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여중생 폭행한 13세 단죄 못해 “형사처벌 제한 연령 낮추자” 목소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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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부산 피투성이 여중생(14)’ 사건 가해자 4명 중 1명이 만 13세여서 형사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사실이 공분을 일으키고 있다. 소년법상의 ‘촉법소년(觸法少年)’에 해당하는 만 14세 미만이기 때문이다.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소년법 폐지 청원’ 운동에는 5일 현재 14만 명 이상이 참여하고 있다.

“소년법 폐지” 14만 명 청원 쏟아져 #전문가 “소년 교화 돕는 법은 필요”

소년법은 만 10세 이상~만 19세 미만에 적용된다. 이 중 만 10세 이상~만 14세 미만은 촉법소년으로 분류된 ‘형사 미성년자’여서 1~10호의 보호처분만 받는다. 1호는 훈방, 10호는 최대 2년간 소년원에 송치된다. 보호처분은 전과기록(속칭 ‘빨간줄’)이 남지 않는다.

부산 경찰청 관계자는 “소년법 폐지 청원운동이 벌어지고 있지만 문제 학생을 처벌하려면 소년법이 아니라 ‘형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촉법소년 적용 나이가 형법에 규정돼 있기 때문에 형법을 개정해야 소년법에 연동돼 적용된다”며 “누리꾼들의 요구대로 소년법을 폐지해 형법만 존재하면 만 10세 이상~만 14세 미만의 소년범은 오히려 보호처분조차 받지 않게 된다”고 설명했다.

소년법은 촉법소년 규정과 함께 만 14세 이상~만 19세 미만의 통상적인 미성년자에게 성인과 다른 형사 처벌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경미한 범죄인 경우 교정 프로그램을 이수하면 전과기록이 남지 않는다. 살인·성폭력 등 무거운 죄인 경우에만 형사 재판을 받는다. 사형 또는 무기형에 해당하는 중범죄를 저질렀어도 만 18세 미만은 징역 15년이 최고 형량이다. 특정강력범죄는 징역 20년까지 선고할 수 있다. 촉법소년의 강력범죄는 매년 늘고 있다. 박남춘(인천 남동갑·최고위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만 10~18세의 미성년자가 지난 5년간 저지른 강력범죄에서 촉법소년 비율은 2012년 12%에서 2016년 15%로 높아졌다. 강력범죄는 살인·강도·강간 및 추행·방화 등이다.

이번 피투성이 여중생 사건을 계기로 촉법소년의 적용 나이를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장성근 변호사는 “청소년들의 신체발달이나 인지능력이 빨라지면서 강력범죄 연령 또한 낮아지고 있다”며 “촉법소년의 나이를 만 14세 미만에서 낮추되 몇 세까지 낮출지는 사회적 논의를 통해 합의하면 된다”고 말했다.

김성민 변호사는 “소년범이 건전하게 성장하도록 돕는 소년법은 필요하므로 폐지보다는 현실에 맞게 개정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살인·성폭력·중상해 등 강력범죄는 소년법이 우선 적용되지 않는 단서 조항을 다는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표창원 민주당 의원은 지난 7월 청소년 강력범의 경우 소년법상 형량 완화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 내용을 골자로 한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소년법 폐지로 19세 미만 청소년들이 성인 범죄자와 함께 교도소에 수용되면 어른 범죄자를 양성할 뿐”이라며 “소년법의 핵심이 교정·교화인 만큼 범죄 이후 소년범의 경우 경찰 조사가 끝난 뒤 검찰을 거치지 않고 가정법원으로 바로 넘기는 제도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수원=이은지·김민욱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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