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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활용 카드 분석 미흡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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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8호 30면

독자 옴부즈맨 코너

중앙 SUNDAY 제547호는 시대와 시국의 흐름에 걸맞은 기사들로 풍성하고 촘촘하게 구성됐다. 1면과 10면에 게재된 성년후견제 관련 기사는 제도의 내용을 소개했던 그간의 기사와 결을 달리해, 이것이 복지제도로 정착하기 위한 과제와 우리나라의 실태를 잘 보여 줬다. 신청인이 원하지 않는 사람이 후견인으로 선정될 경우 신청인이 후견신청을 일방적으로 취하하는 현상은 이 제도가 아직 우리나라에서 약자를 위한 복지제도로 정착되지 못하였음을 보여 주는 사례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돈이 많지 않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공공후견은 그 필요에 비해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기사를 통해 잘 지적된 것 같다.

2면에 게재된 한국 미사일의 탄두 중량 증가 관련 기사도 눈길을 끌었다. 연이은 북한의 핵 도발로 엄중한 시국에 과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회의감과 무력감이 들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정부가 자체적인 군사력 강화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감시하고 이를 독려할 필요가 있다고 보인다.

4면에 게재된 ‘복잡해진 동북아 지형’ 기사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한반도를 둘러싼 각국의 이해관계를 마치 드라마 주인공들의 관계도처럼 그려 넣은 것은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 기발한 발상이었다. 북한의 비핵화보다 북한 정권의 유지가 중국의 대북정책에서 가장 큰 목표라는 점을 김정은이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가장 눈에 띈다. 김정은은 과거 정권의 경험에 비추어 북한 정권의 안정을 선호하는 중국이 대북 송유관을 잠그지 않을 것이라는 점과 미국이 중국과 러시아 때문에 자신을 선제공격하지 못할 것이라는 확신 하에서 일련의 도발을 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중국이 북한을 인내할 수 있는 마지노선은 어디까지인지 궁금하다. 기사에서는 북한의 도발로 일본이 중무장하는 것이 중국이 감내해야 할 대가라고 언급하고 있다.

복잡한 한반도 정세의 새로운 키맨(key man)으로 주목받고 있는 러시아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분석한 5면의 기사도 흥미로웠다. 다만 이 기사는 북한과의 관계가 개선되었을 상황을 대비한 장기적인 경제적 협력에 방점을 찍고 있다는 점에서, 현재의 상황과는 조금 괴리감이 있었다. 현재의 시국에서 한반도에 대한 러시아의 입장은 어떠한지,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패가 어떤 것이 있는지를 심도 있게 다룰 필요가 있다고 보인다.

용산기지의 역사적 가치를 조명한 11면의 기사도 매우 의미있는 내용이었다. 용산 미군기지 철수가 코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그 부지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계획할 때 이와 같은 역사적 의미를 충분히 고려하고 이를 반영하도록 노력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원주민의 역사뿐만 아니라 우리 현대사의 굴곡진 사건들이 발생한 현장이라는 점이 잘 부각되었다고 생각한다.

설지혜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 지적재산권 전문가로 세계보건기구(WHO) 서태평양 지부에서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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