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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주변으로 속속 집결하는 미국의 전략자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미 공군의 B-1B가 10일 괌 앤더슨 기지에서 출격하고 있다. 이날 B-1B 2대가 한국 공군의 F-15K 2대와 함께 야간 연합 훈련을 했다. [미 태평양사령부]

미 공군의 B-1B가 10일 괌 앤더슨 기지에서 출격하고 있다. 이날 B-1B 2대가 한국 공군의 F-15K 2대와 함께 야간 연합 훈련을 했다. [미 태평양사령부]

한반도 주변으로 전략폭격기ㆍ핵추진 잠수함ㆍ핵추진 항모 등 미국의 전략자산들이 속속 집결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는 10일 오후 괌 앤더슨 기지에서 출격한 미 공군의 전략폭격기 B-1B 2대가 한국 공군의 F-15K 전투기 2대와 함께 연합훈련을 벌였다고 밝혔다.

B-1B 편대는 이날 오후 8시 50분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에 진입한 뒤 동해 상공에서 공대지 미사일인 재즘(JASSM)-ER(AGM-158B)을 가상 목표에 발사하는 훈련을 했다. 재즘-ER은 사거리 900km 이상을 날아가 목표물을 정확히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이다. 이후 한국 공군의 F-15K 편대의 엄호를 받으며 내륙을 통과해 서해상에서 한 차례 더 가상 공대지 미사일 사격훈련을 했다.

B-1B의 한반도 야간 출격은 지난달 23일 이후 17일 만이다.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북한 동쪽 공역(空域) 깊숙이 들어간 지난달 23일과 달리 이날 B-1B 편대는 군사분계선(MDL)에서 남쪽으로 한참 떨어진 비행경로를 선택했다. 북한은 이번에도 전투기를 띄워 대응하지 않았다고 한다.

청와대는 B-1B 편대의 한반도 전개에 대해 “한ㆍ미 전략자산에 대한 순환 전개가 합의됐던 만큼, 그 일환이라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북한의 노동당 창건 기념일인 10일 북한이 가장 꺼리는 B-1B를 보낸 미국의 의도가 예사롭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이 10일을 즈음해 핵ㆍ미사일 도발을 감행할 경우를 대비한 작전일 가능성도 있다.

미 해군의 LA급 잠수함 투산함(SSN 770)이 지난 7일 진해 해군기지에 입항하고 있다. 이 잠수함은 11일 오후 진해를 떠나 작전에 투입됐다. [사진 미 태평양사령부]

미 해군의 LA급 잠수함 투산함(SSN 770)이 지난 7일 진해 해군기지에 입항하고 있다. 이 잠수함은 11일 오후 진해를 떠나 작전에 투입됐다. [사진 미 태평양사령부]

미국 해군의 핵추진 잠수함 투산함(SSN 770)도 지난 7일 경남 진해 해군기지에 입항한 사실을 미 태평양사령부가 11일 공개했다. 투산함은 미국의 로스앤젤레스급 공격핵잠(SSN)이다. 핵 전쟁을 수행하는 전략핵잠(SSBN)과 달리 적의 함선이나 잠수함을 격침하는 목적으로 건조됐다. 그래도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최소 12발을 장착하고 다닌다.

투산함은 11일 오후 진해를 떠났다. 김진형 전 합참 전략기획부장(예비역 해군 소장)은 “작전 도중 물ㆍ식량 등 군수품을 적재하러 진해를 들른 뒤 다시 작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핵추진 잠수함인 미시간함(SSGN 727)도 이르면 14일 한국을 찾는다. 이 잠수함은 최대 사거리 1600㎞의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는 토마호크 순항 미사일 154발을 싣고 다닌다.

핵추진 항모 로널드 레이건함(CVN 76)은 17일 한반도 근해에서 한국 해군과 연합훈련을 시작한다고 복수의 군 소식통들이 전했다. 로널드 레이건함은 현재 남중국해에서 작전 중이다.

군 소식통은 “훈련 기간은 일주일이며, 로널드 레이건함 등 한ㆍ미 연합 함대가 북방한계선(NLL) 가까운 공해까지 북상하는 방안을 놓고 미국과 조율 중”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지난 6일 모항인 샌디에이고를 떠난 시어도어 루스벨트함(CVN 71)과의 연합훈련 계획은 현재로선 없다”고 말했다.

신원식 전 합참 차장은 “미국은 다양한 전략자산을 동원해 북한을 피곤하게 만들면서 북한이 핵ㆍ미사일 이외 재래식 전력에도 투자하도록 하는 심리적 전략을 쓰고 있다”며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으로부터 보고받은 다양한 옵션 중 하나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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