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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치한 딸 장기적출하겠다” 전화 사기범들 50·60대 부모노려

중앙일보

입력

지난 9월 18일 부산 전화사기범 피의자 김모씨(오른쪽)가 피해자 A씨에게서 현금 5300만원을 건네받고 있다. [사진 부산지방경찰청]

지난 9월 18일 부산 전화사기범 피의자 김모씨(오른쪽)가 피해자 A씨에게서 현금 5300만원을 건네받고 있다. [사진 부산지방경찰청]

“납치한 자녀의 장기를 적출하겠다”며 부모를 협박해 1억7000여만원을 뜯어낸 전화사기(보이스피싱) 조직의 행동책 두 명이 붙잡혔다.

부산 해운대경찰서 전화사기단 행동책 두 명 구속 #자녀 납치했다며 협박, 7명에게 1억7300만원 갈취 #중국 조선족 총책 두 명에게 SNS로 지시 받아 #환전상에서 중국에 송금하려다 환전상 제보로 검거

부산 해운대경찰서는 이 사건 피의자인 김모(22·여)씨와 박모(41)씨를 사기 혐의로 구속하고 현금 5300만원과 휴대전화 2대를 압수했다고 22일 밝혔다. 김씨는 조선족이다.

이들은 피해자 A씨(64·여, 서울 거주)에게 “딸이 빚보증한 돈을 갚지 않아 납치했다. 돈을 안 주면 장기를 적출하겠다”고 전화로 협박한 뒤 지난 18일 오전 11시쯤 서울 동작구 모 초등학교 앞에서 A씨를 만나 현금 5300만원을 건네받았다. 이들은 이런 수법으로 지난 6월부터 서울 등의 피해자 7명에게 총 1억7300만원을 빼앗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미리 개인정보를 입수해 자녀가 있는 50~60대 부모를 범죄 타깃으로 삼았다.

부산해운대경찰서가 전화사기범을 검거하며 압수한 현금. [사진 부산지방경찰청]

부산해운대경찰서가 전화사기범을 검거하며 압수한 현금. [사진 부산지방경찰청]

김씨와 박씨는 중국에 있는 사기단 총책에게서 SNS로 지시를 받으며 움직였다. 피해자에게 돈을 받으면 김씨가 환전상에서 환전해 중국 총책에게 송금했다.

경찰은 지난 9월 1일 15%의 높은 환전수수료율로 환전하려는 사람이 있어 범죄가 의심된다는 한 환전상의 제보를 받고 수사해 서울 구로구에서 환전하려던 김씨를 검거했다. 김씨에게 환전한 돈을 받으러 온 박씨도 붙잡았다.

경찰은 피의자들이 ‘자녀를 납치했으니 돈을 내놓으라’는 협박 전화를 수백 통 넘게 했을 것으로 보고 여죄를 조사하고 있다. 또 다른 공범을 잡기 위해 수사 중이다.

전화사기 일러스트. [중앙포토]

전화사기 일러스트. [중앙포토]

경찰은 ‘장기 적출 협박 전화사기’ 외에 또 다른 전화사기범 검거 사례를 공개했다. 추석을 앞두고 전화사기 범죄가 기승을 부릴 것으로 판단해서다.

지난 9월 19일 부산 해운대구 한 주택에 침입해 수사기관을 사칭해 냉장고에 미리 보관해두라고 한 2500만원 등 3500만원을 절취한 전화사기 행동책을 검거한 것이다. 같은 달 12일에도 역시 해운대구 한 아파트에서 수사기관을 사칭하고 냉장고에 보관해 둔 3000만원을 훔치려다 미수에 그친 행동책을 붙잡기도 했다.

이와 달리 지난 8월 8일에는 해운대구 한 농협 지점에서 전화사기 예방 교육을 받은 창구 직원이 할머니가 급하게 3000만원을 인출하려는 것을 의심해 112에 신고하면서 피해를 막은 적 있다.

해운대경찰서 관계자는 “전화사기 범죄가 갈수록 지능화하고 있다”며 “추석 전 현금 인출이 많은 시기에 피해를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추석연휴를 앞두고 은행 창구 직원을 대상으로 전화사기 예방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부산=최은경 기자 chin1ch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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