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이낙연 총리 답변에 '할 말 잃은' 김무성..."네 들어가세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낙연 국무총리(왼쪽)와 김무성 바른정당, 김성태 자유한국당, 박대출 자유한국당 의원(오른쪽 위부터).

이낙연 국무총리(왼쪽)와 김무성 바른정당, 김성태 자유한국당, 박대출 자유한국당 의원(오른쪽 위부터).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진행된 대정부질문에서 이낙연 국무총리가 야당 의원들과 나눈 질문과 답변 내용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11일 이 총리는 정치 분야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여야 의원들로부터 질문을 받았다.

김무성 바른정당 의원은 이 총리에게 "내년 예산에서 복지 예산은 12.9% 늘어난 반면 국방 예산은 전체 예산의 평균 증가율 7.1%보다 낮은 6.9% 증가에 그쳤다"며 "이것이 문재인 정부의 안보 경시의 현주소라고 생각한다. 북핵 위기 대처 의지가 부족하다는 것을 증명한 것 아니겠나"라고 질문했다.

이에 이 총리는 "충분히 지적을 달게 수용합니다만, 지난 수년 동안의 국방비 증가율 보다는 높은 수준"이라고 답변했다.

김 의원이 "수십조씩이나 퍼붓고 있는 복지 예산을 늘릴 때라고 생각하나, 아니면 안보 예산을 늘릴 때라고 생각하나"라고 재차 질문하자 이 총리는 "안보 예산은 필요한 것은 늘려야겠다"면서도 "그리고 복지 예산 늘어난 것은 대부분 지난 대선 때모든 정당이 공통으로 공약했던 사항들이 먼저 이행되고 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답했다.

김 의원은 이 총리의 답변을 듣고는 "네, 총리 들어가십시오"라며 질문 대상을 넘겼다.

이 총리의 정치부문 답변은 계속 이어졌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연단에 나와 이 총리에게 "'햇볕정책'도 '동북아 균형자'도 얻은 게 뭔가? 핵과 미사일인가? 이 대목에서 총리 답변해보라"라고 물어봤다.

이 총리는 "지난 9년 동안 햇볕정책이나 균형자론을 폐기한 정부가 있었다. 그걸 건너뛰고 이런 질문을 받은 것이 뜻밖이다"라면서도 "지나간 일은 따지고 싶지는 않다. 현 정부는 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김 의원이 계속해서 사드와 관련해 "이미 한·미 동맹 관계는 신뢰관계가 금이 갈대로 간 이후에 울며 겨자먹기로 그것도 임시배치 하는 것으로 굳건한 안보 얘기하지 마라"며 "오죽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아베 일본 총리와 통화하면서 한국이 대북대화 구걸하는 거지같다는 그런 기사가 나왔겠나. 미국에게는 척지고 중국에게는 발길 차이고 북한에게는 무시당하고 결국 왕따 신세만 자처한 것 아닌가. 전약적 왕따가 문재인 정권의 안보 전력인지 답변해보라"라고 쏘아붙였다.

이 총리는 이에 대해서도 "김성태 의원님이 한국 대통령보다 일본 총리를 더 신뢰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짧게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게 '거지같다'고 한 일본발 기사가 오보였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말한 것이다.

김 의원은 이번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문재인 정권이야말로 최순실 국정농단의 가장 큰 수혜자"라며 "이런 식으로 선심성 인기 영합적 포퓰리즘을 남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명심하라"고 말했다.

이 총리는 "최순실 국정농단의 큰 짐을 떠안을 것을 우리들도 불행으로 생각한다"며 "어떻게 수혜자일 수 있겠나"라고 답변했다.

이밖에 박대출 자유한국당 의원도 할 말을 잃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박 의원은 이 총리에게 "MBC 김장겸 사장 내쫓을 건가. 최근에 MBC나 KBS에서 불공정 보도하는 거 보신 적 있나"라고 질문했다.

이에 이 총리는 "잘 안 봐서 모른다"며 "꽤 오래 전부터 좀 더 공정한 채널을 보고 있다"고 답변했다. 박 의원은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