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만 내렸어요” … 하차 못한 엄마 태운 채 한 정거장 달린 버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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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시내버스가 어린 아이만 내리고 미처 하차하지 못한 엄마를 태운 채 그대로 출발했다는 민원에 대해 서울시가 조사에 착수했다.

퇴근시간 만원 버스 운전한 기사 #“2차로 진입한 뒤에야 상황 파악” #서울시 “진상조사 뒤 대책 마련”

12일 서울시에 따르면 문제의 사건은 전날 오후 발생했다. 11일 오후 6시55분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 홈페이지에 서울 신사역에서 중랑공영차고지로 향하는 240번 간선버스가 만 여섯 살인 어린아이만 내려준 뒤 미처 내리지 못한 엄마를 그대로 태운 채 출발했다는 내용의 민원이 접수됐다. 이 글은 인터넷에서 화제가 됐고, 버스 기사를 처벌해야 한다는 등의 비난 댓글이 쇄도했다.

서울시는 민원 글을 토대로 해당 버스기사를 불러 경위서를 받은 뒤 버스 내부에 설치된 CCTV 영상을 입수해 자체 분석했다. 판독 결과 퇴근 시간대인 오후 6시30분쯤 만원 상태인 240번 버스가 건대입구역에서 16초가량 정차하는 사이 여자 아이가 하차한 뒤 곧바로 문이 닫혔고, 아이의 엄마로 추정되는 여성은 버스에서 내리지 못했다.

김정윤 서울시 버스정책과장은 “운전기사가 아이 엄마의 사정을 인지한 것은 여아 하차 시점으로부터 10초 후로 추정된다”며 “인지 당시 해당 정류장에서 10m가량 지나 이미 2차로로 진입한 상태”였다고 말했다. 2차로에서 하차할 경우 안전 문제가 있을 수 있어 20초가량 더 달린 뒤 다음 정류장에 아이 엄마를 내려줬다는 설명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정류장에 최소 몇 초간 정차해야 한다거나, 문을 닫기 전에 안내방송을 해야 한다는 등의 세부적인 버스 운행 가이드라인은 없다. 김 과장은 “버스 기사가 승객이 완전히 하차했는지를 확인하지 않은 것은 잘못”이라며 “진상 조사와 함께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아이의 엄마는 다음 정류장에서 버스에서 내린 뒤 건대입구역 정류장으로 돌아가 아이와 만났다. 그는 사건 직후 자양1파출소를 방문해 버스 기사에 대한 민원을 제기했으나 경찰은 별다른 조치는 하지 않았다.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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