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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에 센카쿠 넘어가면 다음은 오키나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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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카쿠 제도 근처 해역에서 일본 순시선에 중국 어선과 충돌하고 있다. [사진 교도통신]

센카쿠 제도 근처 해역에서 일본 순시선에 중국 어선과 충돌하고 있다. [사진 교도통신]

센카쿠 넘어가면 다음은 오키나와다!

이명찬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이 한 말이다. 지난 19일 중앙일보 10층 회의실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그는 동중국해를 둘러싼 중국과 일본 간 긴장이 고조되는 이유를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일본이 실효 지배 중인 센카쿠(尖閣) 제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가 중국에 넘어가면 이를 중심으로 중국의 200해리(약 370㎞) 배타적 경제수역은 다시 설정됩니다. 센카쿠 제도에서 가장 가까운 330㎞·170㎞ 떨어진 곳에 각각 중국·대만이 있고, 410㎞ 떨어진 곳엔 오키나와가 있습니다. 센카쿠가 중국에 넘어가면 오키나와 영유권 주장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일본이 센카쿠 문제를 향해 날이 선 이유죠.

이명찬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은 “센카쿠가 중국에 넘어가면 오키나와 영유권 주장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며 “일본이 센카쿠 문제를 향해 날이 선 이유”라고 설명했다. [사진 차이나랩]

이명찬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은 “센카쿠가 중국에 넘어가면 오키나와 영유권 주장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며 “일본이 센카쿠 문제를 향해 날이 선 이유”라고 설명했다. [사진 차이나랩]

실제 지난해 일본은 오키나와(沖繩)현 요나구니(與那國)섬에 레이더 4기와 병력 160명 규모의 부대를 배치했다. 최남단에 위치한 오키노토리시마(沖ノ鳥島) 산호초에도 콘크리트를 부어 일본 EEZ 기점이라고 재확인했다. 더불어 지난 4월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낙도보전 기본방침’을 승인했다. 도쿄(東京)도 오가사와라(小笠原) 제도 등 29개 지역 148개 섬을 ‘유인(有人) 국경 낙도’로 지정했다. 이 중  71개 섬은 ‘특정 유인 국경 낙도’로 지정해 사람을 이주시키겠다는 계획까지 세웠다.

지난 2013년 일본 지바현 후나바시에서 자위대 낙하산 부대 제1공정단이 섬 탈환훈련을 하고 있다. 중국과 영유권 갈등을 빚고 있는 센카쿠 제도(중국명 댜오위다오)에서의 충돌을 염두에 둔 자위대의 훈련이다. [사진 중앙포토]

지난 2013년 일본 지바현 후나바시에서 자위대 낙하산 부대 제1공정단이 섬 탈환훈련을 하고 있다. 중국과 영유권 갈등을 빚고 있는 센카쿠 제도(중국명 댜오위다오)에서의 충돌을 염두에 둔 자위대의 훈련이다. [사진 중앙포토]

그만큼 일본은 중국에 한 치도 물러설 생각이 없다. 미국도 일본 편에 선 듯 보였다. 지난 2010년 7월 베트남에서 열린 아세안지역포럼(ARF)에서 힐러리 전(前) 미 국무장관은 “센카쿠 제도는 미국의 중요한 외교적 사안이며, 미일안보조약의 대상”이라고 발언했다. 이 연구위원도 미국이 밝힌 공식입장이라고 했다.

미국은 힐러리 전 국무장관의 발언이 공식 입장이라며 센카쿠 제도가 일본의 시정(施政)하에 있음을 재확인했습니다. 하지만 센카쿠 영유권에 대한 태도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당사국 간 평화적인 해결을 원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에 그치고 있을 뿐이죠.

[자료 중앙포토]

[자료 중앙포토]

사실 센카쿠 제도는 남중국해와 이어지는 해상교통로로 중국 입장에서도 전략적 가치가 높은 곳이다. 1968년 유엔이 대대적인 조사에 나서 지하에 막대한 석유와 천연가스 등이 매장됐다는 보고서를 낸 곳이기도 하다. 강경한 일본에 중국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6월 중국은 12년 만에 군함을 일본 영해에 보낸 뒤 해경선을 동원해 접속수역 (영해기선에서 12∼24해리·약 22∼44km) 및 영해 진입을 계속 시도하고 있다. 10척 이상의 중국 해경선이 200~300척에 이르는 중국 어선들과 한꺼번에 출몰하는 상황도 심심치 않게 벌어지고 있다.

