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 베스트] 곁에 두고도 몰랐던 서울 보물 창고 열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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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중앙일보와 교보문고가 8월 출간된 신간 중 세 권의 책을 ‘마이 베스트’로 선정했습니다. 콘텐트 완성도와 사회적 영향력, 판매 부수 등을 두루 고려해 뽑은 ‘이달의 추천 도서’입니다. 중앙일보 출판팀과 교보문고 북마스터·MD 23명이 선정 작업에 참여했습니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9, 10
유홍준 지음, 창비

검던 머리엔 서리가 내리고, 각 졌던 얼굴선엔 둥그러니 나이테가 들었다. 40대 중반 소장 학자는 60대 후반 원로 명사가 되었지만 국내외를 떠도는 문화유산답사의 여정은 오늘도 쉬지 않는다. 25년 내력을 뽐내는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4권은 저자 유홍준(68) 명지대 석좌교수에게는 삶의 동반자요, 한국 출판계엔 인문교양서 최초 밀리언셀러 기록을 세운 전설의 기획이다.

지난달 출간돼 이미 고참 신참 독자를 독서의 계절로 안내 중인 서울 편 두 권은 세계유산으로 찬연한 서울을 5대 궁궐과 조선왕조가 남긴 문화유산으로 돌아본다. ‘자랑과 사랑으로 쓴 서울이야기’이자 ‘훗날 현대 생활문화사의 한 증언’이다. 곁에 두고도 깨닫지 못했던 보물창고, 오늘의 우리를 만든 선조의 삶을 들여다보며 서울의 자존심을 되새기자는 지은이의 뜻이 책갈피마다 옹골지다. 유 교수는 1993년 첫 권을 펴내면서 “계속해서 이 답사기를 쓸 것이다. 그 양이 얼마가 될지는 나 자신도 가늠치 못한다”고 했다. 자신의 저술 운명에 대한 예견은 진행형이다.

서울 편 1, 2 머리말에서 그는 이 답사기의 최종 형태라는 것을 생각하며 마감도 의식하기 시작했는데 “완간이란 불가능”하지만 “가당치도 않은 일”이라 내다봤다. 명찰은 문턱에도 가지 않았고, 옛 도시 십여 곳 또한 거의 쓰지 않았으며, 섬 이야기는 시작도 안 했고, 비무장지대 155일과 북한의 개성·백두산도 이미 다녀왔으며, 중국 답사기는 준비 중이라 했다.

옛 친구 같은 독자들과 함께 가고 있다는 마음으로 그들을 공저자로 생각하기에 답사기는 장수하며 멀리 가고 있는지 모른다는 유 교수의 감사 인사는 빈말이 아니다. 전 국토를 박물관으로 만든 그의 독서를 위한 기행문은 서울 편 3, 4권으로 이어진다.

그는 또 어디로 떠날 것인가. 기대하시라, 개봉박두.

정재숙 문화전문기자 johan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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