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펜스 부통령 'NFL 깜짝 방문'에 최소 24만불 소요?…"혈세 낭비" 후폭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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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프로풋볼(NFL) 경기를 찾았다가 선수들의 '무릎 꿇기' 저항운동에 자리를 박차고 나간 가운데 '혈세 낭비'라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펜스의 경기장 방문에 24만달러 넘는 세금이 소요됐다는 추정이 나오면서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 [중앙포토]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 [중앙포토]

펜스 부통령은 이날, 과거 주지사를 역임했던 인디애나주를 찾아 인디애나폴리스 콜츠와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의 경기장을 방문했다. 포티나이너스는 국기에 대한 경례 거부 운동인 '무릎꿇기'에 처음 나섰던 쿼터백 콜린 캐퍼닉의 은퇴 전 소속팀이다. 캐퍼닉의 은퇴 이후에도 포티나이너스는 '무릎꿇기' 저항의 중심이었다.

이날 경기에서도 포티나이너스 선수 20여명은 국가연주 당시 가슴에 손을 얹는 경례를 하지 않고 경기장에서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았다. 관중석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던 펜스 부통령은 이에 즉각 경기장을 떠났다. 그간 포티나이너스 선수들이 이같은 저항 운동을 이어왔던 만큼, 펜스 부통령의 '깜짝 방문'과 '깜짝 퇴장'은 "정치적 쇼"라는 비난을 받게 됐다.

크리스피 머피 민주당 상원의원은 "납세자들이 부담한 수백만 달러짜리 정치적 곡예"라고 비난했고, 보수성향 싱크탱크인 미국기업연구소(AEI)의 노먼 온스타인 연구원도 "오늘 펜스 부통령과 함께 가짜 애국심 조작의 새로운 국면이 전개됐다"며 "미리 계획한 포티나이너스 무릎 꿇기 후 콜츠 경기 조기 퇴장, 그리고 트윗"이라고 꼬집었다.

[사진 CNN 홈페이지]

[사진 CNN 홈페이지]

이같은 지적에 미국 CNN은 이날 펜스 부통령의 행보에 투입된 경비를 추산한 결과 24만 2500달러(약 2억 7800만원)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그가 '에어포스 투'를 이용해 라스베이거스에서 인디애나폴리스로, 이후 로스앤젤레스로 향하는 동안 소요된 것으로 추정되는 경비다.

CNN의 추산에 따르면, 미 공군의 '에어포스 투(Air Force 2)' C-32 항공기는 한 시간 비행에 3만 달러가 소요된다. 이에 펜스 부통령이 라스베이거스에서 인디애나폴리스까지 3시간 20분을 비행하는데 10만 달러, 인디애나폴리스에서 로스앤젤레스까지 4시간 45분을 비행하는데 14만2천500달러가 각각 들었다는 것이다.

여기에 펜스 부통령의 NFL 경기장 방문으로 경호팀의 사전 답사, 비밀경호 임무수행, 지상 지원 서비스 등에 투입된 비용이 추가적으로 들어갈 수 밖에 없다는 것이 CNN의 지적이다. 또 CNN은 "펜스 부통령이 이날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리는 공화당 전국위원회 행사에 참석하는 것을 고려하면 소요된 비용이 일부 차감될 수 있겠지만 그가 라스베이거스에서 로스앤젤레스까지 바로 갔다면 비용은 4만5천 달러에 불과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시사지 '애틀란틱'도 펜스 부통령의 NFL 경기장 방문을 놓고 "정치적 곡예를 위한 NFL 경기 방문에 대부분의 미국인이 1년에 쓰는 여행경비보다 더 큰 비용을 지출했다"며 비난의 목소리를 냈다.

박상욱 기자 park.lepremi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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