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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얼마나 상담원을 괴롭혔길래?”…30대 구속된 사연

중앙일보

입력

부산에 사는 김모(36) 씨가 부산지역 도시가스 고객상담실로 찾아와 직원들에게 폭행을 휘두르고 있다. [사진 부산경찰청]

부산에 사는 김모(36) 씨가 부산지역 도시가스 고객상담실로 찾아와 직원들에게 폭행을 휘두르고 있다. [사진 부산경찰청]

“고객님, 사비로 30만원 드릴 테니 합의해주세요.” “30만원 턱도 없다. 콜센터 직원 한 달 월급은 줘야지. 150만원 내놔.”

지난 8월20일부터 5일간 하루 5시간씩 300여통 폭언·협박 등 혐의 #도시가스 상담실 직원 16명 피해, 일부 스트레스 심해 정신과 치료 #부산 남부경찰서 “콜센터 직원을 협박 전화해 구속된 것은 이례적”

부산에 사는 김모(36) 씨가 부산도시가스의 서울 통합 콜센터 센터장 이모(46) 씨와 지난 8월 21일 나눈 대화다.

부산에서 체육관을 운영하는 김씨는 지난 8월 20일 도시가스 콜센터에 전화해 “가스레인지 작동이 안 된다”고 신고했다. 이에 콜센터 직원 박모(29) 씨는 “보일러가 정상 작동되고 있는 것으로 봐서는 가스레인지 문제”라며 “아파트 경비실이나 가스레인지 회사에 문의해보라”고 응대한 뒤 전화를 끊었다.

이때부터 김씨는 콜센터에 하루 수십 통씩 전화를 걸어 “OO을 뽑아버리겠다”,“오늘 죽여버린다”,“OO을 찢어버린다”며 갖은 협박과 욕설을 퍼부었다. 상담원을 협박하기 위해 거짓말도 꾸며냈다. “도시가스가 새는 바람에 119가 출동했고, 가스를 마신 아들이 죽을 뻔하다가 살아났다”며 합의를 요구한 것이다. 하지만 미혼인 김씨는 아들이 없을 뿐 아니라 119에 신고한 이력도 없었다.

겁에 질린 박씨는 곧장 센터장인 이씨에게 이 사실을 알렸고, 21일부터는 이씨가 김씨를 응대했다. 그래도 김씨의 폭언과 욕설은 멈추지 않았다. 이에 이씨가 21일 오전 “사비로 30만원을 주겠다”고 제안했고, 김씨는 150만원을 요구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김씨는 이 과정에서 “우발적인 살인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한번 봐라”는 식의 살해 협박을 서슴지 않았다. 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이씨는 김씨의 협박 전화를 받다 기절하기까지 했다.

부산에 사는 김모(36) 씨가 부산지역 도시가스 고객상담실로 찾아와 의자를 들고 직원들을 위협하고 있다.  [사진 부산경찰청]

부산에 사는 김모(36) 씨가 부산지역 도시가스 고객상담실로 찾아와 의자를 들고 직원들을 위협하고 있다. [사진 부산경찰청]

서울의 콜센터 직원이 부산에 내려오기가 여의치 않자 도시가스 부산 고객상담실이 응대에 나섰다. 부산 고객상담실 직원은 지난 8월 21일 오후 김씨에게 전화를 걸어 “합의금을 주려면 피해 현장을 봐야겠다”고 하자 김씨는 부산 고객상담실로 쫓아와 직원을 폭행했다.

사건이 점점 심각해지면서 첩보를 입수한 부산 남부경찰서가 지난달 24일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 조사 결과 김씨는 콜센터에 지난 달 20일부터 24일까지 하루 5시간씩 5일간 총 300여통의 협박·욕설 전화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김씨의 폭언과 협박 전화에 센터장인 이씨는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고, 상담원 직원 3명은 환청이 들리는 등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이 사건으로 피해를 호소한 콜센터 직원과 부산 고객상담실 직원은 총 16명이나 됐다. 남부경찰서는 김씨를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지난 달 말 구속했다.

부산 남부경찰서 관계자는 “콜센터 직원을 상대로 협박전화를 한 고객이 구속된 것은 이례적”이라며 “그만큼 김씨의 협박이 도를 넘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김씨의 여죄도 조사 중이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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