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노조 "윤세영 회장 사임...눈속임에 속지 않아"

중앙일보

입력

윤세영 SBS 회장(왼쪽)과 박근혜 전 대통령. [청와대사진기자단]

윤세영 SBS 회장(왼쪽)과 박근혜 전 대통령. [청와대사진기자단]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정권 당시 정권에 우호적인 '보도지침'을 지시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윤세영 SBS 회장이 11일 돌연 사임 의사를 발표했다. 그러나 전국언론노동조합 SBS 본부는 "결론부터 말하자면 노동조합은 대주주 일가의 갑작스럽고 일방적인 발표를 수용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SBS 노조 측은 이날 오후 홈페이지를 통해 성명을 발표하고 "오늘 윤세영 회장의 사임 선언은 지난 2005년, 2008년, 2011년 필요할 때마다 반복해 왔던 소유-경영 분리 선언에서 단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한 재탕, 삼탕일 뿐"이라며 "윤세영 회장은 이미 오래전부터 SBS에 아무런 법적 권한이 없는 상태에서 대주주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사실상 모든 SBS의 경영행위를 지배, 통제해 왔다"고 밝혔다.

SBS 노조 측은 "이런 상황에서 '말뿐인 선언'을 또 더한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아무것도 없다. 안팎에서 몰아치는 방송개혁의 소나기를 피하기 위한 '눈속임’이자, 후일을 도모하자는 '꼼수'"라고 지적했다.

이어서 SBS 노조 측은 "이런 윤세영 회장 일가의 의도는 상법 운운하며 이사 임면권을 계속 보유하겠다는 대목에서 정확히 드러난다"며 "이는 이미 오랜 세월 방송 사유화로 전 구성원의 미래를 망쳐온 가신들과 측근들을 통해 SBS 경영을 계속 통제하겠다는 뜻에 다름 아니다. 앞으로는 '위임'을 말하지만, 뒤로는 '전횡'을 계속하겠다는 의도가 명백하다"며 이같이 평가하는 까닭에 관해 설명했다.

관련기사

또 "이번 발표는 조합과 아무런 조율도 거치지 않은 일방적인 것"이라며 "노동조합은 SBS를 근본적으로 바꿔 나가기 위한 투쟁에 한 치의 물러섬 없이 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윤 회장은 사내 방송을 통해 "우리가 안고 있는 이런 어려움을 개선하기 위한 과정에서 부득이 절대 권한을 갖고 있던 당시 정권의 눈치를 일부 봤던 것도 사실"이라고 토로하며 사임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