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만 먹어서 멍청해졌나" 中 환구시보, 막말 논란에 제목만 바꿔 다시 올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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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관영 환구시보 사설.

중국 관영 환구시보 사설.

우리 정부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추가 배치에 대해 '막말 사설'을 썼던 중국 관영 환구시보가 우리 정부의 항의를 받고 해당 사설을 제목만 바꿔 다시 올린 것으로 9일 확인됐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지난 6일 자사 홈페이지에 '사드 배치하는 한국, 두 가지 질문에 답하라'는 사설을 실었으나 9일 현재 이 사설의 제목은 '사드 배치 완료한 한국은 절대 더 안전할 수 없다'로 수정됐다.

논란이 된 표현인 "사드배치를 지지하는 한국의 보수파는 김치만 먹어서 멍청해진 것이냐" "사드배치 완료 순간, 한국은 북핵 위기와 강대국 사이에 놓인 개구리밥이 될 것" "한국은 사찰과 교회에서 평안을 비는 기도를 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내라" "사드는 북핵처럼 지역 안정을 해치는 '악성 종양'이 될 것" 등은 그대로 남았다.

앞서 주중한국대사관은 전날 환구시보에 한국의 음식과 종교문화를 비하한 데 대해 공식 서한을 보내 엄중히 항의한 바 있다. 논란이 일자 환구시보는 해당 사설을 삭제했으나, 제목만 바꿔 재게재한 것이다. 이는 진정한 반성보다는 일단 논란을 희석시키되 기존 입장을 바꾸지 않은 '꼼수 대응'으로 보인다.

환구시보는 막말 사설로 인한 논란을 의식해 이날자 보도에선 이전보다는 낮은 수위로 한국의 사드 임시 배치를 공격했다. 이 신문은 이날 익명의 군사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사드로 북한의 미사일 공격을 막기에는 터무니없다"며 한국과 미국이 주장하는 북한의 위협에 대응한다는 사드배치 논리를 비판했다.

김은빈 기자 kim.eun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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