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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워싱턴 싱크탱크까지 장악한 해병대의 4성 장군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013년 4월19일 당시 6명의 해병대 현역 4성 장군들이 한 자리에 모여 찍은 사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존 켈리 현 백악관 비서실장, 제임스 매티스 국방부 장관, 조지프 던퍼드 합참의장, 제임스 아모스 당시 해병대사령관, 존 앨런 브루킹스 연구소 신임 소장, 존 팩스톤 주니어 당시 해병대부사령관.

2013년 4월19일 당시 6명의 해병대 현역 4성 장군들이 한 자리에 모여 찍은 사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존 켈리 현 백악관 비서실장, 제임스 매티스 국방부 장관, 조지프 던퍼드 합참의장, 제임스 아모스 당시 해병대사령관, 존 앨런 브루킹스 연구소 신임 소장, 존 팩스톤 주니어 당시 해병대부사령관.

해병대 4성 장군들이 워싱턴을 장악했다.
행정부(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백악관(존 켈리 비서실장), 군(서열 1위 조지프 던퍼드 합참의장)에 이어 워싱턴의 상징인 '싱크탱크(정책 전문가 그룹)'의 최고봉 브루킹스 연구소까지 접수한 것이다. 브루킹스 연구소는 9일(현지시간) "지난 15년 동안 소장을 맡았던 스트로브 탈보트(70·전 국무부 차관)의 뒤를 이어 존 앨런 전 해병대 사령관(63)이 다음 달 6일부터 새로운 리더가 된다"고 발표했다. 101년 역사의 브루킹스에서 군 출신 인사가 소장이 된 것은 처음이다. 게다가 브루킹스는 그동안 민주당에 매우 가까운 진보적 성향을 보여왔기 때문에 이번 인사는 더욱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신임 앨런 소장은 현 트럼프 행정부 해병대 라인의 직계에 해당한다.

행정부(매티스 국방)-백악관(켈리 비서실장)-군(던퍼드 합참의장) 이어 싱크탱크까지 #브루킹스연구소 새 수장에 존 앨런 전 아프간사령관 선임 #끈끈한 정으로 단결력 과시, 앨런은 지한파로 '선제공격' 반대

76년 소위로 임관한 앨런은 2010년 중부사령부 부사령관으로 재직 시 직속 상관인 중부사령관이 매티스 장관이었다. 이후 앨런은 대장으로 승진해 주아프간 사령관 겸 나토 국제안보지원군(ISAF) 사령관이 됐다. 2013년 4월 전역한 앨런의 후임 사령관은 던포드 현 합참의장. 끈끈한 정으로 서로 밀고 당기며 끌어주던 동료였던 셈이다.
앨런 소장은 한국 사정에도 밝다. 준장 시절 미 국방부 장관실에서 3년 동안 아시아태평양 정책 선임 국장을 맡아 한반도 업무를 했다. 북핵 6자회담에도 관여했다. 또 던퍼드 합참의장과 마찬가지로 앨런 소장 역시 부친이 해군 소령으로 한국전쟁에 참전했다. 앨런 소장은 공사석에서 "어릴 때부터 한국에 관해 많은 이야기를 듣고 자랐고 많은 애정을 느낀다"고 말하곤 했다. 한국군과 합동군사훈련을 자주 해 한반도 지형지물에 대해서도 이해가 깊다고 한다. 38년의 해병대 복무를 마친 뒤 2013년부터 브루킹스 연구소에서 이슬람국가(IS)부터 북한 문제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군사외교 관련 연구를 해 왔다.
따라서 앨런 소장이 트럼프 행정부 내에 포진한 해병대 출신 핵심 인사들에 북한 해법과 관련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공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2010년 중부사령부 부사령관으로 있던 존 앨런(왼쪽)이 당시 중부사령부 사령관이던 제임스 매티스 현 국방부장관과 나란히 서 있는 모습.

2010년 중부사령부 부사령관으로 있던 존 앨런(왼쪽)이 당시 중부사령부 사령관이던 제임스 매티스 현 국방부장관과 나란히 서 있는 모습.

그는 미국의 대북 선제타격에는 강하게 반대하는 입장이다. '한반도 위기론'이 한창이던 지난 4월 18일 브루킹스 연구소 소속 고참 연구원들과의 좌담회에서 그는 자신의 소신과 경험담을 섞어 다음과 같이 강한 입장을 피력했다.
"(북한의 반격으로) 우리 동맹국(한국)의 수도는 수많은 인명 피해와 함께 결딴날 것이다. 또 주일 미군의 한반도 투입을 막기 위해 일본에 대한 미사일 맹폭이 이뤄질 수 있다. 한반도에선 수일 만에 수십 만명이 희생될 것이다. 남쪽으로 향하는 거대한 피난민 대열은 한·미 연합군의 전투 기동과 전투 자체를 매우 어렵게 만들 것이다. 내가 DMZ(비무장지대) 일대에서 다수의 군사훈련을 하면서 직접 지형을 살펴 본 경험에서 보자면 대북 선제공격과 그에 이은 거대한 전쟁을 분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게 가능하다는 생각은 너무나 무모하다."
앨런 신임 소장은 자신이 강의를 나갔던 예일대에서 겪었던 일도 소개했다. "지난 주(4월 중순) 예일대에서 강의를 마치자 한 한국 여학생이 두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내게 다가와 '정말 미국은 선제타격할 준비를 하고 있느냐'고 물었다. '가족이 서울에 있다'면서. 한국인들은 선제타격이 있으면 어떤 일이 생길지 모두 잘 안다. 난 그 여학생에게 '핵탄두를 탑재한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이 발사태세라는 점이 확실할 때 (미국은) 선제타격하게 될 것'이라고 답해줬다. 하지만 그 이전에 여러 징후들이 있을 것이다."
그는 또 미국이 북한 미사일 요격을 지나치게 예고할 경우 북한이 (한국의) 작은 마을을 때리는 식의 재래식 도발 행동을 할 가능성도 우려했다.
다만 앨런은 트럼프 대통령과는 악연을 갖고 있다. 지난해 7월 트럼프가 미군의 능력을 비하하는 취지의 발언을 하자 "모욕감을 느낀다"며 힐러리 클린턴 후보 지지를 선언한 것. 지난해 7월 민주당 전당대회 때는 찬조연사로 나섰다. 이에 트럼프는 즉각 "그는 실패한 장군이다. IS 격퇴를 이끌었지만 별로 잘 하지 못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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