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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동·냉장·통조림…한국에선 지금 간편식 '삼국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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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간편식(HMR, 이하 간편식) 시장이 빠른 속도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한국 농식품교육원에 따르면 2012년 9600억원이었던 시장 규모가 2016년엔 2조3000억원으로 커졌다. 2017년엔 3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간편식 붐 초기엔 주로 냉장 제품이 많았지만 젖과 꿀이 흐르는 시장을 잡기 위해 냉동·통조림 제품이 가세하면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가정간편식 시장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면서냉장과 냉동, 통조림 제품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사진은 롯데마트 양평점의 냉동과 냉장간편식이 마주하고 있는 모습. [사진 롯데마트]

가정간편식 시장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면서냉장과 냉동, 통조림 제품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사진은 롯데마트 양평점의 냉동과 냉장간편식이 마주하고 있는 모습. [사진 롯데마트]

조리 빠른 냉장 간편식

간편식 중 가장 종류가 많은 건 역시 냉장간편식이다. 이마트에서 파는 제품으로 보자면 냉장 간편식의 가짓수가냉동보다 두 배 가까이 많다.[사진 이마트]

간편식 중 가장 종류가 많은 건 역시 냉장간편식이다. 이마트에서 파는 제품으로 보자면 냉장 간편식의 가짓수가냉동보다 두 배 가까이 많다.[사진 이마트]

가장 먼저 간편식 시장을 차지한 건 냉장간편식이었다. 국·찌개·탕 등 한국인의 식탁에 자주 오르는 메뉴의 대부분이 냉장 제품으로 출시되고 있다. 이마트에서 팔리는 냉장 간편식의 가짓수는 1600여 개로 냉동 간편식(850개)보다 2배 가까이 많다.
초기엔 완성된 요리가 아니라 식재료와 양념을 한 피키지 안에 담아 파는 형태가 많았다. 냉장 상태로 유통되기 때문에 냉동·통조림 제품보다 상대적으로 가공 과정은 단순하고 눈으로 식재료의 상태까지 확인할 수 있어 신뢰를 얻었다. 게다가 포장에서 꺼내서 팬이나 냄비에 넣고 요리를 완성하는 등 직접 조리하는 과정도 있어 '사 먹는다'라는 죄책감도 덜했다. 식재료 손질이 되어 있어 간편한 데다 요리를 직접 한다는 생색도 낼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는 얘기다.
지금은 전업주부도 아무렇지도 않게 간편식을 장바구니에 담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밑반찬 같은 걸 사 먹는다는 사실을 부끄럽게 여기는 분위기였다.
이후 점점 더 편한 것을 찾는 분위기로 흐르면서 데우기만 하면 되는 반조리 제품이 인기를 끌었다. 최근 출시되는 냉장간편식 대부분이 이같은 반조리 식품이다. 전자레인지에 넣고 데우기만 하면 된다. 롯데마트 김혜수 간편식 MD는 "냉장 간편식은 해동이 필요한 냉동보다 쉽고 빠르게 먹을 수 있어 바쁜 현대인들에게 주는 장점이 크다"며 "또 냉동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용량(1~2인)이 많아 지속해서 늘고 있는 1~2인 가구 시대에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단점은 역시 유통기한이다. 평균 한 달에서 두 달 정도로 짧다.

맛 더 좋은 냉동 간편식

냉동간편식은 냉장제품보다 유통기한이 긴 데다 급속냉동으로 맛도 좋다. [사진 롯데슈퍼]

냉동간편식은 냉장제품보다 유통기한이 긴 데다 급속냉동으로 맛도 좋다. [사진 롯데슈퍼]

냉장 간편식의 아성을 냉동 간편식이 위협하고 있다. 매출 신장률만 봐도 알 수 있다. 2017년 1~7월 이마트의 냉장 간편식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2% 성장했다. 같은 기간 냉동식품 성장률은 15.3%였다.
냉동식품의 인기엔 몇 가지 요소가 있다. 우선 유통기한이다. 냉동식품의 평균 유통기한은 9개월에서 최장 1년으로, 냉장식품보다 대략 5배 이상 길다.
게다가 맛도 경쟁력이 있다. 이용석 피코크 개발팀장은 "냉동·냉장·통조림 등 가정간편식의 세 가지 카테고리 중 냉동 제품 맛이 가장 뛰어나다"며 "냉장이나 상온 식품은 포장 과정에서 가열해 멸균 상태로 만들기에 식재료 본연의 맛을 지키기 어렵지만 냉동식품은 조리 직후 영하 40도로 급속 동결시키기 때문에 재료 본연의 식감과 풍미를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부 김이나(42·반포동)씨는 "최근 볶음밥과 각종 안주류 등 다양한 냉복 제품을 먹어봤는데 맛이 있더라"며 "특히 볶음밥은 집에서 내가 만든 볶음밥과 별 차이가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롯데슈퍼는 국내 최초로 냉동식품 전문매장인 롯데 프리지아를 반포에 열었다.[사진 롯데슈퍼]

