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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길수록 못 고쳐요.. 조루증, 병원서 진단부터 받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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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연세비뇨기과의원 박성진 원장

진연세비뇨기과의원 박성진 원장

조루증은 전 세계 남성 10명 중 3명이 겪는 흔한 성 기능 장애로, 남녀 모두의 성생활에 영향을 줄뿐 아니라 자칫, 부부 관계를 부정적으로 이끄는 원인으로 작용될 수 있다.
실제로 아시아 국가를 상대로 실시된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루증을 겪는 남성의 30%, 상대 여성의 40%는 남성의 조루증으로 인해 성생활을 전혀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조루증 치료를 목적으로 비뇨기과를 찾는 남성의 빈도는 상대적으로 낮다.

세계 각국의 남성들을 대상으로 조루증과 발기부전 등의 성 기능 장애에 대한 관심도와 의학적 상담 및 치료의 적극성을 알아본 연구에 의하면, 특히 한국 남성의 경우 성 기능 장애에 대한 관심도는 매우 높으나, 실제로 의사에게 진료를 받으러 오는 비율은 최하위권으로 나타났다. 이는 조루증과 발기부전을 다른 사람에게 말하기 껄끄러운 질병으로 인식하고, 이와 관련해 비뇨기과 등 병원 방문을 꺼려하는 한국 남성들의 정서 등에 기인한 것으로 판단된다.

적절한 질병 치료를 위해서는 질병을 정확하게 진단하는 것이 우선이다.
조루증은 남성에게 흔히 나타나는 성 기능 장애이지만 아직 공인된 객관적인 기준이 없어 표준화된 환자의 진단 및 치료에 어려움이 있다. 그동안 주로 미국정신과학회의 DSM-IV-TR 또는, 세계보건기구의 ICD-10에서 제시된 조루증의 진단 기준을 임상에서 이용해왔지만, 이러한 조루증의 진단 기준은 정신과적인 관점에서 제시되었으며 근거 중심의 연구에 바탕을 둔 것은 아니다.
또한 정의에 사용된 용어 자체가 너무 추상적이고 모호하여 주로 각각의 임상 의사의 주관적인 해석에 의해 진단이 이루어진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2008년 ‘국제성의학회’에서 근거에 바탕을 둔 연구를 통하여 새로운 조루의 진단 기준을 제시했고, 국내에서는 최근 해당 기준에 근거하여 진단법을 사용하고 있다.

조루증으로 진단되었다면 원인을 파악해 적절한 치료법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조루증의 원인으로는 ▲ 음경의 감각이 예민하거나 과흥분되는 과민성 조루증 ▲ 사정 기능을 조절하는 세로토닌이 너무 빨리 소모되면서 사정이 빨리 끝나는 사정중추 이상 ▲ 전립선염 등 비뇨생식기계에 질환이 있거나 내분비 장애로 인해 생식 선의 기능이 지나치게 활성화된 경우 ▲ 불안, 초조, 스트레스, 우울증 등 심리적 요인으로 인한 심인성 조루증 등이 있다.
과민성 조루증인 경우 젤이나 스프레이 형태의 국소 마취제를 사용하지만 일회성 치료법에 한계가 있다. 반면, 영구적 또는 반영구적 효과를 위해서는 음경배부신경차단술을 해볼 수도 있다. 다만 50세 이후에는 합병증이 있을 수 있어, 수술적인 방법을 권하지는 않는다. 최근에는 신경을 자르지 않고 귀두에 해가 없는 약물을 주입해 조루증 개선효과를 현저히 높인 조루약물주입술도 시행되고 있다.

사정 억제를 유발하는 세로토닌이 감소하면 조루증이 생긴다는 것에 착안하여 이 세로토닌을 늘려주는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가 먹는 조루증 치료제로 사용되기도 한다. 이러한 약은 일반적으로 항우울증약으로 많이 처방되고 있는데, 2009년에 기존의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보다 단기간 약효가 지속되는 다폭세틴(dapoxetine)이 개발되어 조루증 치료제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조루증 환자를 대상으로 다폭세틴을 투여한 임상시험에서, 성생활 시간을 최대 4배까지 연장시키고 이를 통해 남녀 모두의 만족도를 약 80%까지 높여주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다폭세틴은 복용 후 빠른 시간 내에 효과를 나타내고 24시간 후에는 대부분 체외로 배출되므로 반복 투여에 의한 체내 축적이 최소화되어 부작용 발생이 적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조루증과 발기부전은 동반되어 나타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조루증과 발기부전이 둘 다 있는 경우에는 우선 발기부전치료제로 증상을 개선시키면 조루증도 함께 호전되는 경우가 많다. 발기 상태가 개선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조루증이 계속 지속되면 조루증 치료도 병행하게 된다. 최근, 유명한 성의학 전문지인 ‘Journal of Sexual Medicine’에서 이탈리아의 지오바니 코로나 박사(Giovanni Corona)는 조루증과 발기부전은 명백하게 분리해서 생각할 수 있는 질병이 아니고, 서로 밀접한 연관이 있으므로, 환자의 상태에 따라 다각도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조루증, 더 이상 숨길 일만은 아니다.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증상이 인지되는 경우 병원 내원을 통한 적극적인 치료가 중요하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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