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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홀로 100원'의 진통 겪는 홍익대…청소 노동자와의 대립 지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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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조합원과 홍익대학교 비정규직 청소`경비 노동자 600여 명(경찰 추산)이 시급 830원 인상을 요구하며 홍대역부터 홍익대까지 가두행진을 벌인 뒤 대학 입구에서 집회를 열었다. 김춘식 기자

전국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조합원과 홍익대학교 비정규직 청소`경비 노동자 600여 명(경찰 추산)이 시급 830원 인상을 요구하며 홍대역부터 홍익대까지 가두행진을 벌인 뒤 대학 입구에서 집회를 열었다. 김춘식 기자

홍익대 비정규직 청소·경비 노동자들이 ‘시급 830원 인상’을 요구하며 4일째 본관 사무처 점거 농성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이들이 속한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 서울경인공공서비스지부(서경지부) 조합원들이 7일 오후 홍익대 정문 앞에 모여 ‘생활임금 보장 촉구 결의대회’를 열었다.

주최 측 추산 1500여 명(경찰 추산 600여 명)이 모인 결의대회에는 홍익대분회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뿐만 아니라 연세대·이화여대·숙명여대 등 타 대학분회 소속 노동자들도 참여했다. 이들은 홍대입구역 1번 출구에서 ‘진짜 사장 홍익대가 청소·경비 노동자 생활임금 보장하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행진을 시작해 정문 앞에서 집회를 하며 기다리고 있던 다른 노동자들과 합류했다. ‘노동자 무시하는 홍익대 총장 규탄한다’, ‘사회적 대세다! 홍익대도 시급 830원 인상하라’는 손팻말을 들고 “시급인상 시급하다 홍익대가 응답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청소 노동자 기준으로 현재 시급은 6950원이다.

2017.09.07.전국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조합원과 홍익대학교 비정규직 청소`경비 노동자 600여 명(경찰 추산)이 시급 830원 인상을 요구하며 홍대역부터 홍익대까지 가두행진을 벌인 뒤 대학 입구에서 집회를 열었다. 김춘식 기자

2017.09.07.전국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조합원과 홍익대학교 비정규직 청소`경비 노동자 600여 명(경찰 추산)이 시급 830원 인상을 요구하며 홍대역부터 홍익대까지 가두행진을 벌인 뒤 대학 입구에서 집회를 열었다. 김춘식 기자

홍익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본관 점거 농성까지 벌이며 학교 측과 대립하고 있는 건 시급 인상 교섭에 진전이 없어서다. 서경지부가 집단 교섭을 벌인 카이스트·한국예술종합학교·동덕여대·덕성여대·이화여대·연세대·서강대·광운대·고려대·한성대·인덕대 등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시급을 830원 인상하는 안에 합의했다. 청소 노동자 기준으로 시급 7780원이 된다. 숙명여대의 경우 930원 오른 7630원으로 결정됐다. 홍익대 단 한 곳만 7개월이 지나도록 용역회사가 시급 100원 인상안을 고수해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같은 업종의 다른 대학 노동자들은 시급이 약 12% 인상된 상황에서 홍익대 청소 노동자들만 1.4% 인상안을 제안받은 셈이다.

노조 측은 “학교가 하청 용역업체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원청인 학교가 실질적인 사용자로서 책임을 다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홍익대 경비 노동자인 박진국 서경지부 홍익대분회장은 “학교 측에 이 문제를 두고 직접 대화하자고 요구하고 있지만 묵묵부답이다. 타 대학은 모두 임금 인상에 합의했는데, 왜 같은 일을 하면서도 홍익대 노동자들만 외면당해야 하는지 답답하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홍익대분회 소속 비정규직 청소·경비노동자들이 4일 오전 8시부터 본관 1층 사무처를 점거하고 농성에 돌입했다. 하준호 기자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홍익대분회 소속 비정규직 청소·경비노동자들이 4일 오전 8시부터 본관 1층 사무처를 점거하고 농성에 돌입했다. 하준호 기자

홍익대와 비정규직 노동자들간의 갈등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1년에는 홍익대 비정규직 노동자 집단해고 사태가 있었다. 2010년 12월 노조를 결성하고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다 용역업체가 재계약 입찰을 포기하면서 모두 일자리를 잃었다. 당시 노동자들은 원직 복귀와 임금인상을 주장하며 지금처럼 본관 사무처에서 점거 농성을 했다. 이들은 49일간의 철야 농성 끝에 전원 원직복귀와 소폭의 임금 인상을 보장받았다. 지난 4일부터 벌이고 있는 농성은 집단해고 사태 이후 6년 만의 일이다.

학교 측은 “시급 인상 요구는 직접 고용자인 용역업체에 하는 것이 맞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 학교 관계자들이 노동자들의 면담 요구를 거부하는 이유다. ‘100원 인상안’ 역시 용역업체가 노동자들에게 제시한 금액이다. 용역업체 측은 인건비가 상승하면 계약 단가를 맞출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학교를 떠나야 한다는 입장이다. 노조 관계자는 “이러다 2011년과 같은 집단해고 사태가 재연될까봐 두렵다”고 말했다.

노조 측에 따르면 이 학교 보직 교수는 “법대로 하면 된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그의 말대로 사실 학교 입장에 법적 하자는 없다. 이관수 노무사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사용자는 원청인 학교가 아니라 하청업체이기 때문에 임금 교섭을 하는 게 법적으로는 맞다. 지금 여러 대학에서 타결되고 있는 임금 인상 부분은 학교 측이 용역비를 줄 때 인건비 인상 분을 일부 보조해주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박명석 전국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장은 “여타 대학들은 총장이 직접 만나 하나같이 ‘사회적인 요구에 맞춰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했다. 대화를 거부한 곳은 홍익대 한 곳뿐이다”고 말했다. 직접 계약 당사자는 아니지만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학교의 구성원인 만큼 대학에도 도의적인 책임이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타 대학에서 시급 830원 인상이 하나하나 합의된 이유도 교직원들이 노동자들과 소통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날 총장실이 있는 이 학교 본관 6층의 철문에는 자물쇠가 채워져 있었다.

홍익대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용역업체의 직원이라 학교가 직접 대화해야 할 의무는 없다. 그러나 본관 점거 농성까지 하고 있어 다각도로 해결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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