중국과 일본이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센카쿠 열도 주변 해역에서 중국 순시선이 일본 순시선 옆을 항해하고 있다. 2012년만 해도 중국 순시선이 일본 순시선보다 작았으나(왼쪽), 지난해 투입된 중국 순시선은 그 크기가 확연히 커져 톤수에서 일본을 앞질렀다(오른쪽). [사진 중앙포토·교도통신]

중국과 일본이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센카쿠 열도 주변 해역에서 중국 순시선이 일본 순시선 옆을 항해하고 있다. 2012년만 해도 중국 순시선이 일본 순시선보다 작았으나(왼쪽), 지난해 투입된 중국 순시선은 그 크기가 확연히 커져 톤수에서 일본을 앞질렀다(오른쪽). [사진 중앙포토·교도통신]

하지만 원래부터 센카쿠 제도가 이 정도로 뜨거운 ‘감자’는 아니었다. 이 연구위원은 두 가지 사건을 꺼냈다. 2010년 9월 센카쿠 부근에서 중국 어선과 일본 순시선이 충돌하자 일본은 중국 어선의 선장을 구속했고, 중국은 희토류 수출중단 등 경제보복에 나섰다. 이후 2012년 9월 11일 일본 민주당 정부가 센카쿠 국유화를 발표하자  ‘붙는 불에 기름을 끼얹는 격으로’ 센카쿠 정세를 더욱 악화됐다. 당시 일본의 대표적 극우파 정치인인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도쿄도 지사는 이 계획을 발표하면서 모금 운동까지 벌였다.

중국 군부는 쾌재를 불렀습니다. 등소평의 유훈에 따라 센카쿠 영유권 문제를 ‘보류’하겠다는 암묵적 동의를 일본이 먼저 깨버린 겁니다. 일본 우파 ‘민주당’의 크나큰 실책이죠. 모금 운동을 모은 자금 14억8000만 엔(약 154억원)은 은행에 그대로 있고, 이시하라 지사는 정치계에서 퇴출 당했죠.

[사진·자료 동북아역사재단]

[사진·자료 동북아역사재단]

당시 미국도 이를 우려했다. 일본이 2012년 국유화하기 직전, 미국 정부 고위 관료가 일본 측에 “중국과 사전 협의하라”고 요청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공개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개인 메일에서 확인됐다. 메일을 작성한 커트 캠벨 당시 국무부 차관보는 “사유지인 센카쿠 제도를 일본 정부가 사들여 국유화하면 중·일간 갈등이 심각해질 수 있다”며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비롯 다수의 미 고위 관료에 메일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연구위원은 당시를 이렇게 떠올린다.

국유화 발표 직전인 2012년 9월 9일 APEC 수뇌 회의에서 후진타오 전(前) 중국 국가주석의 국유화를 끝까지 반대했지만 무시했습니다. 정말 일본은 당당했죠. 현재는 아 사례가 대표적인 일본 우파의 대중(對中) 외교 실책으로 꼽힙니다.

일본이 주장하는 영해와 배타적 경제수역(EEZ)-러시아와 분쟁을 일으키고 있는 쿠릴열도 남단 4개섬, 중국과 분쟁을 일으키고 있는 센카쿠(댜오위다오)열도, 오키노도리시마. [사진 중앙포토]

일본이 주장하는 영해와 배타적 경제수역(EEZ)-러시아와 분쟁을 일으키고 있는 쿠릴열도 남단 4개섬, 중국과 분쟁을 일으키고 있는 센카쿠(댜오위다오)열도, 오키노도리시마. [사진 중앙포토]

물론 일본에 유리한 판결도 나온다. 지난해 7월 국제상설중재재판소가 중국 지배하는 남중국해 난사군도 ‘섬’ 다수를 바위로 봤다. 기존에 바위가 산재한 곳에 콘크리트를 쏟아 인공적으로 연결한 곳이라는 게 이유다. 바위로 치부해버린 이상 배타적 경제수역을 주장할 영유권의 근거지가 사라진 셈이다. 미국과 일본이 이 판결을 중국이 수용하라고 촉구하지만, 일본은 또 다른 모순에 빠졌다. 이 연구위원은 “이번 판결에서 ‘바위’로 분류된 곳은 일본 오키노토리 섬이나 독도보다 3~6배 가까이 크지만, 인공적으로 연결한 곳”이라며 “일본도 중국도 앞으로 서로 역이용할 모순점을 곳곳에 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日 센카쿠(尖閣) 제도,中에 넘어가면 EEZ 재설정해야 할 수도 #美, 영유권 문제는 평화적 해결 원한다는 원론적인 태도 견지 #“센카쿠 영유권 문제는 日 민주장의 외교적 실책에서 비롯” #결국 영유권 분쟁은 ‘힘의 논리’에 좌우될 가능성 커!

중국은 그 어느 때보다 당당하다. 일본을 제치고 아시아 제1의 경제대국으로 올라선 2010년 9월 선박충돌사건을 기점으로 동·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에 있어서 물러섬이 없다. 한국의 독도·이어도 문제도 긴박하게 돌아가는 동북아 파워게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보인다. 세미나를 끝으로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국제정치학계의 거장 케네스 왈츠가 국가 간 행동을 이해할 때 내부적 요인보다 ‘힘의 분포’를 봐야 한다고 했습니다. 결국 힘의 논리라는 소리죠. 센카쿠 문제를 암묵적으로 덮어왔던 중국은 덩치를 어느 정도 키울 때까지 기다렸는지도 모릅니다. 중국은 영유권 분쟁을 치욕의 역사를 청산하고,  ‘중화 부흥’ 실현하는 수단으로 삼고자 합니다.

차이나랩 김영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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