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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유커 급감했지만, 추석연휴 경북 관광지 방문객 넘친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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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추석 연휴는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9일까지 최장 열흘 동안 이어졌다. 쉽게 찾아오지 않는 긴 연휴인 만큼 경주와 안동 등 경북의 관광명소들에도 방문객들이 넘쳤다.

최장 열흘 달하는 올해 추석 연휴 기간 #경주시 관광명소 방문객 80만 명 추산 #동궁과 월지 하루 평균 2만여명 방문해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도 123만명 '대박' #중국 사드 보복으로 유커 발길 끊겼어도 #국내·다른 국가 관광객들로 북새통 이뤄

이번 연휴엔 중국 정부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보복으로 유커(游客·중국인 단체 관광객)의 발길이 뚝 끊겼지만, 유커의 빈 자리를 채우고도 남을 만큼 국내 관광객들로 관광 명소마다 장사진을 이뤘다.

경북 경주시 동궁과 월지가 추석 연휴 기간 찾은 방문객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사진 경주시]

경북 경주시 동궁과 월지가 추석 연휴 기간 찾은 방문객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사진 경주시]

경북에서 관광지로 가장 유명한 경주시에는 연휴 기간 내내 인파가 몰렸다. 경주 관광객의 필수 코스라고 불리는 동궁과 월지에는 하루 평균 2만여 명의 관광객들이 매표소로 몰려들었다. 연휴 기간 동안 동궁과 월지에는 15만여 명이 몰린 것으로 경주시는 추산하고 있다.

서울에서 가족과 함께 경주를 찾은 김창덕(43)씨는 "이런 곳이 우리나라에 있었구나 싶을 정도로 인상적이다. 잘 보존된 유적들과 야경이 너무 아름다워 가족들과 함께 오기를 정말 잘한 것 같다"고 말했다.

추석 연휴 기간 중 경북 경주시 동부사적지를 찾은 방문객들. [사진 경주시]

추석 연휴 기간 중 경북 경주시 동부사적지를 찾은 방문객들. [사진 경주시]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는 이른바 '황리단길'도 북새통을 이뤘다. 경주시 황남동 포석로에 위치한 '황리단길'은 황남동과 서울 이태원의 경리단길을 합친 단어다. 경리단길처럼 젊은이들의 취향을 저격하는 카페나 식당이 밀집해 있다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동부사적지에 위치한 대릉원에는 연휴 기간 동안 12만여 명이 찾았다. 경주 동궁원에도 가족 단위의 관광객이 몰리면서 3만여 명이 입장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양동마을에도 1만5000여 명이 방문했다.

연휴 기간 동안 경주를 찾은 방문객은 모두 80만여 명으로 추산된다. 경주시는 이 중 2만여 명이 외국인 관광객이라고 파악하고 있다. 경주시 관계자는 "2만여 명 중 일본인이 5000여 명, 대만인이 4000여 명, 중국인이 1700여 명, 나머지는 동남아 국가와 서구권 방문객"이라며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으로 중국인 단체 관광객은 찾아보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추석 연휴 기간 중 경북 경주시 황남동의 '황리단길'을 찾은 방문객들이 길을 걷고 있다. [사진 경주시]

추석 연휴 기간 중 경북 경주시 황남동의 '황리단길'을 찾은 방문객들이 길을 걷고 있다. [사진 경주시]

경북의 또 다른 관광명소인 안동은 추석 연휴 기간인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8일까지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을 개최해 '대박'을 쳤다. 축제에 123만 명이 방문해 역대 최다 방문객 기록을 세우면서다.

9일 안동시에 따르면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에는 외국인 5만6000여 명(지난해 5만3000여 명)을 포함해 123만여 명이 방문, 지난해 107만 명보다 16만 명가량 많은 방문객 수를 기록했다. 추석 다음날인 5일 하루에만 16만 명이 몰렸다.

하지만 공연장을 찾은 외국인들은 대부분이 미국과 유럽에서 찾아온 관광객들이었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자취를 감춘 상황에서도 서구권 방문객들의 수가 늘어나 오히려 지난해보다 외국인 전체 방문객 수가 3000여 명 늘어났다.

공연팀으로 참가하기로 했던 중국 공연단 2팀 중 1팀이 중국 정부가 비자 발급을 해주지 않아 방한조차 하지 못하기도 했다. 축제 관계자는 "중국 쓰촨성(四川省)의 공연팀 20여 명이 단체 비자를 신청했는데 발급을 받지 못했다. 또 다른 팀인 랴오닝성(辽宁省) 공연팀 17명은 개인 비자를 신청해 방한을 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추석 연휴 기간 중 열린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을 찾은 외국인들이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 안동시]

추석 연휴 기간 중 열린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을 찾은 외국인들이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 안동시]

김종수 경북도 문화체육관광국장은 "사드 문제는 한국 정부와 중국 정부가 원만히 합의를 이끌어내 예전과 같은 중국인 방문객 수를 회복하길 바란다"면서도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 사태를 겪으면서 더 이상 '중국 일변도'의 관광 정책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경북도의 생각이다. 성장하고 있는 동남아 국가들을 대상으로 홍보 활동을 넓히고 동시에 국내 관광객을 유치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경주·안동=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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