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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학교 짓게 해 주세요" 무릎꿇은 장애 아동 부모 모욕한 강서구 주민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주민들에게 장애 아이를 둔 학부모들이 일제히 무릎을 꿇고 아이들이 공부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사진 NocutV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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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오후 7시 30분경 서울 강서구 탑산초등학교 3층 강당에서 '강서지역 공립 특수학교 신설 2차 주민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주민토론회에서는 강서지역 특수학교 설립에 찬성하는 장애인 학생 부모 및 주민 측과 이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참석했다.

찬성 측 발언자로 나선 이은자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 부대표는 "우리 아이들도 공부할 권리가 있다. 장애가 있든 없든 학교는 가야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은자 부대표가 발언 중이다. [사진 NocutV 유튜브]

이은자 부대표가 발언 중이다. [사진 NocutV 유튜브]

이어지는 반대 측의 야유에 "여러분들이 욕을 하시면 욕 듣겠습니다. 지나가다가 때리셔도 맞겠습니다. 그런데 학교는 절대 포기할 수 없습니다"라며 절박한 심정을 드러냈다.

이은자 부대표의 발언에 "당신이 알아서 해!"라고 발언한 반대 측 주민. [사진 NocutV 유튜브]

이은자 부대표의 발언에 "당신이 알아서 해!"라고 발언한 반대 측 주민. [사진 NocutV 유튜브]

주민토론회에 참석한 반대 측의 강서지역 주민들은 "특수학교 설립에 대해서는 찬성하지만 우리 지역 공진초등학교 부지에는 안된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강서구 특수학교 설립 반대 비상대책위원회 소속 권영욱씨는 "강서구에는 허준박물관, 허준거리, 한의사협회가 있다. 지역 특성상 지역에 맞는 국립한방의료원이 공진초등학교 부지에 설립돼야 한다는 것을 주장하는 것"이라 말했다.

강서구 가양동의 옛 공진초등학교 부지에 서진학교(특수학교) 설립이 예정돼 있지만, 이 부지에 국립한방의료원을 세워야 한다는 강서지역 주민의 반발로 설립이 지연되고 있다.

양 측의 입장이 좁혀지지 않자 한 주민이 일어나 "학교를 지을 수 있도록 무릎이라도 꿇겠다"며 반대 측 주민들 앞에 무릎을 꿇었다. 이어 수십명의 장애 학생 부모들도 앞으로 나와 같이 무릎을 꿇었다.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사정하는 장애아 학부모. [사진 NocutV 유튜브]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사정하는 장애아 학부모. [사진 NocutV 유튜브]

반대 측 주민들은 "쇼 하지 마라"라며 이들을 비난했다.

무릎을 꿇은 학부모에게 "쇼 하지 마라"라고 외치는 반대 측 주민들. [사진 NocutV 유튜브]

무릎을 꿇은 학부모에게 "쇼 하지 마라"라고 외치는 반대 측 주민들. [사진 NocutV 유튜브]

결국 주민토론회는 찬반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끝이 났다.

2017년 4월 기준 서울시에 거주하는 특수교육 대상자의 수는 1만 2804명이다. 반면 서울시의 특수학교(29개소)에 다니는 학생의 수는 4457명이다. 서울의 특수학교는 특수교육 대상자의 절반도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

강서구에는 서울 25개 자치구 중 가장 많은 특수교육 대상자가 거주하고 있지만, 강서구에 소재한 특수학교는 교남학교 1곳 뿐이다. 이에 서울시 교육청은 강서구와 서초구, 동부 지역 등 세 군데에 특수학교 설립을 추진했지만 일부 지역 주민들이 '집값 하락' 등의 이유로 반대하고 있어 설립이 무산되고 있다.

여현구 인턴기자 yeo.hyung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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