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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근도 못막는 트럼프 트위터… "참모들 해명에 시간 낭비"

중앙일보

입력

스티브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AP=연합뉴스]

스티브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휴일인 24일(현지시각) 북한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직접 비난하는 발언을 하루 쉬었다. 북한을 베네수엘라ㆍ차드와 함께 입국금지 대상국에 추가하는 '반 이민 행정명령' 포고문에 서명했을 뿐이다.

대신 핵심 참모인 스티브 므누신 재무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은 핵전쟁을 원하지 않는다”며 북한 달래기에 나섰다. 므누신 장관은 이날 ABC방송에 출연해 “대통령의 최우선 순위는 미국과 동맹국의 안전이며 우리는 핵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날 괌 앤더슨 기지 B-1B 전략폭격기 편대가 미군 단독으로 북한 동해안 앞바다에 출격한 이유에 대해 “대통령은 모든 옵션을 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 세계 금융기관을 차단하는 등 강력한 경제적 제재가 하나의 유형이면 군사적인 것은 또 다른 유형 ”이라면서다.
므누신 장관은 “북한이 태평양에서 수소폭탄 실험을 하겠다고 했는데 세계가 이를 막기 위해 단결하고 단념시켜야 한다”며 “북한이 이를 강행할 경우엔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보고 받았던 많은 옵션 중에서 선택해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므누신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개인적 비난이 사태를 악화시키는 게 아니냐”는 질문엔 “(대통령의 발언은) 개인 인격이나 감정에 관한 게 아니다. 수소폭탄 실험을 하고 미사일을 일본 상공 너머로 쏘는 데 대한 것”이라며 “이런 행태는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므누신 장관의 해명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말뿐인지, 실제 행동을 예고한 것인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전 세계를 불안하게 만든다고 뉴욕 타임스 등 미국 언론들은 지적했다.
“북한을 완전히 파괴하지 않을 수 없다”“로켓맨이 자살임무를 수행하고 있다”(19일),“리틀(애송이) 로켓맨이 미국을 위협하도록 가만둘 수 없다. 반드시 처리하겠다”(22일),“리틀 로켓맨과 북한 외무상은 오래 가지 못할 것”(23일)이라며 연일 말폭탄의 수위가 올라갔기 때문이다.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과 조지프 던포드 합참의장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과 조지프 던포드 합참의장

이날 공개된 워싱턴 포스트와 ABC 방송 여론조사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대응에 대한 신뢰도는 37%인 반면 전투적인 발언은 삼가는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등 군 지휘부에 대한 신뢰도는 두 배 수준인 72%에 달했다. 하지만 뉴욕 타임스는 이날 “심지어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도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발언을 제어할 수 없다”며 “트위터 때문에 매티스 장관과 조지프 던포드 합참의장은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 파트너에게 대통령의 발언 진의를 전화로 해명하느라 업무 중 상당시간을 써야 한다”고 보도했다.
제임스 스태브리디스 전 나토 사령관(해군 제독)은 “매티스와 켈리,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 세 사람은 한반도 전쟁이 야기할 대학살에 대해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면서도 “현재로선 트럼프 대통령(의 말폭탄)을 통제하기 힘들어 보인다”고 말했다.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를 지낸 크리스토퍼 힐 전 대사는 대통령의 말이 평화적 해법을 찾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호전적 발언들이 점점 트럼프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키고 있다”면서다. 그는 “조지 W 부시와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 북한과 협상하면서 개인적인 비난을 삼갔던 것도 문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되기 때문”이라며 “그런데 지금 누가 대통령에게 그런 말을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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