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공해 수소전지 좋기만 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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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6면

수소는 화석 연료를 대신하는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집중적인 조명을 받고 있다. 석탄.석유.천연가스와 같은 화석연료를 태우면 대기오염의 원인이 되는 여러가지 화학물이 발생한다. 이에 반해 수소 연료전지의 경우는 부산물로 물만 생기는 덕분이다. 하지만 이 수소 에너지가 마냥 좋은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캘리포니아공과대(칼텍) 연구팀은 과학잡지 '사이언스' 최신호에서 "수소연료 사용이 갑자기 늘어나게 되면 오히려 오존층을 파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연구팀은 수소 이용이 늘어나게 되면 파이프라인이나 저장시설, 처리공장에서 수소가 새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자동차나 발전소의 연료전지에서도 수소가 샐 가능성이 크다. 수소는 비중이 가벼워 공기 중에 나오면 바로 상승한다. 이렇게 해서 인공 수소와 자연에 존재하는 수소가 합쳐지면 현재보다 2~3배 많은 수소분자가 성층권에 몰리게 된다. 성층권에 몰린 수소는 산소와 결합해 물로 변한다.

칼텍 연구팀은 그 결과로 성층권 아래쪽의 온도가 내려가 오존의 화학 반응에 이상을 불러올 것으로 짐작하고 있다. "북극과 남극에 지금보다도 더 거대한 오존 구멍이 생기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연구팀의 주장이다.

여기에 미국 카네기멜론대와 캘리포니아 버클리대도 수소 연료전지를 충전하는 인프라를 갖추려면 차 한대당 최소 5천달러를 써야 할 것이라는 공동 연구결과를 최근 내놨다. 차라리 굴뚝에서 나오는 석탄연료의 오염을 낮추는 편이 돈이 적게 든다는 것이다.

올해 미국 부시 대통령은 12억달러의 연구자금을 차세대 에너지인 수소 연료전지 연구에 배당한 바 있다. 미국과 유럽의 도로에서 실제 사용되고 있는 테스트용 수소연료 차만 50여종이 넘는다. 미 항공우주국(NASA)의 우주선도 수소 연료전지를 사용하고 있다.

미 에너지부가 2억달러를 수소를 생산.보급하고 저장하는 방법을 산.학.연에 지원하기로 해 올 12월부터 첫 지원이 시작될 참에 등장한 이런 우려들이 수소 에너지 개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관심거리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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