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당뇨 있어도 가입되는 유병력자 실손보험 나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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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혈압·당뇨 등 만성질환자도 가입할 수 있는 실손의료보험 상품이 내년 4월 출시된다. 금리를 1~2%포인트 깎아주는 온라인 햇살론도 내년 초 나온다.

금융위 '소비자 중심 금융개혁 과제' 10가지 선정 #금리 1~2%P 깎아주는 '온라인 햇살론' 내년 출시 #연체금리와 실손보험료는 인하 나서기로

금융위원회는 25일 ‘금융소비자 간담회’를 열고 이러한 내용이 포함된 ‘소비자 중심 금융개혁 우선 추진과제’ 10가지를 발표했다. 그간 현장점검 등을 통해 청취한 소비자 의견을 반영해 선정한 과제들이다.

우선 그동안 실손보험 가입이 사실상 불가능했던 유병력자를 보장해주는 새로운 실손보험 상품이 개발된다. 실손보험은 가입 전 5년간 치료이력을 심사하기 때문에 과거에 수술 등 진료기록이 있거나 고혈압 등 만성질환을 갖고 있으면 가입이 거절됐다. 의료비 보장이 꼭 필요한 사람들이 오히려 실손보험 보장의 사각지대에 놓였다.

보험업계는 과거 병력이 있어도 가입할 수 있는 간편심사 보험을 일부 출시했지만 암보험 등만 대상이었고 실손 상품은 없었다.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2014년 8월 나온 ‘노후실손보험’의 경우 흥행에 실패했다. 50~75세를 대상으로 나온 상품이었지만 고령자 대부분이 만성질환을 갖고 있어 인수심사를 통과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내년 4월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인 유병력자 실손보험은 과거 질병이력이나 만성질환이 있어도 최근 2년 이내에 치료이력(입원, 수술, 7일 이상의 통원, 30일 이상 투약)이 없는 경우엔 가입이 가능하다. 일반 실손보험과 비교해 치료이력심사기간을 과거 5년에서 2년으로 대폭 단축했다. 필요하다면 특정 질병에 대해 일정 기간 보장을 제한하되, 가입 거절은 최소화하도록 상품을 설계할 예정이다.

다만 과거 병력이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일반 실손보험보다는 보험료가 높게 책정될 수밖에 없다. 금융위 관계자는 “본인부담률 상향(20→30%) 등 보험료 부담이 크게 증가하지 않도록 다양한 보완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서민금융상품인 햇살론은 내년 1월부터 온라인 계약체결이 가능해진다. 지금까지는 본인 자필서명이 필요했기 때문에 직접 금융회사에 방문해야만 햇살론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비대면 거래가 늘어나는 추세에 맞춰 대형 저축은행을 시작으로 온라인 햇살론을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온라인 햇살론은 대출 절차가 편리할 뿐 아니라 금리도 더 싸다. 대출원가가 절감되기 때문에 현재 최고 연 10.5%인 햇살론 금리를 1~2%포인트 가량 낮출 수 있게 된다.

금융위는 대출 연체금리와 실손보험료 인하에 나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은행권의 대출 연체금리의 경우 현재 ‘약정금리(3~5%)+연체 가산금리(6~9%)’로 약 9~14% 수준이다. 이는 연체로 인해 금융회사에 발생하는 비용(주택금융공사는 최대 3% 수준)이나 해외 주요국 연체금리에 비해 지나치게 높다는 게 금융위 판단이다. 미국은 ‘약정금리+3~6%포인트’를, 독일은 ’기준금리+2.5%포인트‘를 연체금리로 부과한다. 따라서 오는 12월까지 전 금융업권에 ’연체금리체계 모범규준‘을 마련해 연체금리 산정체계를 개편한다는 방침이다.

실손보험료 인하는 정부가 추진하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과 맞물려 있다. 지난달 정부는 2022년까지 30조6000억원을 투입해 모든 비급여를 급여화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실손보험은 건강보험의 급여 대상이 늘어나면 그만큼 지출 보험금이 줄어드는 구조다. 따라서 어떤 항목이 급여화될 예정인지 정보를 분석해 실손보험료를 인하할 여력이 얼마나 되는지를 앞으로 분석키로 했다. 이를 위해 금융당국은 복지부와 함께 ‘공·사보험 정책협의체’를 구성해 내년 상반기 중엔 실손보험료를 인하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앞으로는 소비자를 가장 우선에 놓고 금융정책을 추진하겠다”며 “금융서비스의 공정성·투명성을 높이고 어려울 때 더 큰 힘이 되는 금융으로 거듭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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