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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해 울고 싶다" 1년 전 마광수가 밝힌 심경

중앙일보

입력

마광수 교수의 충격적 사망 소식이 전해지면서 1년 전 마 교수가 절절한 심경을 담아 작성했던 글이 그를 사랑했던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다.

마 교수는 지난해 8월 정년퇴임을 맞아 연세대학교를 떠났다. 그는 '중간에 한 번 잘려서' 명예교수 자격요건도 잃었다고 한다.

마광수 교수. [중앙포토]

마광수 교수. [중앙포토]

지난해 6월 마 교수가 카페에 올린 게시글은 "억울함과 한이 쌓여 울고 싶어요"라는 제목을 달고 있다. 정년퇴임을 맞은 소감을 쓴 것이다.

마 교수는 "정년퇴임을 맞으니 내 인생이 너무 억울하고 한스러워요"라며 글을 시작했다.

이어 "「즐거운 사라」 사건으로부터 시작해서 학교에서 잘리고, 한참 후 겨우 복직했더니 곧바로 연세대 국문과 교수들의 이지메로 우울증을 얻고 2년 6개월을 휴직한 것, 그 뒤 줄곧 국문과의 왕따 교수로 지낸 것"이라며 힘들었던 교수 생활에 대해 밝혔다.

그리고 "문단에서도 왕따고, 책도 안 읽어보고 무조건 나를 변태로 매도하는 대중들. 근래 내가 낸 책들이 거의 모두 처참하게 안 팔렸다는 사실"이라며 심적 고통을 앓아 왔음을 알렸다.

마 교수는 "단지 성(性)을 이야기했다는 이유만으로 평생을 따라다니는 간첩 같은 꼬리표. 그동안 내 육체는 울화병에 허물어져 여기저기 안 아픈 곳이 없어요"라 전했다.

마광수 교수가 쓴 글. [사진 다음 카페 캡처]

마광수 교수가 쓴 글. [사진 다음 카페 캡처]

또한 "나는 점점 더 늙어갈 거고 따라서 병도 많아지고 몸은 더 쇠약해갈 것이고 연금 몇 푼 갖고 살려면 생활고도 찾아올 거고... 하늘이 원망스럽다. 거지발싸개 같은 나라 한국에서 태어나 위선으로 뭉친 지식인, 작가 등 사이에서 고통받은것이 너무나 억울해지는 요즘입니다. 그냥 한숨만 나와요"라며 글을 마쳤다.

마 교수는 지난 5일 오후 1시 51분 경 서울 용산구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집 안에서는 자신의 시신을 발견한 가족에게 유산을 넘긴다는 내용 등이 담긴 유언장이 발견됐다.

마 교수의 누나 조모(74)씨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동생이 평소 우울증이 있었는데, 최근에는 더 심해져 의사로부터 입원 권유를 받기도 했었다"고 밝힌 바 있다.

마 교수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그의 팬카페에도 "평생의 한을 푸시고 제약없는 그곳에서 편안히 영면하소서" "영욕의 세월 잘 견디어 내셨습니다. 천국에서 행복하세요. 부디 명복을 빕니다" 등 애도하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여현구 인턴기자 yeo.hyung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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