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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54억 외국인 트리오, 내년에도 볼 수 있나

중앙일보

입력

54억원 트리오를 내년에도 볼 수 있을까. 프로야구 한화가 외국인선수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실력은 나쁘지 않지만 효율면에선 물음표가 달렸기 때문이다.

비야누에바-오간도-로사리오, 연봉합계 54억원 #성적은 좋지만 부상공백-포지션 중복이 고민 #내년 새 감독과 팀 방향에 따라 결정될 전망

오간도(왼쪽)와 로사리오.

오간도(왼쪽)와 로사리오.

한화는 올 시즌을 앞두고 특급 외국인투수 영입에 올인했다. 김성근 감독 부임 후 세 번째 시즌인만큼 포스트시즌에 가기 위해 특급 외인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영입 리스트는 화려했다. 가장 먼저 계약한 선수는 우완 알렉시 오간도(34). 오간도는 메이저리그 통산 283경기에 등판해 33승18패 평균자책점 3.47을 기록했다. 텍사스에서 뛴 2011년에는 11승을 거두며 올스타전에도 출전했다. 두 번째 투수는 이름값으론 더 유명한 카를로스 비야누에바(34)였다. 비야누에바는 10년간 메이저리그에서 거둔 성적은 51승 55패 평균자책점 4.32. 조합도 나쁘지 않았다. 오간도는 빠른 공이 주무기고, 비야누에바는 다양한 변화구와 제구력이 장점이다. 타자 윌린 로사리오(28) 재계약도 성공했다. 로사리오는 지난해 타율 0.331, 32홈런·120타점의 준수한 성적을 냈다. 셋 모두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이라는 점도 적응을 고려하면 괜찮은 선택이었다.

한화는 올해 두산, NC와 함께 외국인선수 교체를 단행하지 않은 구단이다. 세 선수 모두 기량 면에서 나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간도는 9승4패 평균자책점 3.94, 비야누에바는 5승6패 평균자책점 3.87을 기록했다. 오간도는 한화 외국인투수 역대 3번째로 두자릿수 승리를 따낼 가능성이 높다. 비야누에바도 승운은 따르지 않았지만 3번 중 2번은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를 기록했다. 비야누에바는 몸 관리, 생활태도도 훌륭해 한화 젊은 투수들에게 본보기가 될 만 했다.

문제는 효율이다. 오간도의 연봉 180만 달러(약 20억원)다. 비야누에바는 150만 달러(약 17억원)다. 그런데 자주 쓸 수 없었다. 부상 때문에 자주 이탈했기 때문이다. 오간도는 17번, 비야누에바는 18번 선발등판했다. 켈리(27번), 헥터(25번) 등 에이스급 투수들에 비해 횟수가 적다. 어찌 보면 예상된 일이었다. 둘은 나란히 2014년부터 구원투수로만 뛰었다. 선발 경험은 있지만 3년 만에 전환하기 때문에 위험 부담이 있었고, 결국 현실이 됐다. 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WAR)로 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비야누에바가 2.59(스탯티즈 기준), 오간도가 2.33에 그쳐 외국인선수 중에선 11위, 14위에 머물렀다. 둘을 합쳐도 헥터(KIA·5.81) 하나에 못 미쳤다.

김성근 감독은 재임 당시 '발이 빠르고 30홈런을 칠 수 있는 외야수'를 원했다. 한화에서 가장 취약한 포지션이 바로 외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장에서 구할 수 있는 선수엔 한계가 있었고, 결국 로사리오를 선택했다. 로사리오는 지난해엔 시즌 초반 적응 문제로 고전했지만 올해는 더 뛰어난 성적(타율 0.341, 33홈런·100타점)을 냈다. 하지만 포지션 중복이란 문제가 있다. MLB에서 포수였던 로사리오는 한화에선 주로 1루수로 뛴다. 김태균과 겹친다. 결국 둘 중 한 명은 지명타자로 이동해야 한다. 그러다보니 지명타자로 활용가능한 최진행을 좌익수나 대타요원으로 활용해야 하는 문제가 생겼다.

한화 투수 비야누에바

한화 투수 비야누에바

세 선수 모두 KBO리그에 남고 싶은 마음은 있다. 로사리오는 일본 구단들로부터 관심을 받고 있다. 본인 스스로도 "한화도 좋고 한화 팬들도 좋다. 하지만 계약조건을 보고 거취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가 의지를 보인다면 잡을 수도 있다. 내년에 36살이 되는 오간도도 메이저리그 복귀는 쉽지 않아 한화가 손을 내민다면 잔류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에서 성공적으로 커리어를 쌓은 비야누에바는 조금 다르다. 선수노조(MLBPA)에도 참여했고, 에이전트가 될 생각도 있는 그는 아시아리그를 경험하고 싶어 한국행을 선택했다. 현역 생활을 더 할 의지가 있다면 한화에 남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아예 은퇴할 수도 있다.

결국 열쇠는 한화 구단이 쥐고 있다. 한화의 이번 결정은 구단 비전과 맞물려 있다. 10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나서지 못한 한화가 5강 진입을 목표로 둘 경우엔 외국인선수 중 일부와 재계약할 수 있다. 반면 과감하게 리빌딩을 선택한다면 외국인선수 교체 쪽으로 가닥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 석장현 운영팀장은 "오간도는 올해 두 달 공백을 빼면 좋은 성적을 냈다. 비야누에바와 로사리오도 성적 면에선 흠 잡을 데 없다. 새로운 감독 선임과 구단의 방향 설정에 따라 3명이 다 떠날 수도 있고, 남는 선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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