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는 조상땅만 있나...‘묻혀있는 주식 찾아드립니다’ 방법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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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0대 할아버지가 한국예탁결제원 사무실을 찾아왔다. 묻혀있던 주식을 찾아가라는 예탁결제원 안내장을 들고서다. 그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가 닥치기 직전인 20여 년 전 “투자해 보지 않겠냐”는 지인의 말에 한 창업 회사에 투자했다.

최근 5년간 주인 찾은 미수령 주식 311억원어치 #한국예탁결제원 ‘주식 찾기’ 1년 내내 가능 #주민등록번호 입력, 본인 인증 거치면 간단 확인 #위임 받으면 본인 아닌 대리인 수령도 할 수 있어

예탁결제원 직원에게 그는 “IMF도 있었고 회사가 망했거니 해서 잊어버리고 있었다. 투자한 돈이 어디에 쓰였는지도 몰랐다. 투자한 돈도 몇백만원인지 1000만원인지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추석 명절 만난 친척 사이 재테크 얘기가 빠지지 않는다. [중앙DB]

추석 명절 만난 친척 사이 재테크 얘기가 빠지지 않는다. [중앙DB]

할아버지가 투자한 회사는 멀쩡한 코스닥 상장 기업으로 성장해 있었다. 투자한 돈도 운영 자금으로 쓰이지 않고 주식으로 발행돼 있었다. 할아버지 명의로 보관돼 있던 주식 수는 1만 주. 주당 2만5000원으로 총금액은 2억5000만원에 달했다. 할아버지 본인도 모르고 있던 주식이 2억5000만원 알짜 자산으로 돌아왔다.

추석을 맞아 오랜만에 모인 가족 사이에 돈 얘기가 빠지 않는다. 숨어있는 조상 땅만 바랄 게 아니다. 묻혀있는 주식도 있다. 미수령 주식이다.

보통 증권사를 통해 일반 주식을 사고팔면 이런 일이 잘 생기지 않는다. 주식 배당, 무상 증자 같은 변수가 생겨도 전자 시스템에 따라 해당 자금은 본인 명의 증권계좌로 자동으로 들어온다. 하지만 위 할아버지 사례처럼 증권사를 거치지 않고 발행된 주식을 직접 소유하게 되는 상황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숨어있는 조상땅만 있는 게 아니다. 묻혀있는 주식도 있다. [중앙포토]

숨어있는 조상땅만 있는 게 아니다. 묻혀있는 주식도 있다. [중앙포토]

명의개서, 상장, 무상 증자 등 변화가 생겨도 주소지 변경, 주식 양도 같은 이유로 통지문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일이 종종 생긴다. 주주 명부상엔 이름이 올라있는데 정작 본인은 갖고 있는지도 모르는 미수령 주식이 생겨날 수 있다.

예탁결제원은 2009년부터 해마다 한두 번 캠페인을 벌여 행정자치부 주민등록 전산자료를 가지고 미수령 주식 소유자의 현재 주소를 파악해 ‘주식수령 안내문’을 발송하고 있다. 서보영 예탁결제원 증권대행부 팀장은 “최근 5년간 캠페인을 통해 2557명이 주식 383만 주를 찾아갔다”며 “시가로 따지면 311억원 규모”라고 말했다.

한국예탁결제원 전경. [중앙포토]

한국예탁결제원 전경. [중앙포토]

코스피ㆍ코스닥 상장 기업 주식뿐만 아니라 코넥스, K-OTC 같은 장외시장 주식도 찾을 수 있다. 예탁결제원은 매년 한두 달 캠페인을 벌이는데 이 기간이 아니더라도 연중 내내 미수령 주식 찾기가 가능하다. 주식을 찾아보는 방법은 그리 어렵지 않다.

먼저 예탁결제원 홈페이지(www.ksd.or.kr)를 방문한다. 그리고 ‘e 서비스’로 들어가면 ‘주식찾기’ 항목이 뜬다.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하고 공인인증서 인증이나 휴대폰 인증을 받으면 간편하게 조회할 수 있다.

한국예탁결제원 주식 찾기 사이트. [사진 사이트 캡쳐]

한국예탁결제원 주식 찾기 사이트. [사진 사이트 캡쳐]

미수령 주식이 있다는 공지가 뜬다면 ‘빙고’. 주식 찾기 사이트 아래에 있는 ‘주권 수령증’을 내려 받은 다음 신분증을 가지고 예탁결제원(주소는 부산 남구 문현금융로 40 부산국제금융센터)을 찾아가면 된다. 본인이 아닌 대리인도 주식 수령이 가능하다. 주주 본인의 신분증 사본, 인감 증명서, 대리인 신분증을 챙긴다. 또 내려 받아 놓은 주권 수령증 위임란에 인감이나 날인을 미리 해둬야 한다.

인터넷 사용이 쉽지 않다면 전화 문의도 가능하다. 예탁결제원 명의개서팀(02-3744-3018, 3202, 3209, 3407)으로 연락하면 미수령 주식 찾는 절차를 안내 받을 수 있다.

주식뿐만 아니라 휴면 예금과 보험금 찾기도 온라인에서 간편하게 가능하다. 휴면 예금은 계좌정보통합관리서비스 사이트(www.accountinfo.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휴면 보험금은 보험개발원 홈페이지(www.kidi.or.kr)를 통해 조회하고 찾아갈 수 있다.
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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