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대학병원에서 ‘벌레 수액’까지 나오는 우리 의료 현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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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응급실에 가거나 입원을 하면 병원에서 가장 먼저 해 주는 처치가 수액이다. 그런데 이대목동병원에서 아기에게 주입하던 수액 연결관에서 날벌레가 나온 데 이어 인하대병원도 납품된 수액세트에서 이물질을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의 가장 기본적인 처치 품목에 상상할 수도 없는 이물질이 섞였다는 것은 한마디로 충격과 공포다. 이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제조업체에 행정처분을 내리고 제품 회수에 나섰다. 하지만 업계와 전문가들은 수액의 위생관리 문제는 언젠가 터질 일이었다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들은 수액의 납품 단가가 낮아 마진이 개당 1~2원 정도로 박해 영세업체들만 시장에 참여하는 게 문제의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영세업체들은 안전관리 기준을 제대로 지키기 어려운 데다 단가를 맞추기 위해 해외 공장에서 위탁 제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산품으로 표기된 것도 반제품으로 들여와 한국에서 멸균과 박스작업 정도를 거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날벌레가 나온 제품도 필리핀산이다. 날벌레가 나왔는데도 현지 공장의 문제인지 국내 작업 중 들어갔는지 밝혀진 게 없다.

의약품 해외 생산의 가장 큰 문제는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국내의 의약품 제조공장은 제조·품질관리기준(GMP)에 대한 감독이 이뤄지는 반면 해외공장에 대한 관리·감독은 안 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문제가 상존하고 있었으나 정부도 업계도 눈감고 있었던 것이다. 정부는 환자 부담과 건보재정 때문에 수가 조정은 어렵다며 뒷짐 지고 있다. 또 위생적 생산·관리를 할 수 있는 대형 제약업체들은 마진이 박한 품목에서 발을 빼고, 영세업체에 넘기는 관행도 큰 문제다. 대형제약사들도 돈 안 되는 필수의약품에 대한 사회적 책임의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 막대한 바잉파워를 가진 정부와 업체 간의 상생과 협력방안을 찾아 위생적 수액 생산체제를 만들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