번 주사를 맞는데 드는 비용이 500만원인데 너무 억울해 주사기를 버리지도 못하겠다며 주사기도 함께 보냈다"고 전했다.

정 의원은 이날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국감에서 김현미 장관을 향해 배란 촉진제 주사기 뭉치를 들어 보이며 "이것은 힘겹게 임신에 성공했지만 8·2 대책으로 중도금 대출이 막히는 충격으로 유산한 40대 여성이 직접 배에 놓았던 주사기들"이라며 "대책으로 중도금 대출을 받지 못한 피해자들이 만든 모임 가입자가 2000명이 넘는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또 "김 장관은 다주택자는 집을 모두 팔라고 했지만 정부 1급 이상 고위 공직자의 42%가 다주택자로 나타났고 투기과열지구에 집이 있는 공무원도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고위 공직자는 집을 많이 갖고 있으면서 국민 다수를 죄악시할 수는 없다"며 "성경에 '죄 없는 자, 이 여인에게 돌을 던지라'라는 구절이 있는데, 공직자가 먼저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8·2부동산 대책을 통해 서울과 과천, 세종에 대해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를 각각 40%로 낮추고 서울 강남 4구 등 투기지역 내에서는 주택담보대출을 1가구당 1건으로 제한했다.

이에 따라 다주택자면서, 아직 은행과 중도금 대출계약을 하기 전인 단지를 분양받은 이들은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없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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