틸러슨 "북미 대화 접촉" 인정한 다음날 트럼프 "시간 낭비"

중앙일보

입력

틸러슨과 이야기 나누는 트럼프   (뉴욕=연합뉴스) 배재만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롯데 팰리스 호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총리와 가진 &#39;한·미·일&#39; 정상 업무오찬에서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2017.9.22   scoop@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틸러슨과 이야기 나누는 트럼프 (뉴욕=연합뉴스) 배재만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롯데 팰리스 호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총리와 가진 &#39;한·미·일&#39; 정상 업무오찬에서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2017.9.22 scoop@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처음으로 북한과의 직접 대화 접촉을 시인한 다음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그건 시간낭비"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틸러슨 장관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한 뒤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대화의지를) 살펴보고 있으니 계속 지켜봐달라"며 "우리는 (북한에) '대화를 하고 싶은가'라 묻는다. 북한과 두세 개 정보의 대화 채널을 열어두고 있다. '블랙아웃' 같은 암담한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그들(북한)과 대화할 수 있다. (중국 중재가 아니라) 직접적으로 대화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미 정부 고위 관계자가 북·미 간의 막후채널의 작동하고 있음을 명시적으로 인정하고 공개한 것은 처음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11월 3~14일 한·중·일 연쇄 방문을 앞두고 있어 북핵 정국의 전환 가능성을 보여준 상징적 발언으로 해석됐다. 북한의 도발과 트럼프의 비난 발언이 점점 수위를 높여가는 가운데, 미·중이 한반도 긴장을 진정시켜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오는 10일 북한 노동당 창건일을 앞두고 도발을 자제시키려는 의도가 담겼다는 것이다. 나아가 초보적인 단계이긴 하나 북·미 직접 대화 채널을 열어가려 한다는 건 의미 있는 진전으로 해석됐다.

 US Secretary of State Rex Tillerson (L) shakes hands with Chinese President Xi Jinping (R) before their meeting at the Great Hall of the People in Beijing on September 30, 2017. / AFP PHOTO / POOL / Lintao Zhang/2017-09-30 18:32:59/ <저작권자 ⓒ 1980-2017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US Secretary of State Rex Tillerson (L) shakes hands with Chinese President Xi Jinping (R) before their meeting at the Great Hall of the People in Beijing on September 30, 2017. / AFP PHOTO / POOL / Lintao Zhang/2017-09-30 18:32:59/ <저작권자 ⓒ 1980-2017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하지만 이튿날인 1일 오전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서 "난 렉스 틸러슨에게 '작은 로켓맨(김정은)'과 협상하는 것은 시간낭비라고 말했다. 에너지를 아껴, 렉스. 우리는 우리가 해야 하는 걸 할 것이다"라는 글을 올렸다. 틸러슨의 북미 대화 의지 표명에 "쓸 데 없는 짓을 하지 말라"고 정면으로 반박하는 이례적인 일이 벌어진 것이다.

트럼프가 하루만에 국무장관의 발언을 뒤집은 데 대한 해석은 분분하다. 틸러슨이 돌출 발언을 했을 가능성, 트럼프가 그간 틸러슨에 대해 품어왔던 불만을 트위터로 표출했을 가능성도 분석도 있다. 일각에선 틸러슨의 경질설까지 돌고 있다. 반대로 의도된 엇박자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트럼프와 틸러슨이 북한과 관련해 엇박자를 낸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8월에도 틸러슨이 "어느 시점에 북한과 생산적 대화를 하고 싶다"고 발언한 바로 다음 날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러시아·이란을 한꺼번에 제재하는 패키지 법안에 서명한 바 있다. 지금껏 트럼프가 전쟁을 이야기하면 틸러슨은 대화를 말하는 식으로 분위기를 가라앉혔다.

대통령과 국무부장관이 직접 충돌을 한다기 보다는 국무부는 대화를 거론하고, 트럼프와 군·정보기관은 강경하고 원칙적인 메시지를 내는 역할분담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북핵 문제를 풀어낼 선택지가 많지 않다는 현실적 고민 속에서 강온전략을 구사할 수밖에 없다는 한계 때문이다.

한편 청와대는 박수현 대변인 명의로 “한·미 양국 정부는 대북 접촉 채널 유지 노력에 관해 긴밀히 협의해오고 있지만 미 국무부 대변인이 밝혔듯이 북한은 진지한 대화에 대한 아무런 관심을 표명해 오고 있지 않다”고 틸러슨 장관의 발언에 대한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서울=이경희 기자 dung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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