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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미 행정부, 대북 군사옵션 논의 재개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B-2 전략폭격기 앞에서 북한에 대한 군사행동 가능성을 강하게 내비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B-2 전략폭격기 앞에서 북한에 대한 군사행동 가능성을 강하게 내비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북한의 최근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도발을 계기로 미국 행정부가 대북 군사옵션 논의를 재개했다고 CNN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CNN은 미 행정부 관리들을 인용,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이 휴전선 북쪽에 배치한 수천 발의 대포를 파괴하는 가능한 수단을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며 "이 경우 최신예 F-35 전투기, B-2 스텔스 전략폭격기 등이 동원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방송은 또 "국방부 내부의 계산으로는 정찰위성으로 확인한 (북한의) 모든 무기를 파괴하기 위한 공습과 순항미사일 공격에는 적어도 1주 이상이 소요될 것"이라며 "그 사이 북한이 대대적인 반격을 하게 되면 막대한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CNN은 또 "만일 지상전이 발생하면 중국과의 관계 때문에 미군이 북한으로 들어가지 않기 위한 모든 노력이 이뤄질 것"이라며 "현 군사계획은 한국과의 공조에 크게 의존할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외교적 해결, 전면전 외의 대안으로 (북한을 겨냥한) 사이버공격도 거론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태평양에 3700km를 날린 북한의 중장거리 미사일 도발 다음날인 15일 워싱턴 인근 앤드루스 공군기지를 찾아 "적의 도발 시 산산조작내겠다"며 북한에 초강경 경고를 던졌다.
B-2 전략폭격기를 비롯, F-35 전투기와 F-22 랩터 전투기 등 첨단 전략무기를 둘러본 트럼프는 '군사옵션 도구'로 거론되는 B-2 격납고에서 연설을 했다. 트럼프 뒤로는 조종사 등이 도열했다. 의도적 연출이었다. 그는 "북한은 다시한번 주변국과 전 세계에 완전한 경멸을 보여줬다"며 "(미 전투기와 폭격기) 엔진 굉음을 적들이 들으면 영혼이 떨리고 '심판의 날'이 왔음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사일 발사를 지켜보며 환호한 김정은에 맞서 언제라도 온갖 첨단무기를 동원해 섬멸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전략폭격기 앞에서 "심판의 날이 왔음을 알게 될 것" 대북 경고 #맥매스터 "군사옵션은 있다", 헤일리 "매티스 국방장관 옵션에 맡길 수도"

트럼프에 보조를 맞추듯 미국의 수뇌부 인사들도 일제히 '군사옵션'을 재차 강조하고 나섰다.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과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대사는 백악관과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강한 표현을 써가며 대북 군사옵션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 뜻을 밝혔다.
맥매스터는 "군사적 옵션의 부재에 대해 언급하는 이들에게 말하겠다. 군사옵션은 있다"고 못을 박았다. "(군사옵션은) 지금 우리가 선호하는 방안은 아니다"라는 표현을 썼다. 늘 얘기해 온 말이긴 하지만 '지금' 이란 단서를 새롭게 단 점이 눈에 띈다. 맥매스터는 또 "정말 중요한 것은 (대북) 제재를 엄격히 이행해 우리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의 경제적 조치와 외교적 진전을 이끌어 내는 것"이라며 "다만 우리가 확실히 해둬야 하는 건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길을 따라 깡통을 차고 갔는데 막다른 골목에 봉착하면서 길이 없어진 것"이라고 현 상황을 비유했다. 지금으로선 국제사회가 유엔 제재안을 엄격하게 준수함으로써 북한을 압박하는 수단을 쓰겠지만 '어느 시점'까지 성과가 없다고 판단할 경우 '원치 않는 군사행동'에 나설 수 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15일 공동기자회견에서 대북 군사옵션 가능성을 강하게 내비친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왼쪽)와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지난 15일 공동기자회견에서 대북 군사옵션 가능성을 강하게 내비친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왼쪽)와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헤일리 대사도 유엔 제재안의 의미를 강조하면서도 "난 매티스 국방장관에게 (문제해결을) 넘기는 데 아무런 문제를 느끼지 않는다. 그는 나보다 더 많은 옵션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며 군사옵션에 반대하지 않겠다는 뜻을 강조했다.

일단 트럼프 행정부의 이 같은 대응은 외교적 제재 외에는 별다른 카드가 없는 상황에서 북한의 도발이 있을 때마다 늘 해 왔던 '정치적 레토릭'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강하게 대처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국내 지지를 의식한 측면이 강하다. 하지만 워싱턴의 한 외교소식통은 "미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군사적 옵션은 대략 10가지 정도"라며 "이 중 북한이 반격에 나설 명분을 주지 않으면서도 '대화에 나오지 않으면 큰 코 다칠 것'이라 강한 경고 메시지를 줄 수 있는 옵션이 거론되고 있다"고 전했다. 평양의 통신망을 일시 교란하거나 북한 잠수함에 대한 모종의 작전도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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