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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켈 압승해도 독일 총선 최대 수혜자는 극우 정당?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오는 24일 독일 총선에서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승리가 확정적이지만 최대 수혜자는 극우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독일을 위한 대안’(AfD)의 알렉산더 가울란트(왼쪽), 알리체 바이델 최고 후보. [AP=연합뉴스]

‘독일을 위한 대안’(AfD)의 알렉산더 가울란트(왼쪽), 알리체 바이델 최고 후보. [AP=연합뉴스]

지난 17일(현지시간) 독일 언론 빌트 암 손탁이 여론조사기관 엠니트의 조사 결과를 보도한 데 따르면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독민주ㆍ기독사회당(CDUㆍCSU) 연합이 지지율 36%로 안정적인 1위를 기록했다.
반면 메르켈의 경쟁자인 마르틴 슐츠 전 유럽의회 의장이 이끄는 사회민주당(SPD)은 직전 여론조사보다 지지율이 2%포인트 하락한 22%를 보였다. 사민당이 부진한 틈을 타고 극우 성향의 AfD는 지지율 11%로 3위를 차지했다.
20일 발표된 알레스바흐 연구소의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기민ㆍ기사 연합이 36.5%를, 사민당이 22%를 보였다. 자유민주당(11%)과 AfD(10%)가 3위 경쟁을 벌였다.
이에 따라 2013년 창당한 AfD의 연방의회 입성이 확정적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독일 언론들은 총선에서 AfD가 연방의회 703석 중 최대 89석을 차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같은 예측이 현실화할 경우 AfD는 2차 대전에서 나치당이 패전한 이후 처음으로 독일에서 원내 진출에 성공하는 극우 정당이 된다.
AfD가 최대의 수혜자로 꼽히는 이유는 메르켈 총리의 연정 구상이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제1야당의 지위를 거머쥘 가능성도 있어서다.
총선 승리가 확실시되는 메르켈의 기민ㆍ기사 연합은 과반 지지를 확보하지 못해 연정 파트너를 골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집권 연정에 참여 중인 사민당은 사실상 기민당 등과 정책적 차별점이 많지 않다.
만약 메르켈 총리가 재임 1기와 3기의 대연정 파트너이자 총선에서 2위를 할 것으로 보이는 사민당과 재결합할 경우 AfD는 최대 야당이 될 가능성이 있다. 자유민주당은 연정 참여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독일 의회의 관례에 따라 제1야당은 부의장직과 함께 예산위원장직을 요구할 권리를 갖게 된다고 전했다. 의회 요직을 신생 극우정당이 차지하게 된다는 얘기다.
AfD는 난민 정책이나 유럽연합(EU) 통합 등과 관련해 메르켈 등 기존 독일 정치권과 다른 입장이다. 2013년 창당할 때도 유로화 사용 반대, 남유럽의 EU 회원국들에 대한 지원 반대 등을 전면에 내걸었다. 제1야당으로서, 네번째 연임에 성공한 메르켈과 사사건건 대립할 수밖에 없다.

베를린시의회 '입성'에 열광하는 극우당 [EPA=연합뉴스]

베를린시의회 '입성'에 열광하는 극우당 [EPA=연합뉴스]

막판 변수는 AfD의 공동 최고 후보들의 잇따른 인종차별 발언이 불거지면서 독일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는 점이다. 알렉산더 가울란트 AfD 최고 후보는 지난 2일 공개 지지연설에서 “나치의 역사를 자책할 필요도 없고, 두 차례 세계대전 당시 군인들을 자랑스러워해야 한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다른 최고 후보인 알리체 바이델도 e메일에서 메르켈 정부를 향해 “이 돼지들은 2차 세계대전 전승국의 꼭두각시와 다를 바 없다”고 묘사한 것이 드러났다.
영국 옥스퍼드대가 약 100만 건의 정치 트윗을 분석한 결과 독일 정당 중에선 AfD가 소셜미디어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집계되기도 했다.
메르켈의 안정적 우위로 ‘지루한 선거'로 불리는 독일 총선에서 역설적으로 극우 AfD의 선거 결과가 최대 관심 거리가 되고 있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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