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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갈래로 공중분해된 日 제1야당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일본 제1야당인 민진당이 결국 해체 수순을 밟게 됐다.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민진당 대표대행은 2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희망의당에 합류하지 않은 민진당 세력을 중심으로 신당 창당의 뜻을 밝혔다. 당명은 민진당의 옛 이름인 '민주당'을 변형해 ’입헌(立憲)민주당'으로 정했다.

에다노 유키오 민진당 대표대행 '입헌민주당' 창당 #고이케의 희망의당 공천 배제자ㆍ비합류파 규합 #민진당은 희망의당 ㆍ입헌민주당ㆍ무소속으로 분열

에다노 대표대행은 "국민생활의 안심, 입헌주의, 민주주의, 자유로운 사회를 제대로 지키기 위해 입헌민주당을 결성하기로 결의했다.아베정권의 폭주를 멈추게할 역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민진당은 ^희망의당 합류파 ^입헌민주당 참여파 ^무소속 등 세 갈래로 공중분해됐다.

신당에는 민진당 내 리버럴계(진보계열) 인사로 분류되는 츠지모토 기요미(辻元清美) 민진당 간사장 대행, 나가쓰마 아키라(長妻昭) 당 선대위원장 등 5명 이상이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마에하라 세이지 민진당 대표가 28일 오전 당 상임간사회에서 민진당의 희망당 합류 방침을 밝히고 있다. [지지통신]

마에하라 세이지 민진당 대표가 28일 오전 당 상임간사회에서 민진당의 희망당 합류 방침을 밝히고 있다. [지지통신]

이들 리버럴계는 당초 희망의당 합류방안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본류가 보수인 희망의당과 정책이나 이념에서 전혀 다른 노선을 취하고 있어 거부감이 컸다. 특히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희망의당 대표가 내건 공천선발 기준은 이들의 정체성과도 직결되는 문제였다.

희망의당은 당 공천자들에게 ^안전보장관련법을 기본적으로 용인한다 ^헌법개정을 지지한다는 약속 외에도 ^외국인의 지방참정권 부여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정책협정서’에 서명할 것을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희망의당의 1차 공천자 명단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자, 신당 창당 움직임의 기폭제로 작용했다. 희망의당은 이번 선거에서 약 200명의 후보를 내기로 했는데, 이 가운데 민진당 합류세력을 150명, 희망의당 세력을 50명으로 분배했다. 민진당 내 210여 명 후보 가운데 60여 명은 갈 곳을 잃게 된 것이다.

에다노 유키오 전 관방장관 [사진=에다노 유키오 홈페이지 캡쳐]

에다노 유키오 전 관방장관 [사진=에다노 유키오 홈페이지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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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에다노 대표 대행, 간 나오토(菅直人) 전 총리,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전 총리 등은 희망의당에서 “구 민주당 색채가 너무 강하다”는 이유로 공천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다노 대표대행은 전날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민진당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민진당의 이념과 정책을 실현한다는 전제가 다르다면 (희망의당 합류를) 납득할 수 없다”며 최후 통첩을 한데 이어 결국 신당 창당으로 방향을 굳히게 됐다.

신당은 희망의당에 합류하지 않거나 희망의당 공천에서 배제된 의원들을 중심으로 꾸려질 전망이다.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던 의원들도 일부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소선거구제에선 무소속으로 출마할 경우 정견방송에도 나갈 수 없는 등 선거운동에 제약이 많다.

한편 공산당과 사민당 측은 희망의당에서 공천을 받지 못한 의원들과 연계할 생각을 밝혔다. 이로써 중의원 선거는 자민당·공명당vs 희망의당· 일본유신회vs 공산당·사민당·(민진당계) 신당의 3각 구도로 재편됐다.

고이케 유리코 희망의당 대표

고이케 유리코 희망의당 대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이날 도쿄 아카바네(赤羽)역에서 공명당의 야마구치 나쓰오(山口那津男) 대표와 합동 유세를 벌이고 "희망의당이 민진당 출신을 공천하는 것은 야합"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할 예정이다.

지난달 28일 중의원 해산 이후 자민당과 공명당 수뇌부가 합동유세에 나선 것은 이번이 두번째로, 그만큼 야권의 바람에 대한 위협의 강도가 적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도쿄=윤설영 특파원 snow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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