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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view &] 소득주도성장, 금융소득도 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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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

A기업에 다니는 갑돌이는 40대 후반으로 젊을 때부터 저축해놓은 돈이 4억원 정도 있다. 현재 자산 4억원에서 2% 수익을 내면 매년 800만원이 불어나는 데 반해 5%이면 2000만원이 증가해, 한 해에 무려 1200만원이 더 많다. 10년만 지나도 5% 수익의 금융자산에서 1억6000만원을 더 번다. 갑돌이는 나이가 들수록 근로소득 대비 금융소득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국민연금·퇴직연금·개인연금 등 #3000조 자산 연수익 1%P 높아져도 #1000만 명 임금 10% 오르는 효과 #근로자 금융자산 늘릴 복안 필요

갑돌이의 동료 갑순이는 30대 초반으로 노후 준비를 위해 국민연금뿐 아니라 퇴직연금, 개인연금 등에 납입하고 있다. 이들 연금만 중간에 찾지 않고 잘 관리해도 노후를 준비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갑순이는 지금부터 40년 정도 연금자산을 운용해야 한다. 연금자산을 매년 300만원 납입해서 40년 동안 운용할 경우, 수익률이 2%이면 40년 후 1억8000만원이 되지만 수익률이 5%면 3억8000만원이 된다. 근로소득이 아닌 금융소득으로 2억원을 더 모을 수 있다.

이번 정부의 경제정책 핵심은 소득주도 성장이다. 소득 증가를 통해 소비를 늘리고 이것이 투자로 이어져 경제가 성장한다는 메커니즘이다. 소득에는 근로소득뿐 아니라 사업소득, 이전소득, 금융소득 등이 있다. 과거 경제성장기에는 근로소득이 대부분이었지만 지금은 금융자산이 많아지고 있다. 특히 노후 대비 저축을 하면서 40, 50대에 이른 베이비부머들은 금융자산이 많은 세대다. 그러다 보니 베이비부머들은 근로소득뿐 아니라 금융자산을 잘 운용하여 수익을 높이는 것도 중요한 소득원이 됐다. 비단 베이비부머뿐 아니라 40년 이상 연금자산을 축적해서 노후를 준비해야 하는 젊은 층도 마찬가지다. 축적 기간이 긴 만큼 과거보다 금융자산 비중이 커지고 금융소득의 중요성도 커진다. 소득주도 성장에서 금융소득도 한 축이 돼야 하는 이유다.

현재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만 해도 1000조원을 넘는다. 국민연금만 해도 2043년에 2500조원 수준으로 증가하며, 퇴직연금은 그 이후로도 지속해서 증가할 전망이다. 국민연금의 자산이 줄어들 때쯤이면 퇴직연금이 이를 뒷받침할 정도로 증가한다고 한다.

금융자산에서 나오는 금융소득은 의외로 높다. 3000조원의 금융자산을 가정해보자. 지금보다 1%포인트만큼 수익률을 높이면 한 해 수익이 30조원 더 많아지고 2%포인트를 더 높이면 60조원 더 많아진다. 30조원은 연봉 3000만원 근로자 100만명이 버는 돈에 해당한다. 혹은 3000만원 연봉을 받는 1000만명 근로자의 임금이 10% 오른 것과 맞먹는다. 수익률을 2%포인트 올리면 각각 200만명, 2000만명에 해당한다.

금융소득은 경제성장의 중요한 의제가 돼야 한다. 현재 축적되는 금융자산은 효율적으로 운용되고 있지 않다. 원리금 보장상품으로 주로 운용되고 있으며 국내자산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이나 한국투자공사는 짧은 기간에 전향적으로 변모했지만, 퇴직연금, 개인연금과 같은 사적연금 영역은 여전히 답보상태다. 세계적으로 공적연금의 비중을 줄이고 사적연금의 비중을 늘려가는 추세에서, 정작 사적연금의 운용이 뒤떨어져 있는 셈이다.

금융자산에서 금융소득을 높이는 길은 예금보다는 투자에 있다. 특히 연금과 같은 장기상품은 장기적으로 높은 수익을 내는 투자와 궁합이 맞다. 투자는 자산의 수익성을 높일 뿐 아니라 다른 긍정적 외부효과를 수반한다.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하면 돈을 실물 투자로 연결한다. 벤처기업에 돈이 더 많이 가게 할 수 있다.

우리가 해외기업 주식에 직접 투자하게 되면 해당 기업의 이사회에 참석할 수 있고 이를 통해 그 기업의 전략을 파악할 수 있다. 해외 금융시장에 투자하면 국제금융시장 동향을 보다 빨리 파악하여 금융위기에 대처할 수 있다. 이들은 수치로 드러나지 않는 편익이지만 장기적으로 우리나라 경제성장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고령화 사회에서는 금융소득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소득은 근로소득이라는 고정관념을 바꿀 필요가 있다. 금융소득을 증가시키기 위한 사회적 의견일치와 구체적 프로세스가 필요하다.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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