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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경필 장남, 필로폰 투약 혐의 영장 … 위장한 경찰에 덜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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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 마약수사계는 남경필(52) 경기도지사의 큰아들 남모(26)씨에 대해 마약 투약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18일 밝혔다. 경찰은 앞서 17일 오후 11시쯤 서울 강남구청 앞에서 남씨를 긴급 체포했다.

16일 중국서 속옷에 숨겨 밀반입 #남 지사 “참담 … 아들 죗값 받아야”

경찰에 따르면 의류업체 회사원인 남씨는 중국 유학 시절 알고 지낸 중국인 지인 A씨에게 최근 “필로폰을 구해 달라”고 요청한 뒤 지난 9일 중국 베이징으로 출국해 필로폰 4g을 약 40만원에 구매했다. 4g은 약 130명이 1회 투약할 수 있는 양이라고 경찰은 설명했다.

남씨는 구매한 필로폰을 속옷 안에 숨겨 지난 16일 새벽 인천공항으로 입국해 서울 강남구의 자취방에서 수차례 투약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즉석만남 채팅 애플리케이션(앱)으로 함께 필로폰을 투약할 여성을 찾아 연락을 주고받았다. 그러나 남씨가 접촉한 사람은 일반 여성으로 위장한 경찰 마약수사계의 남성 수사관이었다.

경찰은 17일 남씨를 긴급 체포했고 남씨의 자취방에서 필로폰 2g을 압수했다. 서울경찰청 마약수사계 관계자는 “최근 마약 거래가 즉석만남 채팅 앱을 통해 자주 이뤄지고 있어 채팅 앱을 통한 위장수사는 가장 일반적인 검거 방식”이라며 “남씨가 먼저 연락해 와 수사를 진행했고 남 지사 아들인 건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남씨의 검거 과정을 놓고 ‘함정수사’ 논란이 일자 김정훈 서울경찰청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경찰이 컴퓨터 모니터링을 통해 범죄를 저지르려는 사람을 찾아 검거하는 건 판례상 함정수사가 아니다”고 해명했다.

서울 일선서의 한 지능팀장은 “범행을 유발하게 해 검거하는 것은 위법한 함정수사이지만 범행 시도를 길목에서 지켜보는 수사는 적법하다”고 말했다.

남씨는 경찰의 간이 소변검사에서 마약 투약 양성반응을 보였다. 정밀검사를 위해 그의 소변과 모발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졌다. 경찰 관계자는 “마약 전과는 없지만 추가 투약 사실 등을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남씨는 2014년 경기도 포천에서 군 복무를 하면서 후임병을 폭행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그해 군사법원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투자 유치차 독일 베를린에 머물고 있던 남 지사는 18일 아들의 마약 투약사건에 대해 “아버지로서 너무나 안타깝고 참담한 마음이고, 도지사로서 국민에게 죄송한 마음이다”며 “(사건을 알게 된 뒤) 아들과 잠깐 통화했는데 아들이 ‘미안하다’고 했다. 당연히 있는 대로 죗값을 받고 아들은 제 아들이니까 안아 주겠다”고 밝혔다. 남 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도 “군 복무 중 후임병을 폭행하는 죄를 지었던 제 큰아들이 또다시 범죄를 저지르고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 국민과 경기도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는 사과문을 올렸다. 남 지사는 19일 입국해 경기도청에서 기자회견을 한다.

홍상지 기자 hong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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