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현장에서]동맹 분열 치유보다 정부 홍보 매달린 외교부 2차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조현 외교부 제2차관이 5일 미국 워싱턴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CSIS]

조현 외교부 제2차관이 5일 미국 워싱턴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CSIS]

5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에선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한ㆍ미 동맹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행사가 열렸다. 국제교류재단·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주최 ‘한ㆍ미동맹의 현재와 미래’포럼이다.
이날 양국 고위 관리로는 유일하게 참석한 조현 외교부 제2차관은 기조연설에서 "북한의 핵무장과 한반도 전쟁을 막기 위해선 제재ㆍ압박을 통해 결국 북한을 유일한 해법인 대화로 이끌어야 한다”며 대화를 강조했다.
 그는 "지금이 북한과 대화를 얘기하기엔 어울리지 않는 때지만 대화엔 두 가지 종류가 있다”며 북한 비핵화 대화와 인도적 대화, 군사회담을 구분했다. 그러면서 "비핵화를 위한 대화는 북한의 도발과 위협 중단을 포함한 적절한 조건에서 재개할 수 있다"면서도 “인도적 문제나 비무장지대(DMZ)의 군사적 긴장 완화를 위한 대화는 대북 제재ㆍ압박 노력을 상쇄하지 않을 것이며, 전략적 실수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런 대화들은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시켜 언젠가, 어느 단계에서 비핵화 대화에 이르게 하는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미국 정부가) 모든 옵션은 테이블 위에 있다고 강조하는 필요성은 이해하지만, 전쟁으로 확대되는 것으로 해석되거나, 북한의 오판을 야기하지 않도록 신중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조 차관의 입장은 비슷한 시각 새라 샌더스 미 백악관 대변인 브리핑과 정면으로 충돌했다. 샌더스 대변인은 "우리 우선순위는 분명하다. 지금은 북한과 대화하는 데 집중해 많은 시간을 쓸 때가 아니다”며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압박 수단을 동원할 때며 계속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외교적ㆍ경제적 양면에서 공세적인 압박 조치들을 검토하고 있다”며 “대통령과 국방장관이 말했듯이 모든 옵션은 테이블 위에 있으며 우리가 추구하는 결과를 얻을 때까지 계속 테이블 위에 둘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조 차관의 발언은 문재인 대통령이 5일 "북핵 해결에 도움이 된다면 어떤 종류의 대화도 피하지 않겠지만, 지금은 북한과 대화할 적절한 때가 아니다"고 대화론에 선을 그은 상황에서 나왔다. 우리 대통령의 입장과도 어긋나는 발언을 워싱턴에서 하면서 한·미 동맹 분열만 부각한 셈이다.
 이날 포럼에선 조 장관의 연설과는 달리 어느때보다 한ㆍ미 동맹의 분열(divergence)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많이 나왔다.“미국과 중국이 한국을 빼고 북핵 위협을 제거하기 위한 ‘빅딜’을 물밑에서 추진하고 있는게 아니냐”“정말 트럼프 대통령이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에서 철수할 거냐” 등이다. 한 한국측 참석자는 “한국 국민들이 요즘 김정은보다 미국이 독자적으로 대북 선제공격을 할까봐 더 걱정한다”는 말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조 차관은 “5월 조기 대선은 동맹인 미국에서 유래한 법치의 승리”라거나 "흙수저(a dirty spoon), 헬조선(Hell Korea)의 청년 분노 등을 소득주도성장으로 치유하고 있다”는 등 정부 홍보에 치중했다. 북핵 위기보다 더 위험한 건 정부의 안일한 인식일 수 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조현 외교2차관 "인도적 대화, 군사회담 전략적 실수 아니다" #백악관 "북한과 대화에 시간 쓸 때 아니다. 공세적 압박할 때" #"5월 조기 대선, 법치승리”"흙수저, 헬조선 치유" 정부 홍보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