롯데슈퍼는 국내 최초로 냉동식품 전문매장인 롯데 프리지아를 반포에 열었다.[사진 롯데슈퍼]

전자레인지 조리 문화가 익숙한 한국적 환경도 냉동제품 인기에 한몫했다. 게다가 최근 오븐을 사용하는 가구가 늘고 있는 점도 냉동식품에게 유리한 점이다. 오븐을 활용해 조리하는 프랑스 등 유럽에서 냉동식품 문화가 발달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프랑스엔 냉동식품 전문 매장 '띠리에'의 전국 매장 수가 1000개에 이른다.
국내에도 이런 바람을 타고 냉동식품 전문 매장 '롯데 프리지아' 7월 문을 열었다. 1200여 가지 제품 중 75%인 900여 가지가 냉동제품이다. 가정간편식 뿐 아니라 냉동 과일·채소 등 식재료까지 다양하다. 라자냐·피쉬앤칩스·에스까르고(달팽이 요리) 등 오븐 조리해야 하는 프랑스 수입 냉동식품도 있다.
롯데슈퍼 정인구 마켓999부문장은 "매출순위를 분석해보니 에스까르고 처럼 오븐 조리해야 하는 제품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며 "작은 저가형 오븐 등이 보급되면서 국내에서도 오븐 요리에 대한 거부감이 점점 줄고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오븐 조리용 냉동 제품을 더 많이 선보일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보관·이동 편리한 통조림

냉장과 냉동이 양분하던 간편식 시장에 최근 통조림이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다. 참치·꽁치 같은 수산캔과 과일캔 위주였던 통조림 시장은 반찬과 안주, 요리 등으로 영역이 점점 넓어지고 있다. G마켓에 따르면 통조림 제품 중 가장 매출이 높은 것은 장조림·깻잎 등 반찬이다. 2017년 1~8월 G마켓의 장조림·반찬 통조림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19%나 늘었다. 이마트도 올해 1~8월 요리·반찬통조림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69.2% 증가했다.
이런 인기를 타고 동원·샘표·CJ제일제당 등 주요 식품회사들은 통조림에서 꺼내 바로 먹는 반찬이나 안주류를 출시했다. 동원은 2016년 간편 안주캔 브랜드 '동원포차'를 런칭한 데 이어 2017년엔 데울 필요 없이 바로 먹을 수 있는 가정간편식 요리캔 브랜드 '정찬'을 런칭하고 안동식찜닭과 닭볶음탕 2종을 출시했다. CJ제일제당도 뚜껑을 따서 바로 먹는 꼬막이나 꽁치 등의 수산캔 브랜드 '계절어보'를 런칭했다.

참치 등 수산캔 위주였던 통조림이 반찬이나 안주류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다. 동원F&B의 캔 가정간편식 브랜드 '정찬'. [사진 동원F&B]

참치 등 수산캔 위주였던 통조림이 반찬이나 안주류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다. 동원F&B의 캔 가정간편식 브랜드 '정찬'. [사진 동원F&B]

통조림 인기의 비결은 편리함이다. 상온 보관이 가능해 냉동·냉장 제품처럼 냉장고가 필요하지 않다. 또 쉽게 어디에나 가져갈 수 있다. 유통기한은 3~5년으로 길다.
점점 종류가 다양해져 선택의 폭은 넓어졌으나 살균을 위한 열처리 과정에서 식재료 본연의 맛을 지키기 어렵다는 단점은 있다.

프랑스의통조림 브랜드 '라 벨일루아즈' 제품을 파는 서울 압구정 '라 꽁세르브리' 매장. [사진 알프레스코]

프랑스의통조림 브랜드 '라 벨일루아즈' 제품을 파는 서울 압구정 '라 꽁세르브리' 매장. [사진 알프레스코]

찬밥 신세였던 통조림이 인기를 끌자 수입 제품도 점점 늘고 있다. 최근 백화점이나 고급 식료품점 등에선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 유럽 통조림 제품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프랑스 프리미엄 통조림 브랜드 '라 벨일루아즈'를 수입하는 알프레스코 백승우 대표는 "프랑스 등 유럽에서는 오래 전부터 고급 통조림 시장이 형성돼 있었다"며 "해외 경험을 한 사람이 많아지고 국내 미식 수준이 높아지면서 고급 통조림 수요가 점점 많아질 것으로 보고있다"고 설명했다. 백 대표가 운영하는 프랑스 통조림 전문점 '라 꽁세르브리'엔 한 번에 20만~30만원씩 구매하는 단골이 상당수 있다고 한다.

냉장간편식은 국·탕·찌개 등 한식 많고 #냉동식품 전문 매장까지 문 열어 #냉대받던 통조림도 보관·이동 편리해 인기 #

송정 기자 song.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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