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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실적 호조 … 배당주 펀드에 돈 몰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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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찬바람이 불면 돌아온다는 배당주 인기. 올해도 예외는 없다. 지난해를 뛰어넘는 올해 기업 실적에 대한 투자자의 기대감이 배당주 몸값을 올려놓고 있다. 배당주 바람은 펀드시장으로도 옮아갔다.

코스피 상장사 영업이익 187조 전망 #사상 최대였던 작년보다 36% 늘 듯 #지난달 배당 주식형 2500억 순유입 #전자·IT·은행·통신·정유주 주목 #배당 성향, 실적 추이 등 따져봐야

11일 펀드평가사 KG제로인에 따르면 올 9월 배당 주식형 펀드에 2477억원 자금이 새로 들어왔다. 배당을 많이 하는(고배당) 종목에 주로 투자하는 65개 펀드에 한 달 새 2500억원 가까운 자금이 순유입(유입-유출)됐다. 북핵 위기로 증시가 주춤했던 9월 일반 주식형 펀드(-3177억원), 인덱스 펀드(-3285억원), 중소 주식형 펀드(-388억원), 테마 주식형 펀드(-840억원) 모두에서 돈이 빠져나갔는데 배당주 펀드만 예외였다.

배당주 펀드

배당주 펀드

배당주 펀드의 경우 올해 1~5월 자금이 빠져나가다 6월부터 흐름이 바뀌었다. 6월 1646억원, 7월 2067억원, 8월 2130억원이 순유입되는 등 배당주 펀드 인기는 연말이 가까워질수록 달아오르는 중이다. 배당주 투자에서 봄은 수확하고, 가을은 씨를 뿌리는 계절이다. 상장사 대부분이 12월에 결산을 하는데 매년 12월 26일 기준 주식을 보유한 주주에게 배당이 나간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10월을 배당주 투자의 계절로 꼽는 이유다.

올해는 배당주에 대한 기대가 한층 높다. 이날 에프앤가이드 집계를 보면 올해 코스피 상장사 영업이익 전망치는 186조8662억원이다. 사상 최대였던 지난해(137조2532억원)보다 36.1%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따라 기업의 배당도 늘어날 전망이다. 높아지는 기관·외국인 투자자의 배당 압박, 주주 수익 환원을 강조하는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확산, 기업 실적 호조 등에 힘입어서다. 2013년 1.03%였던 코스피 배당 수익률은 지난해 1.66%로 상승했다. KB증권 등은 올해 코스피 배당 수익률을 지난해보다 높은 1.77%로 전망했다. 다른 선진국과 비교하면 여전히 짠물 배당이지만 상황은 나아지는 중이다.

이날 코스피가 2458.16로 마감하며 역대 최고치로 올라선 이유도 달아오른 실적 기대감 덕이다. 11일 기준 코스피 업종별 상승률 1·2위는 전자(7.31%)와 생명보험(6.5%)이었다. 고배당주로 꼽히는 정보기술(IT)과 금융이 나란히 상위에 올랐다.

배당주 펀드

배당주 펀드

배당주 펀드 실적도 나쁘지 않다. KG제로인이 낸 통계를 보면 배당 주식형 펀드의 최근 1년 수익률은 15.77%다. 일반 주식형(12.16%), 중소 주식형(3.3%)을 앞질렀다. 코스피200 지수를 따라가는 인덱스 펀드(24.1%)에만 뒤졌다.

이런 배당주 투자에도 옥석 고르기가 중요하다. 윤정선 KB증권 연구원은 “배당주 투자를 위해 종목을 선택할 때 ‘꾸준히 배당을 해왔는가’ 만큼 중요한 부분이 ‘최근 실적이 좋았는가’다”라며 “과거 배당을 많이 했던 종목이라도 올해 실적에 따라 배당 여부, 배당 규모가 갈릴 수 있으니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배당 얻으려다 주가 수익률 잃는’ 가능성도 생각해야 한다. 김지혜 교보증권 연구원은 “배당 수익률이 높은 고배당주를 포트폴리오에 편입할 경우 배당부일(12월 26일)까지의 주가 하락으로 인해 자본 이득 측면에서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지난해 배당 성향이 높으면서 올해 실적 성장이 기대되는 종목을 추려야 한다”고 밝혔다. 노동길 신한금융투자 책임연구원은 “배당 성향이 높고, 이익도 많이 났으면서 설비 투자 수요가 적은 은행·통신·정유주가 올해도 배당주로 주목을 끌고 있다”고 말했다.

배당주 펀드에 투자할 때도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단기 투자하려면 매년 6~10월, 장기 투자하려면 최소 2년 이상을 배당주 투자 적정 기간으로 본다. 이민홍 한국투자증권 상품전략부 팀장은 “배당주 펀드는 특정 업종에 집중 투자하는 펀드가 아니기 때문에 변동성이 덜하다”며 “과거 안정적으로 수익을 냈고 자금 유입도 꾸준한 펀드를 선택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이 팀장은 “여러 배당 펀드가 있지만 편입 종목과 구성이 대부분 비슷하다”며 “수수료와 보수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펀드를 고르면 된다”고 덧붙였다.

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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